연출가 김제훈의 이력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 장학생으로 호텔조리학과를 입학했고, 종로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기도 했으며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매니저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작가 홍영은의 대사를 빌어 말한다. “버티는 게 재능이다” 이런 경험들은 비전공자로서 연극계에 입문한 그가 버틸 수 있던 힘이 아니었을까. 연극계에서 신예연출가로 떠오르며 주목을 받고 있는 연극 ‘아시안스위트’의 연출가 김제훈을 만나봤다.

극단 조은컴퍼니에 대한 소개를 한다면?

10년 전쯤에 만난 배우 조선영과 함께 해요. 따로 연극을 하다가 키작은 소나무라는 극장을 만들게 되면서 합치게 됐죠. 극장은 고향친구가 선물해줬어요.(웃음) 극장을 짓기 위해 종로에서 실내포장마차를 하기도 했는데. 극장을 짓고 극단을 꾸리게 됐어요. 배우 조선영과  작가 홍영은, 제가 연출을 하고 젊은 친구들끼리 시작을 하게 된 거죠.

연극 ‘겨울선인장’에 이어서 작가 정의신과 연이어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인연은?

2009년도에 키작은 소나무의 연간프로젝트를 계획했어요. 2010년 프로젝트를 정하는 과정에 다른 작가 작품을 한다면 작품을 분석하는 힘이 커지겠다 싶어 홍영은 작가의 추천을 받았죠. 그렇게 알게 된 선생님이세요. 정의신 선생님을 섭외하는 과정에서는 배우 조선영의 힘이 컸어요. 선생님 작품 중 ‘겨울선인장’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흔쾌히 수락을 해주셨고요.

스타작가의 작품을 하면서 작용되는 부담이 있나?

워낙 정의신 선생님이 좋으신 분이세요.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을 보고선 더욱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분과 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부담이 쓰나미 처럼 몰려오고 있어요.(웃음) 그 부분을 대본을 많이 보면서 해소해요. 작가가 어떤 의도로 썼는지 자꾸 들여다보고 있어요. 그리고 배우들과 함께 작품분석을 하고요. 작품으로 놓고 봤을 때도 존경하는 선생님이고요.

연극 ‘아시안스위트’의 연습이 진행 중이신데 연습분위기는?

다행히 배우들도 인간적으로 너무 좋고요. 특히 배성우 선배는 분위기 메이커예요. 실생활도 되게 재미있어요. 이번에 모인 배우 분들은 사람이 첫째로 좋고 워낙에 연기가 출중하시기 때문에 든든해요. 막내 배우가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모두 선배님들이시고 연기력도 훌륭하시니까요. 배우 캐스팅 과정을 거치고 느낀 것은 만나야 될 인연은 이렇게 만나는구나 싶어요. 이항나, 배성우 선배는 연기하시는 것을 보고 출연을 부탁드렸는데 두 분 다 흔쾌히 승낙을 해주셨어요. 김두봉 배우는 극단에서 함께하는 배우인데 가능성이 큰 배우고요. 김순이 선생님은 극단 로뎀 시절부터 가르쳐주신 선생님이세요. 감사한 것은 작품으로 만나 이렇게 인연이 된 거죠.

작품을 어떤 방식으로 무대로 옮겨오셨는지?

공연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직까지는 대본에 충실하고자 했어요. 대본을 재해석한다거나 변형을 가한다는 것에 아직 흥미가 없고요. 저는 아직까진 대본에 충실하고자 하는 연출이에요. 특히 연극 ‘아시안스위트’는 명확하고 디테일이 촘촘해요. 이것을 재해석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배우들의 정서와 연기의 밀도에 연출력이 더해지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연출을 하면서 연출가로서 대단한 욕심을 부리는게 아니라 대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잘 풀고 싶어요.

연극 ‘아시안스위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제가 보는 아시안스위트는 가족의 범주로 국한시키기보다는 인생에 관한 이야기로 생각해요. 우리네 사람들 인생에 관한 이야기죠. 네 명이 '아픔'이라는 진실을 감추고 있어요. 부대끼고 곪아서 터져야 새 살이 돋아나는 것처럼 각자 상처와 아픔이 있는 것을 감추고 모였고, 갈등이 폭발해 진실에 다가 갔을 때 비로소 해소가 돼요. 관계가 회복이 되는 이야기예요.

뉴스테이지 전성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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