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경기도 하남시장 김황식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사람을 만나 늘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한다. 그가 이번에는 뮤지컬 배우와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그 주인공은 최근 뮤지컬 ‘투란도’에서 주역 ‘투란도’를 열연한 여배우 이연경이다. 전 경기도 하남시장 김황식은 뮤지컬 배우 이연경과 차 한 잔을 나누며 공연계에 대한 궁금한 이야기들을 묻기 시작했다.

제가 예전 학교다닐 때 알던 여학생이 연극배우 하는 것을 신문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1,2년 후에 사라져서 볼 수 없었습니다. 여배우로서 느끼는 국내의 공연환경이 어떻습니까?
우리나라는 여자 배우가 팬을 얻기가 힘들어요. 남자 배우는 외모가 출중하면 금방 인기를 모으고 팬층을 확보하는 경우가 있어요. 여배우는 노래실력이 굉장히 출중해야 어느 정도 알려져요. 남자 배우보다 여배우가 불리한 면이 있는 거죠.

우리나라는 어느 날 뮤지컬이 뚝 떨어졌어요
그런 걸 다 떠나서 지금 국내 뮤지컬풍토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어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다른 장르에서부터 차츰 성숙하고 발전해온 것이라면 우리나라는 어느 날 뮤지컬이 뚝 떨어진 거잖아요. 국내 뮤지컬의 역사는 불과 10년도 채 안됐죠. 해외에서 들어온 대작의 경우는 어느 정도 성공하지만 창작뮤지컬은 사실상 사정이 어려워요. 빛을 보지 못하고 사그러드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뮤지컬, 오페라, 연극의 차이는 어디에서 옵니까?
연극이랑 뮤지컬을 나눈다면 노래의 유무에요. 연극은 대사로 처리되죠. 오페라는 기존의 클래식에서 레퍼토리가 정해져 있어요. 반면에 작곡가들에 의해서 벨칸토(성악적) 창법으로 노래하는 장르죠. 반면 뮤지컬은 노래 장르를 사용함에 있어서 구분을 두지 않아요. 록앤롤, 재즈, 그 어떤 장르도 융합이 가능한 것이 뮤지컬이에요. 요즘은 뮤지컬의 대중화에 따라 연극에서도 노래의 요소가 많이 나타나요.

뮤지컬은 연극과 오페라를 뛰어넘는 융합적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렇죠. 그런데 뮤지컬도 역사적으로 결국 거슬러 올라가면 오페라에서 시작했어요. 뮤지컬은 많은 장르를 융합하며 지평을 넓혀나가는 장르에요. 앞으로도 뮤지컬에서 또 다른 장르가 파생될 수 있다고 봐요.

어떻게 뮤지컬을 시작하게 됐는지?

저는 성악을 전공했어요. 지금도 뮤지컬 하고 있지만 뮤지컬에 한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음악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요. 라틴이나 재즈, 판소리도 기회되면 배우고 싶어요. 성악을 공부하다 뮤지컬을 알게 된 것도 ‘오페라의 유령’ 때문이었어요. ‘오페라의 유령’을 보면서 성악보다 뮤지컬이 제가 하고자 하는 장르에 가깝겠다 생각했죠. 여러 장르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제가 하고자 하는 목표와 가까워요. 노래를 이것저것 많이 불러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무대 뒤, 관객이 알지 못하는 고충이 있나?

모든 배우 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연극배우든 영화배우든 그 말에 공감할 거에요. 황정민이 한 ‘저는 잘 차려놓은 밥상을 얻어먹은 것 뿐이다’ 라는 수상소감 말이에요. 배우는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무대 위에서 빛나지만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무대 뒤에서 배우를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힘이 굉장히 중요해요.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기억에 남는 거라면 많아요. 연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배우들 간의 호흡이라든가, 스텝들이 보는 가운데서 하는 리허설도 기억에 남는 경험이죠. 무대 위에서는 종종 실수가 있어요. 대사를 잊어버려서 다른 대사로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것은 배우들 사이에서 자주 있는 일이에요. 한 번은 제가 어떤 배우의 이름을 부르면 그 배우가 아역배우와 함께 나왔어야 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불렀는데도 안 나오는 거에요. 정말 당황했어요. 제가 좀 더 순발력이 있었다면 직접 가서 데려왔겠지만 당황한 나머지 1~2분을 하염없이 부르기만 했어요. 리액션이 없이 보낸 그 시간이 십 년처럼 길게 느껴지더라고요. 대극장무대에서 진땀을 뺐어요.

최근에 했던 작품은?
오페라 ‘투란도트’를 모티프로 해서 뮤지컬로 만든 ‘투란도’에요. 관객이 서양적인 시각의 작품을 동양적인 시작에서 납득할 수 있도록 각색한 작품이에요.

몇 작품이나?
저는 현재 ‘서울시뮤지컬단’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단체다 보니 1년에 작품이 세 개로 정해져 있어요. ‘서울시뮤지컬단’에서 8년 정도 했으니 스물 네 작품 정도 되는 것 같네요.

8년이라면, 팬들도 많을 것 같은데?
글쎄요. 아직까지는 팬이 많이 확보가 안 된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이혜경 선배님은 제가 뮤지컬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해 주신 분이에요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는 김선영씨, 강효정 선배님이 계세요. 특히 이혜경 선배님은 제가 뮤지컬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된 분이에요. 이혜경 선배님의 경우는 제게 동기부여를 처음 주신 분이라 애틋함이 있어요. 선영 언니는 연기도, 노래도 잘 하지만 인간적인 면에서 존경할 만한 분이었어요.

특별히 아끼는 작품, 명대사가 있는지?

제가 노래를 좋아해서 대사보다는 노래가 기억에 남아요. 제가 데뷔했을 당시, 무대에서 부른 ‘Jesus Christ Superstar’와 ‘Everything's alright’이라는 곡이 짧은 곡인데도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또, ‘침묵의 소리’라는 작품이 있어요. 작품이 정말 좋은데 안타깝게도 창작한 해에 한 번밖에 공연하지 못했어요. 당시 일본에서 활동하는 배우들과 합작으로 만든 공연이었는데 월남전에 관한 것이었죠. 한국인과 일본인이 베트남까지 가서 전쟁을 하는 중에 일본여자와 한국남자가 사랑을 하는 이야기였어요. 애틋한 멜로디의 노래가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어요. 재공연하고 싶어요. 방금 끝낸 ‘투란도’라는 작품도 힘들 때 만난 작품이라 개인적으로 애틋해요. 제게 의미가 큰 작품이에요.

뮤지컬 배우도 일상은 의외로 평범해요
일상이 특별히 다를 것은 없어요. 다만 극단에 있다 보니 극단 활동을 주로 해서 공연이 없을 때는 극단에서 클래스같은 것을 해요. 안무선생님이나 연기선생님을 초빙해서 일 년 내내 트레이닝을 받죠. 공연이 없는 날에 개인적인 레슨이나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해요. 틈틈이 체력관리도 하면서 기량도 발전시켜요.

체력관리 비법은?
규칙적으로 운동해요. 저는 달리기를 좋아해요. 활동적이다 보니 한 가지를 꾸준히 하기보다 다양하게 바꿔가면서 해요. 춤을 배울 때도 있고, 달리기도 하고.

운동할 시간이 있나?
세종문화회관 안에 운동할 수 있는 곳이 있어요. 따로 학원을 다니기도 해요.

아침에는 보통 몇 시에 일어나는지?
늦게 일어나면 8시, 일찍 일어나면 6시 정도에 일어나요. 규칙적인 편이죠.

일반인들과 똑같은 일상 얘기를 들으니 더 친근한 느낌이 듭니다. 좋아하는 음식은?
가리지는 않지만 일식을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면 종류를 잘 못 먹어요. 그래서 중국음식점에 갔을 때 가장 곤란해요. 스파게티도 잘 못 먹어요.

뉴스테이지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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