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무엇이고 또 역사는 무엇인가.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역사는 살아남은 자들이 기록한다. 노론과 소론이 정치 세력을 다투는 시대,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혔다. 첨단 과학이 발달된 2011년, 무대 위 세자는 왕립극장에 갇혔다. 죄목은 관객 살해. 연극 ‘한중록’이 시작됐다.

극장에서 세자는 사도세자를 소재로 한 연극 ‘한중록’을 바라보다 자신을 경멸스럽게 보는 한 관객을 살해하고야 만다.

극장에 갇힌 세자는 발악한다. 국왕에게 가서 빌며 이 상황을 극복해보자는 친구, 아내, 장인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하루 사이에 세자는 이미 폐인이 됐고, 점점 광기에 사로잡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무대를 감싼다. 세자는 절망과 무기력함밖에 남지 않은 자신을 계속해서 마주하고 있다.

세자는 탈출을 결심한다. 모두가 의심스럽고 진실을 알고 싶다. 세자빈과 장인은 그를 말리지만 세자는 그들을 협박한다. 세자는 비밀통로로 퇴장한다. 역시 광기에 물든 세자가 안쓰럽다.

그런데 이 때,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다. 세자빈과 장인의 태도가 돌변하는 것. 그들은 세자가 타고 나갈 차 브레이크를 고장 내고, 극장에 몰래 설치된 감시 카메라를 점검하며 세자의 죽음을 보려한다. 사실 세자가 갇히게 된 모든 상황이 세자빈과 장인의 음모였던 것. 살해된 관객 역시 세자의 죄를 만들기 위한 세자빈의 계략에 섭외된 자였다. 그들은 세자를 죽이는 것뿐 아니라, 세자를 죄인으로 만들고 싶어 모든 일을 계획해왔다.

세자는 모든 것을 눈치 챈다. 하지만 이미 그의 행동은 만천하에 공개된 뒤, 세자는 극장에 갇힌 지 7일 만에 진실이 배제된 음모에 의해 희생당한다.

연극 ‘한중록’은 극중극 형식의 작품으로 사도세자의 아내 혜경궁 홍씨가 남긴 문학 ‘한중록’을 현시대로 옮겨와 재해석했다. 고전 ‘한중록’과는 달리 그의 죽음에서 저자인 혜경궁 홍씨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사도세자를 둘러싼 권력다툼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 작품은 세련되고 힘 있는 무대미학을 구현해 온 연출 이기도와 2004 서울 연극제에서 희곡상을 받은 작가 백하룡이 만나 뜨거운 공연을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품은 기록된 역사와 실체적 진실의 관계를 무대에서 표현해 새로운 역사적 관점과 사극의 새로운 표현 방식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극중극 형식으로 고전의 새로운 해석을 만날 수 있는 연극 ‘한중록’은 오는 2월 18일에서 3월 13일까지 원더스페이스 동그라미 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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