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테를 쓴 중년 남성의 얼굴이 포스터를 가득 메운다. 그의 눈은 초롱이지만 삶에 대한 애착과 정열은 사그라든 지 오래다. 두 손으로 다소곳이 노가리를 받쳐 든 아저씨의 표정은 시큰둥하다. 흔히 노가리는 술자리에서 즐겨 먹는 안주다. 노가리를 문 걸로 봐선 술 한잔 걸쳤나 보다. 밝지 않은 표정으로 보아 뭔가 언짢은 일이 있은 듯하다. 

중년 남성의 목에 땡땡이 무늬의 빨간 나비넥타이가 매어져 있다. 아저씨의 분위기로 봐선 나비넥타이가 썩 어울리진 않는다. 담배 대신 꼬나문 노가리는 얌전치 못하게 입 밖으로 삐죽 튀어나왔다. 악 다문 입으로 보아 노가리를 먹는다기보다 그저 슬며시 베어 문 것 같다. 노가리 위로 “웃음 뒤에 숨겨진 우리 사회의 진정한 가족의 모습”이라는 문구가 쓸쓸하다.

멍한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이 중년의 남성과 노가리는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흔히 명퇴하면 부정적인 면이 떠오른다. 말이 명예퇴직이지 명예퇴직을 하는 사람 대부분은 아직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그렇다면 이 아저씨도 그 축에 드는 것일까. 어떠한 정보도 없는 이 포스터에서 그 답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연극 ‘명퇴와 노가리’는 명예 퇴직한 아버지와 청년 실업자 아들이 사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을 담아냈다. 실직과 실업으로 삶의 균형을 잃은 이 시대 아버지와 자식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희화화하고 있다. 덤덤하게 현실을 그려낸 연극은 우리의 치부를 웃음으로 드러낸다. 이 작품을 통해 웃음 뒤에 숨겨진 가족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 시대 소시민 이야기를 담은 연극 ‘명퇴와 노가리’는 오는 12월 7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 상상아트홀 블루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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