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공간 활용이 탁월한 안성수 픽업그룹의 작품 ‘시점_NOW’는 시선을 고정시키는 재능까지 겸비했다. 무대 곳곳을 누비는 무용수들의 작은 움직임에도 관객은 크게 반응했다. 탁 트인 넓은 무대를 100% 활용한 안성수 픽업그룹은 작품에 대한 놀라운 애착을 보였다. 무대 앞, 중앙, 양쪽 구석까지 어느 곳 하나 무용수의 발이, 몸짓이 닿지 않은 곳은 없었다. 별다른 무대 세트 없이 공간 활용만으로 관객의 시선을 이끌었다.

치명적인 유혹에 마비된 이성

‘시점_NOW’는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영화 ‘위험한 관계’에 바탕을 뒀다. 부패한 귀족사회의 사랑게임을 심리적으로 묘사한 영화가 춤으로 옮겨졌다. 무용수들은 표정이 아닌 몸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치명적인 유혹이 이성을 지배한 순간, 그들의 내적 갈등은 시작됐다. 이성을 깨우려 하면 할수록 무용수의 움직임을 격해졌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손과 갈 곳을 잃은 듯 배회하는 움직임에서 내면의 갈등이 배어 나왔다. 잠식된 유혹이 드러나자 무용수의 몸은 한데 뒤섞였다. 몸을 삼켜버린 유혹의 바다는 꽤 오랜 시간 육체를 탐닉한 채 이성을 매어둔다. 한 곳에 응집된 무용수들의 동작을 보는 관객 역시 이성이 마비된 채 그들의 격렬하고도 끈적한 움직임을 뒤좇는다.

하나의 유기체처럼 호흡하는 무용수들

몸을 밧줄 삼아 엉켜 있던 그들의 춤사위가 한동안 이어졌다. 떨어질 듯하면서 떨어지지 않는 무용수들의 팔과 다리는 한 데 뒤엉켜 누구의 팔, 다리인지 가늠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매끈하게 이어지는 움직임과 격렬한 동작은 관객을 매료시켰으며 이와 상반된 잔잔한 음악은 이들의 몸짓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격한 동작에서도 그들의 갈등과 쾌락을 맛본 흥분된 육체의 떨림은 객석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감정을 여과하지 않은 채 노골적으로 드러낸 몸짓에 관객은 적잖이 당황한다. 그 진실한 움직임은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돼 더욱 몰입하게 한다. 화려한 조명도 여타의 장치도 없이 오로지 공간 활용만으로 무대를 꽉 메우던 안성수 픽업그룹의 ‘시점_NOW’는 날것의 생선처럼 무대 위를 파닥거린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