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하면 떠오르는 것은 또각거리는 토슈즈다. 김긍수 발레단 ‘La 춘향’의 무용수는 이 토슈즈를 가뿐히 벗어 던진다. 마치 발레의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자유로워진 발은 무용수를 발레를 뛰어넘어 다양한 장르의 춤을 선보이게 한다. 장르를 뛰어넘은 안무와 더불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의상이다. 발레라고 하면 총총거리는 발걸음과 가녀린 발레리나의 몸매를 더욱 부각시켜주는 한껏 부푼 의상이다. 발레 ‘La 춘향’의 발레리나는 부푼 의상 대신 간편한 옷차림을 택했다. 발레리노 역시 몸을 옥죄는 타이츠는 벗어던지고 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관객 앞에 섰다. 이들의 복장은 고급스럽고 우아한 발레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깨뜨린다.

발레, 조금만 가벼워지면 관객과의 교감 100%

발레 ‘La 춘향’은 고전소설을 발레로 옮긴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여기에 판소리까지 더해져 더욱 이색적인 멋을 풍긴다. 김긍수 발레단은 현대판 ‘춘향전’을 확실히 재현해 보인다. 시대 배경은 2010년 현재로 옮겨왔다. 이몽룡과 성춘향이 만난 단옷날의 풍경은 패션쇼와 오디션장으로 건너왔다. 또한 영상에 익숙한 관객을 위해 영상을 곁들여 공감을 극대화한다. 무용수의 춤사위에 정신을 잃을 때쯤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는 영상이 등장한다. 이 영상은 무용에 익숙지 않은 관객을 공감으로 묶으며 공연에 집중하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La 춘향’의 수수한 무대는 영상과 그림자로 인해 풍성해진다. 무대에는 하얀 벽이 놓여 있고, 이 벽은 중간 중간 방향을 틀 뿐 공연 내내 고스란히 놓여 있다. 하얀 벽에는 무용수의 움직임이 반사돼 그림자가 되어 춤을 춘다. 이 그림자는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탁월한 러닝타임 60분

‘La 춘향’은 깔끔하다. 전체적인 느낌도 단정하지만 러닝타임은 군살 없이 매끈하게 다져진 어느 여성의 바디라인처럼 정갈하다. 속도감 있는 진행과 순조로운 무용수의 호흡은 관객을 매료시킨다. 인터미션없이 한 시간을 꽉 채운 공연시간은 알맞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무용수의 역량과 작품을 맛깔나게 차려낸다. ‘La 춘향’을 맛본 관객은 풍요롭고 신선함을 음미한다. 누구나 아는 스토리라인은 발레에 대한 낯섦과 적개심을 봉인해제했으며, 돋보였던 음악은 관객의 귓전을 맴돌며 관객을 극 속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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