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삶 속, 우리는 지금 ‘판타지’가 필요하다. 터무니없는 꿈과 환상, 욕망에 이끌린 충동적 선택, 운명적 사랑과의 재회와 같은 비현실적 상상 등은 하나의 ‘판타지’이다. 마음의 밀힘과 끌힘에 따라 움직일 때 두려움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많은 인생들이 아주 가끔 동심적 ‘판타지’를 실현한다. 그리고 그것은 잊을 수 없는 하나의 기억으로 남는다. 이것은 보물 상자와 같아서, 자주 꺼내보지는 않지만 가끔 열어보면 말할 수 없는 환희에 잠긴다. 여기 순수했던 첫사랑의 보물 상자를 조심스럽게 들춰 모두를 환상으로 이끄는 뮤지컬이 있다. 뮤지컬 ‘김종욱찾기’이다. 이 뮤지컬은 판타지의 맹목적인 추구보다 삶과 더 가까이 있기에  더욱 공감과 감동을 준다.

- 시공간을 넘나드는 스토리 라인, 무대와 영상 잘 뒷받침해줘…   

뮤지컬 ‘김종욱찾기’는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애틋한 첫사랑과의 추억을 더듬는다. 한국과 인도, 일본 공항, 과거와 현재가 ‘사랑’이라는 달콤한 주제와 엉켜 독특하고도 지루함이 없는 참신한 무대를 만들어냈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스토리라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했던 것은 무대, 세트와 영상이었다. 부드럽고 밝은 톤의 모던하고 담백한 세트를 기본으로 유동성 있는 무대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신을 시도했고, 짧은 암전에도 미흡함 없이 척척 진행됐다. 한 무대 다른 장소 연출에도 어색함은 없었다. 특히 실감나는 영상과 조명은 도심의 분주함과 꿈같은 환상의 적절한 조화를 잘 표현해 냈으며, 극의 흥미를 더욱 극대화시켰다.  
 
- ‘김종욱 찾기’의 명실상부 ‘멀티맨’, 그가 나오면 백전백승
 
여성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매너,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의 잘생기고 멋진 김종욱보다 더욱 두드러지는 것은 단연 멀티맨 정문성이다. 무대는 ‘그’와 ‘그녀’와 ‘멀티맨’ 뿐이다. 널따랗고 심플한 무대를 ‘그’와 ‘그녀’가 채워야 하기에 애드리브인지 대사인지 분간할 수 없는 순발력있는 재치로 양념을 쳐주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멀티맨’ 하나 만으로도 무대는 다채로운 색깔로 꽉 메어진다. ‘멀티맨’의 힘이다. 이 힘은 현대적 감감을 실은 가벼운 유머와 공감을 유발하는 농짙은 연기에서 비롯한다. 20여 가지 배역을 혼자 소화하면서도 친구 만나듯 편안한 모습이니, 감탄이 절로 날 수밖에 없다. 편안한 웃음을 선사하는 그의 ‘끼’는 끝을 모르고 관객들의 박장대소를 유도한다.       

- 귀에 익숙한 솔직담백한 넘버, 사랑의 다채로운 변주를 노래

첫사랑의 감정을 어떤 말로 노래할 수 있을까. 뮤지컬 ‘김종욱찾기’는 솔직담백한 마음을 동심어린 예쁜 단어와 달콤한 멜로디로 엮어 노래한다. 각가지 달달한 맛이 담긴 종합선물과자세트다. 오래된 유행가처럼 익숙한 ‘김종욱찾기’의 멜로디는 귀에 착착 감긴다. 가슴이 멎은 듯한 첫사랑의 시작과 이별, 상처, 미묘한 감정을 담은 노래가 관객들의 감성을 두드린다. 무엇보다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기자 임강희의 복잡한 심정을 아름다운 멜로디로 잘 표현해 냈다. 달콤한 노래는 깜직 발랄한 동작과 어우러져 말 그대로 러브리한 무대를 보여준다. 뮤지컬 ‘김종욱찾기’는 어렵지 않다. 우리 이야기다. 이야기의 군살을 걷어내고, 관객들의 입맛에 맞게 완성도를 높였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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