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오페라무대의 대미를 장식할 20세기 화제작, 오페라 ‘룰루’가 오는 11월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공연된다. 오페라 ‘룰루’는 모두에게 짓밟혀진 후 세상의 파괴자로 변한 여성의 숙명을 그린 작품으로 20세기 가장 혁신적인 오페라로 손꼽힌다.

금단의 영역을 깬 관능의 오페라 ‘룰루’, 왜 20세기 화제작인가!

오페라 ‘룰루’는 독일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희곡 ‘대지의 정령’, ‘판도라의 상자’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사회의 밑바닥에서 비천한 생활을 하던 여주인공 룰루를 중심으로 그녀에게 투사된 남자들의 욕망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에로스, 권력과 유혹을 둘러싼 유희를 그린다.

원작은 발표 당시 퇴폐적인 범죄행위, 죄악의 미화 등 혹독한 평가와 함께 작가는 음란물 유포 죄로 고소당하고, 출판물은 폐기판정이 내려졌다. 작가는 반부르주아적 성격과 공격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로 사회의 몰락현상을 그린다. 관능적이고 성적인 쾌락과 육체적 탐욕에 빠진 방탕한 생활을 통해 인습에 얽매여 성을 적대시하는 중산층 계급의 위선적 도덕관을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녀는 남자들을 파멸시켜가는 창부인가! 사회의 희생자인가!

첫 번째 남편 의사고문관은 심장발작,
두 번째 남편 화가는 자살로 차례차례 죽음에 이르고,
다음은 권총에 죽음을 당하고…
 
결국 그녀는 정사도중 처참히 살해되니...

여성의 원초적 형상을 그린 주인공 ‘룰루’는 헨리크 입센의 ‘노라’, 오스카와일드의 ‘살로메’에 이어 당시 기성 관습 속에 족쇄처럼 얽매어 있던 여성관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존재이다.

‘거칠고 아름다운 짐승’, ’영혼이 깃들지 않은 생명체’, ‘초인적인 존재’로 묘사되는 ‘룰루’는 진정한 사랑을 얻지 못한 채, 관습이 규정해놓은 거짓 도덕성과 진정한 인간적인 도덕성 사이에서 찢김 당하고, 죄악으로 못 박힌 여성으로 치부된다.

작곡가 알반 베르크는 오페라 ‘보체크’의 표현주의 무조음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오페라 ‘룰루’에선 12음 기법을 사용한다. 이 작품에서 반음을 오르내리는 멜로디와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멜로디로 불안한 현대인의 심리를 반영한다. 작품은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연주하지만 각 인물에 주어지는 라이트모티프(유도동기)는 아주 명료하고 섬세하게 전달한다. 입체적 인물들의 다중적인 심리묘사를 탁월하게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익숙치 않은 현대 음악을 이해하는 것이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면, 극의 전개에 몰두해 음악을 극의 배경음악처럼 감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작품에서 알반베르크의 음악은 다중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들의 성격을 절묘하게 묘사, 충격적인 스토리를 더욱 풍부하게 표현해 오페라의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뉴스테이지 전성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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