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를 죽도록 사랑한 한 남자는 결국 그녀를 죽인다. 그리고 함께 목숨을 잃는다. 1845년에 만들어진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소설 ‘카르멘’은 비제의 오페라,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하게 각색돼 관객들과 마주한다. ‘카르멘’의 드라마는 언제나 숙명적인 사랑의 격렬함과 황량함을 보여준다. 이번엔 소극장이다. 극단 벼랑끝 날다는 이야기를 뮤지컬로 표현, 무대로 옮겨왔다. 작품을 올리면서 앞에 뮤지컬이라는 수식을 붙이기는 했지만 스스로 장르의 구별짓기를 거부한다. “이번 공연은 원작 소설 ‘카르멘’을 닮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러면서도 춤, 노래, 악기, 무용, 연기 모두를 주인공으로 내보이고 싶었죠. 작품을 통해 춤과 노래, 이야기들을 한데 둘러 관객들과 나누기를 바랐어요.” 뮤지컬 ‘카르멘’의 연출가 이용주를 만났다. 

- 배우와 연출 사이에서

그가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건 매우 단순하면서도 운명적이었다. 그는 연출가이기 전에 오랜시간 활동해 온 배우로 10년 전 ‘카르멘’의 주인공 돈 호세 역을 맡아 연기했었다. “돈 호세 역을 연기 했을 때, 아쉬움이 많았어요. 호세가 가지고 있는 아픔을 다시 한 번 표현 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있었죠. 그러다 배우인 친구들을 만나 연습과 훈련을 하던 중에 책꽂이에 꽂혀진 소설 카르멘을 우연히 보게 됐어요. 그리고 바로 결정했죠. 배우들의 거울인 연출로 카르멘을 무대에 올리기로 말이에요”

그는 작품에서 장르의 구분은 물론 배우와 음악감독, 연출가의 역할 구분 또한 원치 않았다. 그의 마음은 이 작품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음악감독이자 작곡을 맡은 심연주는 레멘다죠 역을 맡았고, 무용가 허란은 작품의 안무감독이자 소샨나 역을 훌륭히 해낸다. “서양 연극사를 보면 연출의 기능이 나온게 얼마 되지 않아요. 연기자를 행위자(perfomer) 개념으로 볼 때 미술, 글, 음악, 무용, 체육 예술 장르가 모두 하나에 모여 있었어요. 그러다 예술 분야가 나눠졌고 서로를 간섭하지 않았죠. 그때부터 배우는 글을 쓰는 작가나 음악을 알려주는 작곡가, 극을 이끄는 연출이 없으면 연기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됐죠. 앞으로는 연출과 배우가 점점 통합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 작품과 사람이 사이에서

하지만 배우와 연출의 역할은 다르다. 연출을 맡는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에 답답하기도 하고 너그럽게 기다리지 못할 때도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연출했던 작품이기에 부담도 있었을테다. “보여지는 것에 대해 긴장하지는 않았어요. 모두 함께 웃고 떠들면서 즐겁게 연습하고 만들었죠. 행복했어요. 작품의 볼거리 역시 즐겁게 함께 연습하다가 자연스럽게 나온 거에요. 연습과정에서 배우들이 자기 재능을 찾고 즐거움과 자유를 만끽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출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을 연출하기보다 사람과의 관계를 조화롭게 연출하는 행위자이기를 원해요.”

연출가 이용주는 작품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공연계 사람들은 작품을 중심으로 모이기 때문에 작품이 시작되면 모였다가 작품이 끝나면 흩어진다. 하지만 그의 극단은 사람들이 좋아 모여서 즐겁게 작품을 하고, 작품이 끝나도 사람들이 남아 모여 있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일까. 그의 작품을 보면 작품에게 사람의 마음을 주게된다. 작품은 분명 비극을 말하지만 따뜻하고, 즐거운 여행을 하고 온 듯 한 느낌을 받는다.

뮤지컬 ‘카르멘’은 오는 10월 31일까지 대학로 소극장 모시는 사람들에서 공연된다.

글_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전성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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