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엄마의 약속’에는 겹이 있다. 눈물과 웃음이 겹겹이 포개진, 꽃송이 같은 애잔한 향기가 있다. 그 향기의 끄트머리에서 관객은 ‘사랑과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진정성을 획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극은 삶을 다루어야 한다’고 말하는 극작가, 고성일 씨가 있다.

▷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작품을 각색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첫 번째로 다큐멘터리의 주제가 무거워서 힘들었다. 어떻게 하면 뮤지컬을 너무 슬프지 않게 풀어나갈지 고민했다. 두 번째는 실존인물을 다루는 것이 힘들었다. 현재 고인이 되신 분도 있지만, 유가족들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관객에게 작품을 보여줄 때, 유가족에게 상처가 안 되면서도 위로가 되도록 고민했다. 세 번째 작가로서 집필기간이 짧아서 어려웠다. 저는 짧은 기간에 작품을 잘 쓰지 않는다. 그러나 대표님의 기획의도가 정말 좋았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고생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작곡가와 3~4개월을 그렇게 살았다.

▷ 다큐멘터리를 각색한 작품으로, 플롯에 특징이 있다면?

이 작품에서 소윤을 남겨진 약속, 열매라 표현할 수 있다. 소윤이 엄마를 찾을 나이 때, ‘사춘기’로 미래를 가정했다. 그게 저에게는 첫 번째 욕심이었다. 그걸 잘 설정했다. 그것을 잡아버리니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구성이 합쳐지는 게 적절히 극으로 잘 되었다.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처럼 순서대로 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 창작뮤지컬을 하실 때마다 어려운 점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도 느끼는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제작사에서 창작뮤지컬에 대한 확신이 없다. 검증되어 있는 작품을 사오는 것이 쉽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대본과 음악을 보고, 작품을 상품화시키는 것에 대해 확신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의외로 관객들은 창작뮤지컬을 원하고 있다. 제작자의 생각이 바뀌는 것이 가장 어렵다. 다행히 이번 작품은 창작뮤지컬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신 기획사 대표님을 만났다. 그래서 의기투합 했다. 그 외에는 극장 대관 어려움처럼 공통적인 것이다.

▷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과 창작뮤지컬이 어떻게 융합이 되어서, 우리나라의 뮤지컬계 전체 발전을 이뤄나가야 되는 것인지?

저는 무조건 국내뮤지컬을 살려야 되고, 해외 라이선스는 거부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그 안에 한국 사람이 원하는 삶이 들어가 있다면 얼마든지 수용 할 수 있다. 극이 삶을 다루지 않으면 한낱 장난에 불과하다. 이것만 된다면 해외 라이선스와 창작뮤지컬의 구분이 필요 없다. 결국 만드는 사람들은 다 예술가다. 예술가들은 본인의 작품이 해외에서든 모국에서든 많이 공연될수록 좋다. 자신들의 작품을 해외로 팔고 싶은 욕심은 누구나 있다. 그걸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다만 그 연극이 우리의 삶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삶을 풍족하게 해주면 된다.

▷ 극에 대한 스토리라인과 가사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도 뮤지컬 라이팅을 전공하고 쓰고 있지만, 가사 자체도 극을 점진적으로 전진시켜야 한다. 많은 뮤지컬이 재미없는 이유는 노래만 보여주면 플롯이 멈추기 때문이다. 사건은 진전되지 못하고, 자기 심정만 이야기 한다. 오히려 노래가 진행될 때 재미가 없어진다. 이것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서 가사 자체도 플롯을 점진시켜야 한다.

▷ 작사를 할 때 가장 유의해야 될 것은?

예술가에게 있어서 ‘이렇게 써야 한다’는 법이 있다는 것은 무리다. 다만 기초적인 기교는 있다. 노래형식 송 폼이라든가, 노래는 그 인물만의 노래여야 된다든가, 플롯을 전진시켜야 된다는 기본적인 법칙들이 있다. 이것이 아직 창작뮤지컬에서는 약하기 때문에, 창작뮤지컬이 외면 받는다. 그래서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엄마의 약속이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면?

작가의 입장과 제작자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공통적인 것이 있다. 이 작품을 통해 가족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도전을 받았으면 좋겠다.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좀 더 다른 뮤지컬을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 현재 대학로에서 뮤지컬하면 즐겁고, 코믹한 것을 많이 다루고 있다. 균형적인 측면에서라도 이런 작품들이 나오면 관객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 관객은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쇼 개념의 뮤지컬이 아닌 것을 체험할 수 있다.

▷ 뮤지컬 ‘엄마의 약속’이 현시대에 말하고자 하는 바와 우리가 생각할 점은?

우리 모두에게는 우리만의 소윤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 인물의 미래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암에 걸려 죽는 상황은 엄청난 시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봉의 가족이 사랑을 지켰다. 우리는 이것을 배워야 한다. 가족을 넘어서 이웃과 사회 전체에서 사랑을 지켜야 한다.


정은승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