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스럽게 익은 살구나무가 포스터 끄트머리에 슬며시 걸려 있다. 살구나무임을 짐작하지만 보여진 모습은 아직 여린 나뭇가지에 불과하다. 살구나무에서 조금만 시선을 옮겨가면 ‘살구처럼 시린 사랑...’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살구와 이 포스터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과연 어떤 사랑이기에 살구처럼 시리다는 걸까. 솜사탕처럼 혹은 초콜릿처럼 달콤해도 모자랄 사랑일터인데 시리다니 그 사랑이 순탄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왕세자실종사건’이라는 문구는 포터 중앙에 떡 하니 자리하고 앉아 작품의 제목을 시원스레 알린다. 더불어 작품이 뮤지컬이라는 것도 친절히 알려준다. 그뿐만 아니라 작품의 정보 슬쩍 흘려 놓아 눈길을 이끈다. 그럼에도 포스터는 정갈하고 깔끔하다. 포스터 전반에 깔린 한지 느낌이 감도는 황토색의 색감은 포스터를 한층 정돈돼 보이게 한다.

포스터 아래에 자리한 처마가 어둡게 음영 처리된 것으로 보아 왕세자가 없어진 시각은 야심한 시각이었을 것 같다. 그런데 무슨 연유에서 왕위를 이을 왕세자가 없어진 걸까. 이때 왕세자가 스스로 종적을 감춘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의해서 납치된 것인지 궁금하다. ‘살구처럼 시린 사랑...’이라는 문구를 떠올려 보건대 전자에 힘이 실어진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애닳아하며 임을 만나러 간 게 아닐까. 막으면 막을수록 더 거세지는 게 사람 마음인데 손으로 움켜쥐던 그 마음이 흘러넘친 탓에 권세를 버리고 임 찾아간 것이 아닐까.

뮤지컬 ‘왕세자실종사건’은 평온하던 궁궐에 갑자기 왕세자가 사라지는 사건을 놓고 극 중 인물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왕세자가 왜 없어졌는지 그것이 사랑 때문인지 정확히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사랑 때문일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뮤지컬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은 넘버이다. 이 작품의 넘버는 작곡가 황호준이 작곡했으며 뮤지컬, 국악, 관현악, 재즈까지 모든 장르를 넘나든다. 황호준 작곡가는 “빠른 템포의 극적 전개와 긴장감을 살리고자 재즈 쿼텟, 스트링 합주 앙상블을 사용했다. 미스테리한 시대를 만들기 위해 민속타악기, 아시아 전통악기들을 혼용해 작품 속에 재즈, 클래식, 전통음악 등 다양한 음악을 담아내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왕세자의 실종을 두고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뮤지컬 ‘왕세자실종사건’은 오는 10월 1일과 2일 안산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첫 공연을 한 뒤 10월 19일부터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로 자리를 옮겨 11월 7일까지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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