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그것은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고 왠지 몸 어딘가에서 꿈틀거리고 있을 것만 같은 꺼림칙한 기분을 안겨준다. 벌레라는 것은 손톱의 때만큼이나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늘 기피의 대상이다. 간혹 풀벌레와 같은 다정스런 벌레도 있지만 극히 일부일 뿐이다. 인간에게 벌레는 늘 죽여야 하는 대상일 뿐이다. 그것이 몸에 이롭건 해롭건 그건 상관없다. 그저 혐오의 대상으로 인간의 마음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 벌레들에게 반가이 인사를 건네는 연극이 있다. 바로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다. 피투성이라는 단어에서 벌레들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지극히 인간적인 시각에서 본 거지만 말이다. 벌레 두 마리가 다정히 변기에서 노닐고 있다. 그들은 메뚜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우리가 모르는 다른 벌레 같기도 하다. 어둑어둑 골목길을 연상시키는 길목을 벌레들이 점령하고 나섰다. 변기가 놓인 곳이라면 응당 화장실이어야겠지만 벌레가 앉아 있는 변기는 신호등과 쓰레기통과 함께 거리에 떠돌고 있다. 변기에 앉은 벌레 위로 아슬아슬 신호등을 타고 있는 벌레가 보인다. 흡사 거북이와도 같은 그 모습은 왠지 벌레와 어울리지 않게 귀엽다.

연극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는 인지 없는 살인과 자학의 블랙코미디를 다뤘다. ‘충동적 살인으로 숨어버린 사람’, ‘부모의 자살로 공황상태에 빠진 소년과 소녀’, ‘젊은 부부의 사고사’, ‘은행 털 계획을 세우는 남녀’ 등 극단적인 상황에 빠져있는 주인공의 네 가지 에피소드를 그린다. 극단적인 상황을 열거, 그 속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무거운 소재 속에 희망을 전하는 연극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는 블랙코미디다. 극한 상황의 어둠 속에 피식하고 관객이 미소 혹은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어둡지만 웃을 수 있는 건 비참한 상황 끝에 희망이라는 작은 돌파구가 있기 때문이다.

혐오스런 벌레를 들어 극한의 상황과 그 속에 희망을 담은 연극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는 퍽퍽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한줄기 희망의 샘물을 길어줄 것이다. 연극은 오는 10월 10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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