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우리 고유의 연희를 녹여낸 창극과 만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로미오와 줄리엣’과 창극이라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지난해 2월 초연 당시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서양고전과 창극의 조합을 멋들어지게 표현했다. 가슴 아픈 사랑 ‘로미오와 줄리엣’이 창극을 만나 희비극을 아우른다. 젊음 감성을 담아낸 이 작품은 창극 하면 떠오르는 ‘어른신들의 문화’라는 편견까지 없앴다. 국립극장은 창극에 대한 편견을 깨고자 ‘젊은 창극’을 기획,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보이며 창극의 대중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창극에 대중화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국립극장 이주영 기획위원을 만났다.

로미오와 줄리엣, 로모와 주리로 다시 태어나다

동서양의 조화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창극과 ‘로미오와 줄리엣’은 낯설기만 하다. 우리 정서에 맞도록 구성하고자 이탈리아 베로나에 존재했던 로미오와 줄리엣이 고려시대 영남과 호남을 잇는 팔량치 고개로 건너왔다. 이름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닌 로묘와 주리로 바꿨다.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과 우리 고유 창극이 더해졌을 때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배경을 옮겼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은 번안 창극이자 창작물이에요. 그래서 원작을 그대로 담아내되, 현시대의 문화를 고려해 젊고 세련된 것에 치중했어요.”

창극하면 해학과 풍자가 떠오르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이다. 웃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절절한 사랑에 어떻게 웃음의 요소를 담아냈을까.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텔링은 비극이지만 극 중간 중간 굿판, 탈춤, 줄타기 등 우리 고유의 연희를 녹여냈어요.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농익은 사랑이야기가 관객으로 하여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웃음을 짓게 만들죠.”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화 역시 고어가 아닌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언어표현을 많이 사용해 젊은 층의 공감을 얻고자 했다.

창극으로 다시 태어난 ‘로미오와 줄리엣’을 더욱 재밌게 관람코자 한다면 시공간이 어떻게 이동됐는지 보는 것이 좋다.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관람 포인트는 시공간입니다. 시공간의 이동을 살펴보게 되면 극의 이해가 훨씬 빠르고 원작과 창극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또한, 비교를 하다 보면 우리 고유의 멋을 느낄 수 있어요.”

전국 방방곡곡에서 선보이는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

지역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하다 보면 어려운 점은 없을까? “아무래도 공연장을 옮겨서 공연하다 보니 공연장 상황을 조율하는 부분이 가장 신경 쓰여요. 매끄럽게 일을 진행하고자 노력하죠. 또한, 서울버전의 공연을 고스란히 옮겨가고자 노력합니다.” 문화는 독식이 아닌 공유라고 말하는 이주영 기획위원은 오늘도 문화나눔을 실천하고자 애쓰고 있다. 그의 노력이 결실을 보이길 기대해본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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