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쓰릴미’는 2007년에 초연된 후로 여성관객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2인 극인 이 작품은 두 명의 남자 배우로만 극을 이끌어 간다. 거기다 출연배우 모두 훈남이니 여성관객이 많을 만하다. 현재 공연 역시 여러 명의 멋진 ‘그’와 ‘나’가 포진돼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최수형, 최지호, 김하늘, 지창욱, 김재범, 조강현 그리고 얼마 전 합세한 오종혁, 이지훈까지 총 8명의 배우가 ‘그’와 ‘나’를 연기한다.

뮤지컬 ‘쓰릴미’는 1924년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유괴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어린 나이에 법대를 졸업할 정도로 명석한 두뇌를 지닌 ‘나’와 ‘그’다. 그런 둘은 34년 전 12세 어린이를 유괴해서 처참하게 살해하기까지의 상황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나’와 ‘그’가 피로 맺은 계약, 그들은 왜 12세 소년을 왜 죽여야 했을까? 뮤지컬 ‘쓰릴미’는 오는 11월 14일까지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다른 건 없다. 오로지 쓰릴미라는 글귀만이 있다. 참 군더더기 없고 간결하다 못해 단순한 포스터다. 그렇다고 허전한 느낌이 드는 건 아니다. 오히려 글씨체 하나하나 눈여겨보게 한다. 한글로 씌어 있는 쓰릴미의 음영이 어두운 느낌을 주고, 영어로 쓰인 thrill me는 핏자국을 연상시킨다. 글 주위에 붉은 점은 thrill me가 피로 물들었음을 알려준다. 또 그 아래 ‘리얼 뮤지컬’이라는 글을 통해 이 뮤지컬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연 당시 포스터 보다는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쓰릴미의 포스터는 여전히 간결하고 깔끔하다. 2007년 포스터가 텍스트를 나열해 내용을 짐작게 했다면, 2009년 포스터는 이미지를 추가해 서로 속박하는 ‘그’와 ‘나’의 관계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교차된 손, 두 손은 한 사람의 것일 수도 있고, 각기 다른 사람의 손일 수도 있다. 팔의 위치를 보자면 한 사람의 것 같지만 손등에 선 핏줄을 보니 서로 다른 사람의 손 같다. 위쪽에 있는 팔 손등에 유난히 핏줄이 굵다. 마치 누구를 놓기 싫은 마냥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일러스트로 꾸민 2010년 포스터는 ‘호텔 아프리카’, ‘마틴 앤 존’, ‘피버’ 등으로 유명한 만화가 박희정 작가의 작품이다. ‘그’와 ‘나’로 보이는 인물을 배치해 극의 긴장구조를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성관객을 열광케 하는 배우 대신 일러스트가 자리한 이번 포스터는 캐릭터 자체가 가진 강렬함을 느낄 수 있다. 잘생긴 두 명의 남자는 서로 바라보고 있다. 둘은 미남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한 외모지만 둘에게서 따뜻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살짝 올라간 눈초리와 꾹 다 문 입 그리고 한 사내의 넥타이를 움켜쥐고 있는 손이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 뒤로 보이는 음울한 배경색이 이들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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