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시절 미술 시간, 미술책 한 가운데 추상화 그림이 있었다. 저 그림이 정말 대단한 그림인지, 왜 저 그림이 잘 그린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섭고 이상하며 복잡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보이는 것 이상으로 그것이 가진 의미를 보라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학생이 어른이 돼 지금, 이 포스터와 마주한다.

흰 색 포스터 속 그림은 검정 바탕위에 그려졌다. 그래서 그 안의 두 여인은 어두운 곳에 갇혀 있는 사람처럼 비춰진다. 그 검은 바탕 덕분에 얼굴색은 검정색이 돼버렸고 선으로 그려진 그녀들의 뼈대와 어지럽게 널려진 물건의 색들만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도드라진 물건과 선으로 그려진 두 여인의 모습은 어두운 곳에 갇힌 듯 한 느낌과 더불어 어지러운 그녀들의 내면을 말해주는 듯하다.

두 여인의 겉모습 또한 예사롭지 않다. 몸은 주전자와 파이프로 돼있고, 눈과 코는 색깔이 입혀졌지만 입은 없다. 입이 없으면 자신의 마음을 밖으로 표현할 수 없다. 등 돌리지 않고 마주보며 있지만 입 없는 두 여인의 모습. 그것은 어둡고 어지러운 내면과 더해져 그림 속 그녀들을 더욱 외롭고 고독하게 만든다.

연극 ‘메카로 가는 길’의 포스터 그림은 노인문제, 여성문제, 인권문제, 종교문제 등 다양한 시사적 메시지를 고도의 은유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의 내용을 잘 담았다. 보는 이에 따라 의미가 다른 추상적인 그림처럼, 연극 ‘메카로 가는 길’ 역시 보는 이에 따라 다른 시각의 다양한 메시지가 삶에 파고들기 때문이다.

연극 ‘메카로 가는 길’은 1974년 남아프리카 뉴베테스다를 배경으로 두 여인과 한 목사가 등장해 고독한 개인이 정체성과 삶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공연은 배우 서인석이 12년 만에 연극으로 돌아와 무대에 서는 것으로도 화제가 된 작품으로, 오는 8월 6일부터 22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올려 진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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