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품이 있다. 의사이자 작가인 전영경의 수채화 ‘동행2’가 그렇다. 그의 그림은 쳇바퀴처럼 도는 일상에서 늘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깊이를 묻는다. 이 작품은 벤치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지그시 바라보는 두 노인을 그렸다. 중심을 잡고 균형을 맞춘 구도와 안정된 색감, 밝은 분위기는 자극적이고 충동적인 것에 중독된 현대인의 눈과 가슴을 환기시켜준다.

전영경의 작품이 지난 6월 15일부터 15일간 열렸던 안국갤러리의 ‘예술과 의술의 만.남.’ 한 쪽 벽면을 장식했다. “의사라는 직업은 항상 자신을 억제하고 다른 사람이 우선시 되는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업 때만큼은 저만의 세계에 몰두할 수 있어 제겐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의사와 작가, 이 모든 것을 함께 해나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그는 활동을 주춤하는 법이 없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면 어김없이 붓을 들고 또 세상과 그의 세상을 접합시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다.

“고등학교 시절, 그림을 전공하길 간절히 소망했어요.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의학을 택하게 됐죠” 그림을 누구보다 동경했던 그녀였기에 마음속에는 그림에 대한 미련이 항상 자리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우연한 기회를 손에 쥐게 된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림을 시작하게 됐다. 전영경은 앤드류 와이스의 그림을 보면서 꿈을 키워왔다. 앤드류 와이스는 15년 동안 240여 점, 한 여인만을 그린 괴짜 화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리얼리즘 화가로 목가적인 풍경과 고향의 정겨움 등을 즐겨 그렸다.

전영경 역시 마음의 고요를 부르는 작품들을 주로 그려왔다. 수채화는 이를 최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장르였는지도 모른다. “부드럽고, 자연스러우며,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는 고요함이 수채화가 가진 매력이라고 봅니다.” 작업 시, 작품에서 마음의 평정을 늘 강조하는 그녀다. 그런 그녀에게 비단 그림에 드러난 비주얼은 다가 아니다. “미술 뿐 만 아니라 예술세계에는 무엇보다 인간애가 넘쳐나야 합니다.”

전영경의 수채화 사랑은 공식적인 수채화회 활동으로 이어진다. 물빛수채화회 회원인 그는 지난 십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전시회를 해오고 있다. “나이 탓으로 회장도 역임하고, 열심히 활동했어요. 회원들은 십년지기들이라 맘을 읽을 정도로 친하게 지냅니다.”

최근 그녀는 다른 취미활동분야를 넓혀나가 모든 시간을 그림에만 몰두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일주일에 두 번, 급하면 주말을 몽땅 할애해서도 정해놓은 작업시간을 꼭 지키는 그다. “제 그림을 통해서 저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에게 있어 수채화는 세계와의 소통이자 인간적인 대화다. 전영경은 무엇보다 그 당시의 감정이 그림으로 가장 잘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을 덧붙여 전했다. 

“나이 들어가면서 풍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붓을 들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계속, 끊임없이 그릴 계획입니다.”요즘 전영경은 색소폰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일주일에 한 번하는 춤 활동도 함께. 작품 활동과 병행해 일과 그 외의 취미, 이 모든 것을 해내려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를 판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잊지 않고 꼭 하는 것이 있다. 독서다. 그는 ‘독서는 힘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는 주로 법정스님의 책과 불교경전들을 가까이 두고 읽는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작품으로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세상과 소통하게 될 것이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가 전영경의 수채화 사랑, 인간애가 많은 이들의 가슴에 사랑을 불어넣어 주기를 기대해본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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