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의 메카라고 불리는 서울 대학로. 100 군데가 넘는 이곳 공연장에서는 매일 밤 누군가의 사연이 플레이된다. 하지만 대학로를 조금만 벗어나도 공연문화에 대한 갈증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싼 티켓 가격에 먼 길을 달려와야 하는 수고를 프리미엄으로 지불해야 하는 지역 주민들은 공연 한 편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최근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몇몇의 작품들이 지역 공연장을 찾고 있다. 대학로 소극장 축제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인 뮤지컬 ‘락시터’도 그 중에 하나다. 연출가 위성신은 “지역에 있는 문예회관을 중심으로 공연의 허브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 몸 구석구석 영양분을 줘야하듯 문화도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 이근삼의 ‘낚시터 전쟁’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들었다. 뮤지컬 ‘락시터’를 만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이 작품은 두 남자의 이야기다. 30대를 대변하는 남자와 60대를 대변하는 남자. ‘요즘 남자들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이 이 작품의 근간이 됐다. 나이가 많든 적든 누구나 그들이 갖는 갈등과 고민이 있을 거다. 각각의 세대는 무슨 고민으로 사는가, 사회는 점점 고령화가 되어 가는데 우리사회는 50세쯤 넘어가면 사회적으로 물러난다. 그들이 갖는 소외감과 30대가 갖는 생활고 등 각각의 세대가 갖는 문제들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뮤지컬 ‘락시터’는 심각한 이야기를 좀 더 재밌고 코믹하게 풀고 싶었고 심각하지 않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 ‘락시터’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얘기는 두 남자들의 갈등도 그렇지만 낚시터 풍경에 관한 것이다. 낚시터에 앉아 있는 두 남자를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인간군상들을 연기하는 멀티맨의 활약도 재밌다는 반응이다. 또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관객이 실제 무대에 올라와 라면을 끓여 먹고 술도 마시는 ‘관객참여’를 예로 들 수 있다.

- 모노드라마 ‘염쟁이 유씨’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관객을 무대 안으로 끌어들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코미디극일수록 관객과 오픈돼서 만나는 게 재밌다고 생각한다. 심각한 이야기를 쉽게 푸는 방식으로 관객첨여형 뮤지컬을 생각했다. 관객들의 마음을 쉽게 열 수 있고 요즘 관객들 자체가 소극적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즐기는 부분이 있다. 그런 장치들을 통해 극에 빠져들고 보는 입장이 아니라 즐기는 입장으로 관객들을 유도하기 위해 무대를 오픈했다.

- 이 작품은 멀티맨의 활약이 매우 두드러진다.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인가.

그렇다. 낚시터라는 공간 자체가 사건이 일어나기 보다는 정적인 공간이다. 두 남자가 싸우는 갈등은 있지만 재미와 변화가 약해서 정적인 극을 동적으로 만들기 위해 멀티맨을 등장시켰다. 멀티남녀의 캐릭터가 작품의 변화와 재미를 준다. 멀티남녀의 변신을 찾아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 다양한 인간형이 등장한다. 캐릭터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일반적으로 낚시터에 올 수 있는 인물들을 배우 네 명과 함께 고민을 했다. 충분히 개연성을 갖고 있는 인물과 특별히 개연성은 없지만 이 사람이 등장했을 때 의외의 변수가 생길 수 있는 인물을 꼽아 보니 40~50개 정도였다. 그 중에서 멀티 남녀 일인 당 10개 정도로 추려졌다.

- 뮤지컬 ‘락시터’가 함안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된다. 지역공연장에서의 반응이 어떨 거라고 예상하는가.

‘락시터’가 경상도에서는 부산하고 울산하고 공연된 적이 있다. 양쪽 다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경상도 지역이 은근히 코미디를 즐기는 부분이 있고 두 도시 모두 ‘락시터’에 대한 호응도나 애정도가 높았다. 경상도 지역과 ‘락시터’는 잘 어울리는 부분이 있다. 이번 함안 공연 역시 좋을 거라고 기대한다. 함안이 끝나면 대구와 대전공연이 잡혀있다.

- 공연문화는 서울과 대학로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 지역공연장에 공연문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한가.

대한민국에 지역공연장이 250개 정도 있다. 지역문예회관을 중심으로 이미 공연할 수 있는 근간이 마련돼 있는 것이다. 그런 지역문예회관을 중심으로 공연의 허브가 형성돼야 한다. 또한 유명작품뿐만 아니라 조금 더 그 지역의 정서와 맞는 작품을 좀 더 적극적으로 섭외하고 스스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더불어 몸집이 큰 대형 작품보다는 몸집이 가벼운 소극장 공연을 중심으로 지역 관객들에게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글_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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