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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라 관객들아, 연극 ‘관객모독’

 

 

붉은 커튼을 등진 채 적막하게 서있는 의자 네 개, 연극 ‘관객모독’의 무대다. 단출한 조명과 의자가 전부인 무대 소품만을 가지고 과연 무슨 ‘모독’을 주겠다는 건지, 의뭉스런 표정의 관객들은 기대 반 불안 반으로 연극의 시작을 기다린다.

곧이어 막이 오르고 딱 의자 수만큼의 배우들이 등장한다. 이어 한 배우가 장황한 설명으로 대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나머지 배우들 역시 일정한 순서를 지켜가며 관객들을 향해 끝없이 대사를 뱉는다.

사실 ‘관객모독’의 스토리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는 답이 없다. 연극 ‘관객모독’은 당신이 그동안 봐 왔던 것 이상의 연극, 혹은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실험극이기 때문이다. 사십년 전에 발표된 작품을 가지고 새롭다느니, 실험극이라느니 하는 설명은 때늦은 평가일지도 모르겠으나, 분명 연극 ‘관객모독’은 21세기가 지난 지금 역시 낯선 것임이 분명하다.

배우들이 뱉어내는 대사 모두는 관객의 귀에 부드럽게 착상되지 못한다. 편안히 객석에 앉아 기승전결로 진행되는 드라마를 즐기기 위해 온 관객이라면 이 작품이 불만스럽거나 혹은 경이롭다는 상반된 자극을 받게 될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자극은 자극이다.

 

 

계속 “여러분들은 일찍이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연극을 경험할 것이다”라는 식의 대사로 언어 연극을 진행하던 ‘관객모독’은 무대 감독의 등장으로 인해 드디어 막간극이 삽입된다. 이 막간극은 철저하게 기승전결의 일반적인 시나리오 구조를 표방하지만 스토리와 상관없이 대사는 종전에 들었던 언어 연극과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관객들은 대사를 포기하고 배우들의 눈빛, 표정, 몸짓으로 드라마를 이해한다. 이는 신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귀로 연극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오직 눈으로만 감정을 읽는 것이다.

극의 결말 부분에서 배우들이 관객을 향해 뱉어내는 수많은 욕설들은 그야말로 언어의 마법이다. 한국어의 위용을 실감케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말에 저렇게 맛깔스런 욕들도 있었구나 감탄하면서 한편으로는 실컷 욕을 먹는게 기쁘기까지 하다. 또한 공연의 마지막, 배우들이 뿌리는 물벼락을 시원하게 맞은 뒤라면 이 연극이 가진 형언할 수 없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불쾌한 모독이 쾌락의 모독으로 바뀌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계속된 언어 연극과, 해학으로 변형된 막간극, 물벼락의 쾌감을 통해 연극 ‘관객모독’은 생소한 실험극을 대중의 품에 완벽히 안착시키는데 성공했다. (3월 8일까지, 창조콘서트홀 2관에서)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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