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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는 길들일수 없다, 연극 ‘리타 길들이기’

 

 

이 연극은 탄탄한 줄거리에 연륜있는 배우들이 연기한, 어찌보면 보증이 된 작품이다. 그러나 작품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캐릭터를 단번에 알려주는 의상과 색의 배치다. 눈은 색과 의상으로, 머릿속은 쉬우면서도 예리한 대사로 관객을 사로잡았지만 음향만큼은 머릿속에 물음표가 남았다.

- 신선한 그녀 리타
조용하고 중후한 프랭크 교수의 방이 극의 무대이다. 리타는 창문 한번 열린 적 없고 책장 뒤에 감춰 둔 술병이 가득한 이 방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는다. 이렇게 리타는 이 교수실에 낯설지만 신선한 존재다. 이런 리타의 존재감은 색의 대비로도 표현 된다. 온통 책으로 둘러싸여 프랭크 교수의 답답한 마음을 보여주는 무거운 색의 방에 리타가 서 있다. 극채색의 옷을 입은 리타는 이 방에서 이질적이지만 한눈에 쏙 들어오는 신선함을 간직하고 있다.

- 색과 목소리로 보여주는 캐릭터
색으로 보여준 캐릭터의 차이는 배우의 목소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배우 최화정은 리타와 아주 잘 어울리는 배우다. 그녀 특유의 살짝 과장된 하이톤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촌스러우면서도 여성스럽다. 60년대 여자 성우를 떠올리게 한다. 이런 최화정의 목소리와 대비되는 윤주상의 굵고 낮은 목소리는 두 캐릭터의 성격적 차이를 목소리로도 느끼게 해 준다. 그러나 이런 최화정 특유의 톡톡 튀는 목소리는 전반의 천방지축 리타와 후반의 변화된 리타와의 차이를 덜 느끼게 하는 약점이 되어 안타까웠다.

- 대사가 쏙쏙
이 작품은 1980년대 초연된 작품으로 2002년 개작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스토리가 입증된 작품이다. 한 여성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변화가 프랭크라는 타인에게도 영향을 끼쳐 발전과 변화를 이루는 과정을 보여준다. 번역된 대사도 마음 중앙을 꿰뚫는다. “발레나 연극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 그것을 따분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나도 그 빌어먹을 작품을 이해하고 싶다고요”라며 배움에 대한 열망을 유치하면서도 솔직하게 알려주는 대사와 “여자들은 미용실에 와서 다른 자신이 되려 하지만, 그렇게 겉만 바꾼다고 바뀌어 지나요? 속이 바뀌어야죠”라며 제법 기특한 리타의 신념을 보여주는 대사는 쉬우면서도 진리를 알려준다.

- 의상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훌륭한 소품이다
이런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변해가는 리타의 모습은 행동보다는 의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화려한 원색의 노출이 심한 의상이 점점 얌전 지면서 무채색으로 변해간다. 마치 프랭크의 옷처럼. 특히 마지막 브라운 코트 차림의 리타는 의상 하나로 캐릭터의 상태를 멋지게 표현해 냈다. 리타는 프랭크 교수의 방처럼 차분하게 가라앉은 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러나 코트를 벗자 속에는 처음 프랭크 교수의 방에 나타날 때와 같은 붉은톤의 조금은 야한 의상이 있었다. 이렇게 충분한 지식을 갖추어 변화되었지만 리타의 본성은 남아있다는 것을 의상만으로 보여주었다. 의상을 단순한 ‘옷’이 아닌 훌륭한 무대 소도구로 사용했다. 단, 의상을 갈아입기 위해 8분에 한번 꼴로 끊임없이 껐다 켜지는 조명과 개연성 없이 어둠속에 울려 퍼지는 음악은 옥의 티로 남았다.

코트 속에 입고 있던 그 붉은 옷처럼 마지막까지 리타가 가지고 있는 ‘다듬어 지지 않은 반짝임’은 프랭크의 승리이자 패배이다. 프랭크는 교수로서 리타를 현 교육제도에 맞게 길들여야 했지만 한 사람으로서 그녀가 정형화된 문학의 한 추종자가 되지 않기를 바랬다. 그래서 프랭크는 리타를 길들일 수 없었지만 어떤 의미로서는 패배한 승리자다. 이 작품은 길들일 수도 없고 길들여서도 안되는 리타의 반짝임을 보며 교육과 문학과 정말 소중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연극이다.


조아라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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