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나 지금이나 사랑, 고것이 문제다! 조금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사랑, 그 이전에 자리 잡은 욕정과 본능 그것이 문제다. 연극 ‘마리화나’는 세종실록을 근거로 한 조선시대 세자와 세자빈, 그들을 모시는 두 명의 내관과 궁녀들이 펼치는 성(性)이야기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유교적 가르침에 충실했던 조선시대, 그 중에서도 궁궐 속 성(性)에 대한 이야기라니 그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작품이다. 그런데 여기 성생활과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인 내관들이 끼어있으니 더욱 흥미롭다. 2007년 공연 후 가장 무섭다는 ‘관객 입소문’을 통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터이고, 이번 공연에는 배우 오달수, 서주희를 비롯한 탄탄한 배우진을 포진하여 더욱 업그레이드된 발칙함까지 기대된다.
일언지하에 연극 ‘마리화나’는 요리의 미학이다. 상상력 가득한 조선시대 야사 한 편이 무대에 올라 맛깔스런 궁중 요리로 태어나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첫째가 연출 겸 작가 고선웅의 재주요, 둘째로 ‘제대로 놀 줄 아는’ 배우들의 몫이었다.
똑같은 재료도 누가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는 것이 바로 요리다. 고선웅 연출의 전작인 연극 ‘강철왕’에서 모든 스트레스가 언어로 분출되었던 것처럼 이 작품 ‘마리화나’에서는 모든 인간의 욕정과 사랑이 언어로 표현된다. 작품의 8할을 차지하는 것이 언어인 것이다. 자칫 날로 먹으면 비릿할 법도 한 ‘성(性)’이라는 생선이 연출 겸 작가 고선웅의 손을 거치며 갖은 양념이 더해져 맛깔스럽고, 무엇보다 ‘먹기 쉬운’ 요리로 재탄생했다. 마치 편식하는 아이에게 야채를 곱게 다져 계란과 튀김옷으로 교묘히 숨긴 동그랑땡을 먹이는 격이다. 그만큼 고선웅표 연극 ‘마리화나’는 다소 민감하고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리낌이 없다. 이는 연극 ‘강철왕’, ‘팔인’ 등에서 선보인 작가로서 고선웅이 가진 ‘물오른 말빨’의 힘이다. 관객들은 그 속에서 말이 가진 본디의 매력에 한번 휘청이고, 고선웅표 언어만이 갖는 감칠맛에 다시 한 번 매료되고 만다. 이처럼 연극 ‘마리화나’가 가진 매력은 마약에 중독되는 듯 서서히, 그러면서도 강하게 다가온다. 마치 조선시대 궁중에서 공공연히 퍼져나갔던 ‘마리화나’처럼 말이다.

| 연극 ‘마리화나’에서 사용되는 말은 유려하나 무대는 수수하다. 단출하게 병풍 하나만이 쳐진 무대는 배우들에게만 더욱 집중할 수 있게 작용한다. 여기서 이 작품이 사랑스러운 두 번째 힘이 빛을 발한다. 바로 외모만으로도 캐릭터가 되는 배우 오달수를 필두로 한 출연진들의 매력이다. 먼저 ‘그것’이 없어 ‘사심’도 없다는 내시 역할의 오달수와 김영철을 보고 있자면 ‘아니! 이런 매력 있는 내시들을 보았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히 오달수와 김영철이 가진 서로 다른 매력이 ‘제대로’ 조화를 이루며 보는 재미를 준다. 여기에 배우 오달수만이 가진 어투와 표정은 작품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그간 생각했던 참한 조선시대 여인상을 무참히 깨뜨리는 세자빈 봉빈과 세 궁녀들의 역할도 크다. 모두가 가진 본능은 같은데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행하는 방법이 다들 다르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또한 다양한 인상 군상들을 보여주는 캐릭터들에서 나오는 것으로, 그것은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소화해내는 배우들로 인해 몇 배의 효과를 갖는다. 연극 ‘마리화나’에서 선보이는 화려한 언어들은 사실 어쩌면 진중성이라든지, 해학성과는 거리감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을 제치고 ‘어쨌든 즐겁다!’는 것이다. 공연 시작 전 ‘소품으로 사용되는 마리화나는 인체 무해한 것이니 걱정 붙들어 매시지요’라는 공지처럼 영양가가 있든 없든 어쨌든 즐겁고 인체무해한데 거부할 이유가 없다. 소화가 잘 되면 되는대로,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이다. 관객들은 그저 탱글탱글 탄탄한 배우들을 요리해 잘 차려진 고선웅표 ‘밥상에 그저 숟가락만 얹어 놓으면’ 된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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