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꽃의 강렬하면서도 몽환적인 포스터가 인상 깊다. 붉은 속살을 드러낸 꽃, 겹겹이 질서 없어 보이지만 조화를 이루는 꽃잎들 가운데 두 남녀가 있다. 태중에 있는 태아처럼 곤히 잠든 두 남녀. 반복되고 고된 삶 끝에 찾아온 휴식처럼 그들의 잠은 깊고 포근하다.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잠’은 어떠한가?

차라리 죽음을 갈망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는 현대인. 그들이 ‘잠’으로 현실을 망각하려는 것을 떠올려본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외로움과 낯선 정체성을 품은 채 알 수 없는 미래, 그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지니는 삶의 굴레일 것이다.

이 연극은 ‘죽음’에 대한 습관적 이미지에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시대의 낯선 죽음’이라는 문구에 시선이 모아진다. ‘죽음’은 급작스럽게가 아닌 천천히 고요하게, 그러나 멈추지 않고 다가온다. 그것의 의미를 찾으려고 애를 써보지만 안간힘을 쓸수록 혼란에 빠질 뿐이다. 피처럼 붉은 꽃, 그 혼란의 소용돌이 안에 내팽개쳐진 듯한 두 남녀를 본다. 그들은 조용하고 얌전하게 잠들어 있다. 현대인에게 있어 ‘죽음’, ‘낯선 죽음’의 의미는 뭘까?

당신의 ‘잠’은 어떠한가? 누구나 살면서 꼭 한번쯤 죽음에 대해 생각해 봤을 것이다. 이 연극이 ‘죽음’에 대한 성찰을 무대에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궁금해진다. 특히 이번 작품은 2009 서울문화재단 젊은예술가지원사업 연극부문 수상에 빛나는 신진연출가 동이향의 세 번째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극 '당신의 잠'은 남산예술센터의 자체제작 프로그램 '신진연출가 기획전'의 첫 무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죽음'에 대한 새로운 답변을 제시할 이 연극은 오는 23일부터 남산예술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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