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소리 한 소절 앞세우지 못하고

나뭇잎 하나

노을속 깊이 뛰어내리는 저녁

시푸른 정상으로 살아온 팔십 평생이

휜 허리께 허물로만 쌓인다

서녘 노을 열반에 드는 밤

무너지고 싶었다

관절 바로 세울 수 없는 밤마다

꿈은 늘 허연 절망으로 솟구치는 달뿐이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쓸쓸한 폐가

달빛의 살갗 핥는 바람이

세월을 헹군다 안골댁 살아온 내력이

달빛으로 밝다

저승으로 이어지는 바람재 고개

노송 한 그루

조용히 제 그림자 밝고 이승 뜨는 밤

-어화능 어화능 어화넘자 어화능-

[이효진]

현 UBC울산방송 아나운서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재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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