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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리뷰] 내게 거짓말을 해봐! 오, 사랑 - 연극 ‘클로져’

 

 

영국의 극작가 패트릭 마버(Patrick Marber)의 대표작 ‘클로져’는 1997년 성공적인 초연 이후 전 세계 100여 개 도시,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며 널리 사랑받았다. 또한 2004년 줄리아 로버츠, 주드 로, 나탈리 포트만 등 헐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이 열연한 영화로 제작되어 또 한번 전 세계적으로 마니아층을 양산하였다. 이제 연극-영화의 크로스오버 장르에서 대표적 성공작이 된 ‘클로져’는 한국에서도 2005년 초연을 시작으로 명품연극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클로져’가 초연 후 10년이 지나도록 시공간을 뛰어넘어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연극이 다루는 이야기가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탄탄한 원작과 생생한 캐릭터가 뒷받침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 사랑이다. 또 그 놈의 사랑이다.

- 안녕, 언제나 낯선 너 사랑아!
일찍이 스탕달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고 단언하며 새로운 것의 ‘창조’에 대한 종말을 고하였다. 그 새롭지 않은 것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이 단연 ‘사랑’이라는 소재일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옛사람과 함께 떠나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과 언제나 새롭게 시작된다. 이런 의미에서 사랑은 또한 하늘아래 언제나 새로울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인간은 둘 일 때 더 자연스러운 존재인가보다. 솔로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 어떻게든 짝을 찾으려는 홀로된 이들의 노력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차에 치여 쓰러진 수빈은 그녀를 안아 올린 대현을 바라보며 희미해지는 의식의 끝자락에서 한마디를 던진다. “안녕, 낯선 사람!” 첫눈에 그가 자신의 사랑임을 알아 본 그녀는 또 한번의 낯선 사랑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당연하다, 사랑이니까.

- closer! 살아있는 인물을 통해 진짜 사랑에 더 가까이
‘클로져’는 캐릭터 연극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각각의 인물을 통한 서사 구현이 뛰어나며, 인물의 성격이 뚜렷하고 매력적이다. 네 남녀가 추구하는 각각의 사랑은 몬드리안의 추상화처럼 다른 색깔과 다른 면적으로 직조되어 하나의 감각적 이야기를 짜낸다. 낭만적이고도 이기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대현, 모던하고 이성적 사랑을 하려하는 태희, 무모하고 정열적인 수빈의 사랑, 따뜻하면서도 저돌적인 운학의 사랑이 그것이다. 각각 ‘부고전문 기자, 포토그래퍼, 스트립댄서, 의사’라는 직업 또한 그들의 성격을 구체화하고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각 인물들의 욕망이 지닌 색깔은 변질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한 비커 안에서 엉킨다. 그러나 절대 섞이는 법이 없다. 언제든 서로를 떠날 준비를 한 채로 위태로운 사랑의 싸움을 계속 한다. 무대 위에는 노골적 대사와 옷 벗겨진 사랑만이 수치심을 느낄 새도 없이 까발려져 있다.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인물들의 격앙된 감정이 고스란히 무대위에서 폭발한다. 관객들은 그들의 사랑이 절망이 되고 분노가 되었다가 집착의 손목이 되어 상대의 목을 조르는 과정을 조용히 지켜본다. 우리는 관음증적 욕망에 몸을 내맡긴 숨죽인 관찰자가 되었다가 어느새 지현의 입술로 소리 지르고, 운학의 마음으로 절망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라이어, 라이어. ‘클로져’가 보여주는 사랑의 맨얼굴
셀 수도 없이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되어온 사랑에 대한 서사가 왜 ‘클로져’에서 다시 한번 유의미하게 되풀이 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클로져’가 보여주는 사랑의 적나라함에 있다.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 여자 ‘수빈’을 보자. 그녀는 자신이 원한 것은 오직 ‘진실한 사랑’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러나 그녀의 실상은 어떠한가. 그녀의 진짜 이름은 ‘지현’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대현을 속였다. 또한 태희가 남편 운학에게 대현과의 사이를 고백하자 운학이 소리 지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가 묻는 것은 고작해야 “그 새끼랑 잤어? 나보다 좋았어?” 와 같은 것들이다. 현실의 사랑은 “그래서 영원히 행복했습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착하기만 한 공주와 왕자도 없다. 사랑에 있어서는 모두가 가해자고 피해자이며 주동자이자 반동자이다. ‘클로져’는 사랑에 가까이 갈수록 난무하는 ‘거짓’을 통해 그 본질을 ‘진실’하게 까발린다. 이문세는 그 유명한 ‘옛사랑’에서 “사랑이란게 지겨울 때가 있지.”라고 노래한다. 이 연극을 보고 대학로 거리를 나설 때는 꼭 그런 기분이다. 그러나 사랑이 지겨워 그 허무함에 심취하는 것과는 다르다. “사는 동안은 사랑해야 합니다.”라고 선고받은 시한부처럼 조금은 무겁고 조금은 희망적이다. 사랑의 맨얼굴이 궁금한가? 연극 ‘클로져’를 가까이 해 보자.


박치연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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