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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함께 시작되는 그리움, 연극 ‘보고싶습니다’

 

 

공연 시작 전 객석에는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조용필의 ‘촛불’과 같은 7080 가요들이 줄줄 흘러나온다. 달동네를 완벽히 재현한 무대를 보며 듣는 추억의 가요들은 관객들을 미리 2, 30년 전의 시간으로 흘려보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지순상회’라고 써진 구멍가게에는 10원, 50원의 과자들이 즐비할 것만 같고 공개된 작은 골방과 집집마다 뿜어대는 연탄불 연기가 사무치게 정겨운 풍경이다.

연극 ‘보고싶습니다’는 2002년 12월 단막극의 형태로 시작된 작품이다. 이후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인기를 끌며 수차례 앙코르 공연되었고 올해 역시 가나의 집 열림홀에서 공연 중이다. 공연 당시 ‘퓨전 신파극’이라는 평을 들으며 진한 감동의 스토리로 관객들을 울린 ‘보고싶습니다’는 지난 10개월간 총 5만 관객, 객석점유율 97%의 기록을 세운바 있는 수작이다.

연극 ‘보고싶습니다’는 하늘에서 종이학으로 된 눈이 내리는 등 유독 종이학에 깊은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종이학을 도입해 소재의 상징성을 부각시킨 이러한 연출 기법은 이 작품을 정통 연극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만든다. 어머니를 버리고 서울로 떠났던 주인공 독희는 많은 돈을 가지고 다시 고향에 돌아온다. 하지만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오락가락하게 된 독희모는 독희가 벌어온 돈으로 그저 종이학만 접을 뿐이다. 떠나간 아들이 돌아오길 바라며 간절히 종이학을 접는 것. 이렇게 만 원짜리 지폐로 접혀진 종이학은 우연히 슈퍼 주인 지순에게로 넘어가고 지순은 결정적인 한 마디를 던진다. “종이학 한 마리는 그리움을 의미한다는데…….” 제목인 ‘보고싶습니다’가 직설적으로 내비치듯 이 작품은 그리움의 미학을 담은 연극이다. 치매로 죽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독희와 떠나간 독희를 그리워하는 지순, 이렇게 연극은 계속된 이별을 보여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리움을 피력한다.

 

 

항상 신선함을 추구하는 트렌드 작품에 젖어 사는 우리들에게 연극 ‘보고싶습니다’는 정통 스토리로 승부하는 작품이다. 두목을 배신하고 한 몫 단단히 챙겨 내려온 전직 깡패 독희와 장님인 슈퍼 주인 지순과의 사랑, 삼거리 다방의 경자와 동네 양아치들의 지루한 달동네 인생 등……. 이 작품의 소소한 스토리로만 따지자면 ‘비열한 거리’ 혹은 ‘하류인생’과 같이 삼류들을 소재로 한 대표 영화의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연극 ‘보고싶습니다’의 힘은 낡은 이야기를 상투적이지 않게 풀어냄으로써 아날로그의 승리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이 작품은 짜임새 있는 구성을 통해 웃겼다, 울렸다, 관객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며 진부하지 않은 ‘퓨전 신파극’의 힘을 발한다.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나른함을 달랠 뿐, 어느덧 앙상함만 남은 풍경에 보는 이의 마음 역시 헛헛한 계절이다. 이런 기분을 달래기 위해서라면 기막힌 반전으로 확실히 뒤통수를 때려주는 스릴러도 좋고 달콤새콤한 로맨틱 코미디도 좋다. 하지만 이 계절, 문득 문득 생각나는 추억으로 가슴 저릿함을 느끼는 이 계절에 당신을 시원하게 울려줄 신파극은 어떨까? 연극 ‘보고싶습니다’는 2009년 1월 4일까지 가나의 집 열림홀에서 공연된다. (평일 8시/ 토, 일, 공휴일 3시, 7시/ 월 쉼, 일반 30,000원/ 청소년 20,000원, 문의 02-969-2518)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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