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애 원장은 민화에 대한 칭찬으로 입이 마른다. 그녀가 말하는 민화의 매력은 ‘색’에 있다. “주황, 초록, 군청 등 민화 고유의 색은 촌스러운 듯하면서도, 정말 매력적이에요. 제가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제 몸속에 한국인의 피가 흘러서 일까요. 그만 그 색에 반해 버렸어요” 민화의 색에 취한 듯한 어조로, 그녀는 민화의 또 다른 매력인 ‘스토리’에 대해 말한다. “요즘 사회에서는 개개인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상품에도 스토리가 있어야 하죠. 민화에는 민중의 염원, 소망, 교훈 등이 담겨 있어요. 민화에 얽힌 고사도 있고요. 이런 것들을 알고 그림을 보면, 민화가 더욱 소중하게 생각돼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본 민화의 배경엔 수많은 이야기들이 그 보따리를 풀고 관객에게 조잘거리는 듯하다.

“얼마 전에는 ‘삼려도’를 그려 아들 방에 걸어주었어요. ‘삼려도’는 세 마리의 물고기를 그린 그림이에요. 학문을 하는 데 세 가지 여유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삼국지에 나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그 세 가지 여유는 비오는 날, 밤, 겨울로, 농경시대에서 농사를 짓지 않는 여가시간이죠. 이 시간만 알뜰히 써도, 학문을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가르침이 들어 있어요” 아들을 위해 그렸다는 한미애 원장의 말 뒤로는 어머니의 따뜻하고 깊은 마음이 배어있는 듯하다. 그리고 시대를 초월해 민중의 삶 속에서 호흡하고 있는 민화의 푸른 숨결이 어려 있는 듯하다. 화조도, 영생도, 연화도 등 장르 따라 좋은 그림이 많아, 그리고 싶은 그림이 정말 많다고 말하는 그녀. 그녀는 최근에 전통 매사냥에 대한 일을 하시는 의사를 알게 되어, 매에 대한 민화를 많이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호랑이의 해를 맞아 호랑이 그림도 그리고 있다고 한다.

한미애 원장은 민화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점심시간에 도자기 핸드 페인팅을 해요. 일주일에 한 번씩은 플롯과 바이올린 레슨을 받지요. 요즘은 일본어 소설을 읽고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원전을 계속 읽고 있어요. 그밖에 음악과 영화를 보기도 해요” 그녀의 끊임없는 문화 활동은 ‘문화에 대한 목마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의과대학에서 밤 새워 공부하면서 문화와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넉넉지 못한 집에서 자라면서 문화예술을 잘 접하지 못했고요. 못 먹고, 못 입는 가난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가난하다는 것이 큰 충격이었지요” 산도르 마라이 작가의 말처럼, 문화는 지식이 아니라, 햇빛 같이 지속적인 체험이라고 생각한 그녀. 이런 그녀에게 다양한 활동은 문화에 대한 갈증은 달래주는 감로수였다. 또한 마음의 녹을 닦고 본연의 직업에 충실하게 하는 비타민이기도 했다. 조영남 씨가 신문에 기고한 ‘딴 짓 예찬’이란 글을 읽은 적이 있다는 그녀는 말한다. “의사로서 제가 지금 하는 활동도 딴 짓에 들어갈지 몰라요. 하지만 이런 딴 짓을 통해 제 본연의 직업에 더 충실하게 돼요. 환자에게 좀 더 부드럽게 다가가게 돼요”

“우리 것은 촌스럽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어요. 저는 국민들이 이런 선입관을 버리고, 진심으로 민화의 아름다움과 뜻을 받아들이길 바라요. 민화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를 통해 선인들의 지혜와 소박한 기원도 전해드리고 싶고요” 한미애 원장은 자신의 그림보다 민화를 알리는 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민화에 대한 그녀의 열정 덕분일까. 의사 중 처음으로 민화를 시작한 그녀에게 그림을 배우는 분도 있었다고 한다. “의사라는 입장이 민화를 알리는 데 도움 되는 부분이 있어요. 제 민화 실력이 변변치 못하지만 민화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요” 수줍으면서도 당찬 그녀의 민화 사랑을 기대해 본다.

정은승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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