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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추천공연] 창작소극장공연을 응원합니다!

 

말 그대로 고군분투(孤軍奮鬪)다. 대학로 곳곳에는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에서 넘어온 유명 라이선스 뮤지컬과 대형 기획사에서 잇따라 쏟아내는 연극들의 홍수 속에서도 오로지 “하고 싶은 말이 남아서” 이야기를 만들고 씨름하는 작품들이 릴레이처럼 이어진다. 거대한 마케팅 한 번 없고 스타 한 명 나오지 않지만 진흙 속에 진주처럼 속이 꽉 찬 소극장연극 세 편을 소개한다. 파이는 커졌지만 우리는 파이를 나누는 법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했다.

 

◎ 코믹극으로 가볍게 워밍업 하기! 연극 ‘막무가내들’

 

▶ 2010년 1월 20일부터 오픈런

▶ 아트홀 스타시티 1관

 

상처, 관계, 꿈과 자유는 연극의 오랜 단골 소재였다. 상처 없는 사람 없고 관계 맺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일 오픈한 연극‘막무가내들’은 그런 ‘사회성’은 거추장스럽다는 듯 코믹호러라는 수식어를 내달고 등장했다. 이 작품을 쓴 이주용 작가 또한 대본 구상 단계부터 오로지 웃기기 위한 연극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두 시간 남짓 되는 공연 시간을 불편한 객석에 앉아 꼼짝없이 버텨야 하는 관객들에겐 어설프게 메시지를 주려는 연극 보다는 확실하게 망가지고 웃겨주는 연극이 더 반가울지도 모르겠다. 처녀귀신 옥빈과 사채업자 용우, 저승사자와 퇴마사의 유쾌통쾌한 사각관계를 담은 이 작품은 90분이라는 시간 동안 웃음 핵폭탄을 안겨준다. 마루컴퍼니가 제작하고 장봉태, 신미영, 이장원, 김희진 박기덕, 김선경 등이 출연한다.

 

◎ 하늘로 날아오른 세 모녀의 이야기 연극 ‘엘리모시너리’

 

▶ 2010년 1월 20일부터 2010년 1월 31일까지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개인무한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신자유주의 시대, 모바일 기기와 웹의 발달로 디지털 유목주의이념이 널리 소비되는 현대산업사회에서 가족이야기는 어쩌면 시대의 관심에서 저만치 뒤쳐진 낡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그동안 공연계에서 가족을 소재로 소개되어 온 연극들의 경우 과거 힘들었던 시절의 향수를 노골적으로 자극하거나 모녀의 관계를 다루면서도 가부장적인 가족관의 시선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했던 경향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족이야기에 대해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그것이 과거로의 회귀 혹은 도피나 최종적인 종결지점이 아니라 더 넓은 사회를 향한 출발지점이기 때문이다. 엘리모시너리는 기행과 도피, 강요와 외면이라는 과거의 기억과 그 부정적인 선택을 벗어나 알을 깨고 날아올라 자신을 실현하기 위해 새롭게 출발하는 삼대에 걸친 모녀의 이야기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은 단지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있는 상투적인 가족관계가 아닌 자신이 선택하는 가족의 의미와 그런 가족을 통해 자아를 실현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 연극 ‘사람은 사람에게 늑대’

 

▶ 2009년 12월 10일부터 2010년 1월 31일까지

▶ 대학로 나온씨어터

 

“컴퓨터를 켰다. 유명배우의 섹스 스캔들이 터졌다. 실컷 욕을 써놓고 나니 스트레스가 싹 풀렸다. 다음날, 뉴스에서 그 배우의 자살 소식을 들었다. 왜 자살하고 지랄이야, 씨발.”

연극 ‘사람은 사람에게 늑대’는 여러 형태의 사랑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남긴 상처들이 난무한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죄를 짓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경찰서를 배경으로 일어난 세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치 범죄 수사물을 보고 있는 듯한 시간 순서와 내용 전개는 이 작품만이 갖는 힘이다. 관객들은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다큐멘터리 같은 장면구성과 CCTV 영상은 그러나 이 모두를 단순하게 풀 것을 강요한다. 주제와 형식의 진보를 고민하는 윤한솔 연출은 이 두 가지 장르의 혼합을 사실적 무대(경찰서)와 전복된 공간(지하철 플랫폼의 CCTV)의 교묘한 만남으로 섞어 놓았다. 인간의 심연을 날카롭게 꿰뚫으면서도 공연 내내 무대 위에서 흐르는 유머가 이 작품의 미덕이자 장점이다.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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