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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in] 아일랜드의 감자껍질을 닮은 그녀, 연극 ‘뷰티퀸’의 노처녀 모린

 

공연을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 ‘그곳’이 아일랜드라면, 뭐든 용서될 것만 같다. 아무리 자신을 간섭하는 늙은 노파가 엄마라고 해도, 더 나아질 것 없는 하루하루가 그저 흘러간다 해도 자신이 두 발 딛고 서 있는 땅, 그곳이 아일랜드라면 눈 딱 감고 참아줄 용의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연극 ‘뷰티퀸’의 주인공 모린에게는 웃기는 소리다. 사십 평생 그럴듯한 데이트 한 번 없이 광활한 아일랜드 언덕배기에서 세월을 보낸 그녀는 신경쇠약과 방광염에 시달리는 엄마 매그를 포함해 아일랜드 전체가 지긋지긋해 죽을 지경이다. “먹고 살기 위해선 이 땅, 아일랜드를 떠나야해.” 고개를 끄덕이곤 그녀는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설거지를 한다. 그녀에게 삶이란 이렇게 반복되는 재활용 껭묽袖� 뿐이다.

연극 ‘뷰티퀸’은 수많은 모녀 이야기 중 가장 폭력적인 모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젊었을 때는 아름다웠지만 이렇다 할 연애 없이 늙어가는 노처녀 모린과 딸을 곁에 두기 위해 끊임없이 간섭하는 엄마 매그는 광기어린 관계와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난 결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딸에 대한 매그의 집착은 서로를 불행하게 만든다. 엄마를 살해한 모린의 마지막도 엄마 매그가 늘 앉아 있던 의자에 조용히 앉는 것으로 마무리된 것처럼 결국은 비극이다. 간절히도 탈출하고 싶었던 아일랜드와 엄마 매그의 그림자, 매그는 죽었지만 딸 모린은 엄마를 참 많이도 닮았다.

모린은 외로운 여자다. 그의 엄마 매그 역시 마찬가지다. 두 모녀의 삶을 비극적으로 몰고 간 건 다 외로움 때문이었다. 사랑 받고 인정받기를 너무나도 원하지만 주는 것에도 받는 것에도 익숙하지 못했던 그들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참 힘들게 한다. 매그와 모린은 그런 외로움이 빚어내는 사람들의 일면을 보여준다. 대화는 두 사람을 더욱 고립시키고 그들의 존재는 서로를 불편하게 한다. 창밖으로 보여지는 낯선 이국의 풍경이 두 주인공의 내면과 대조적으로 단조롭고 심상하다. ‘나’는 이렇게 외로운데 아일랜드의 바람은 차고 신선하다.

이 작품은 ‘필로우 맨’의 작가 마틴 맥도나의 처녀작이다. 그가 25세가 되던 해에 단 8일만에 완성시킨 연극 ‘뷰티퀸’은 비평가 협회 극장 어워즈,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등에서 최고 연극상을 수상했으며, 1998년 토니 어워즈에서 최고 연극상에 노미네이트 된 바 있다. 매그와 모린 역에 연극배우 김선영과 홍경연이 출연하며, 오는 2월 2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공연된다.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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