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무엇으로 만들어질까. 무대? 배우? 조명? 스토리? 공연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의 배후에는 공연의 청사진을 머릿속에 그리고 이를 실제로 펼쳐 내보이는 숨은 창조자, 연출가가 존재한다. 그에 비해 연출가에 대한 일반관객의 관심도는 적은 편이다. 본 연재는 대학로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연출가 9인의 인터뷰와 그것을 토대로 한 몇 개의 화두를 통해 관객이 연출가라는 존재에 대해 더욱 익숙해지고 친근해지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

임도완 연출은 오브제와 신체언어를 중요시하는 극단 사다리 연구소의 대표이다. ‘보이첵’ ‘휴먼코미디’등 새로운 경로로 관객과 소통하는 작품을 연출하였다. 올해에는 ‘기발한 자살여행’으로 첫 뮤지컬을 시도하였다. 그는 서울 예술 대학교에서 교수로 연극을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연출에 있어 지향하는 바나 주안점� 있으신가요?

연출가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극단이 가지고 있는 성향, 특색이라면 텍스트에 내재되어 있는 공간, 리듬, 텍스츄어(texture) 이런 것을 무대 위의 움직임과 일상 언어, 무대장치, 소리, 의상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죠.
간혹 극사실주의를 할 경우에서도 그런 메소드(method)를 바탕으로 해서 작품을 만들어요.
그럴 때에도 다른 극단과 대사는 같지만 인물이 가지는 질감과 인물이 내포해야할 메타포가 어떤 동작과 언어로 들어갈 것인가에 대해서 훨씬 더 연구하고 표현하려는 극단이자 연출이죠.

-작품을 위한 영감이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저는 신문을 잘 봐요. 신문을 보고서 어떤 사설 안에서 연극의 주제나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하구요. 좋은 작품을 읽고서 그 작품을 올려냈다는 생각도 들고요. 다양해요. 꼭 어디서 한군데서만 영감을 받는 것이 아니고요. 텍스트, 신문의 어떤 것들 아니면 일상에서 관찰되는 여러 가지의 것들이 총체적으로 종합이 되서 작품이 만들어지지 어느 것 하나에 의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연출님께 영향을 준 사람이 있나요?

저에게 영향을 주신 분들은 굉장히 많죠. 첫 번째로는 저는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인데요. 안민수 교수님, 김옥 교수님, 송해수 교수님 양정교수님, 유희정 교수님등 많은 분들이 저한테 영향을 줬어요.
오태석 선생님한테는 직접 배우지 않았지 극단 목화의 연기자인 창단멤버로 참가하면서 매년 활동하면서 오태석 선생님의 상상과 비약, 연극언어에 대해 배웠어요.
프랑스로 유학 가서는 자끌리코프 선생님에게는 연극의 언어에 대해 많이 배웠거든요. 무대 위의 언어라는 게 일반적인 리얼리즘뿐만 아니라 많은 언어들이 도처에 있고 일상적인 언어를 무대 위에 올렸을 때 어떤 연극적인 언어로 어떤 형태, 어떤 스타일로 올려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했고 그걸 일깨워주신 분이예요.

-마임을 배우러 프랑스 유학을 떠나셨나요?

원래는 마임 공부하러 갔었어요. 프랑스 유학을 가기 전에 한국에서 개인적인 공연을 하고 있다가 굉장히 갈급한 것이 있었어요. 신체의 움직임에 관해 알고 싶었고 오브제를 쓰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고 가면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고 싶었고 여러 가지 것들이 알고 싶었어요. 우리나라엔 그런 교육기관이 없고 일반적으로 연기를 가르치는 학교만 있었으니까 프랑스친구에게 그곳의 학교들의 정보와 커리큘럼을 보내달라고 했어요. 저에게 자끌리코프의 커리큘럼이 많이 와 닿았어요. 처음 갈 때는 마임학교이고, 마임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수업이겠거니 하고 갔는데 가서 보니까, 마임학교이라기엔 무브먼트학교였고 더 크게 이야기하면 그냥 연극 학교였어요. 그런데 움직임을 많이 가르치고 움직임 속에 들어있는 극적언어들에 찾아내고 무대 위에서 표현하는 학교였어요. 저는 제가 그 학교를 선택했지만 매우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훌륭한 선생님 밑에서 배웠다는 것 자체가.

-연극 ‘보이첵’은 대사보다 무대 위의 오브제나 배우들의 움직임이 주가 되는 극입니다. 관객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오브제나 신체 언어를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대 위의 연기자와 관객이 소통하는 것은 서로 코드를 주고받는 거거든요. 만약에 연극 ‘보이첵’에서 주인공 보이첵이 의자 꼭대기에 올라가있고 나머지는 얼굴만 보이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있다. 그러면 관객은 생각할 것이 아니예요. 왜? 보이첵은? 나머지는? 저것이 어떤 레이어(layer)를 가지고 있고 메타포(metaphor)를 가지고 있는지 그것에 대해 주고 받는 거예요. 높은데 있으면 위태해 보이잖아요. 보이첵의 심리상태가 그렇다는 거구요. 그리고 밑에는 죽은 놈들과 공허한 말들이 오고가죠. 명확하게 핀으로 집어서 말하지 않지만 느끼기 시작할 수 있어요. 이런 극이 많지도 않지만 이런 극을 볼 땐 그냥 보는 수밖에 없어요. 머리로 이해하지 않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처음 보더라도 이해하고 좋아하는 편이예요. 십년 전에 이걸 했을 때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어요. 그런 형식의 공연이 우리나라에는 없었거든요. 당혹했을 수도 있죠. ‘저게 뭐야?’이러면서 의자의 메타포(metaphor)를 이해하는 경우가 드물었어요. 요즘 세대들은 알더라고요.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봤더니 텔레비전에서 보여지는 시에프, 영상, 게임 등 많은 것들이 기호화되어 있어요. 그래서 십년 전의 젊은이들보다 메타포(metaphor)의 코드(code)를 읽어내는 것에 익숙해져 있더라고요. 어떤 광고를 보면 저게 타이어 선전이야 화장품선전이야 하는데, 요즘 학생들은 금방 눈치를 채잖아요. 광고자체가 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코드를 걸기 시작하는 것이거든요. 익숙하기 때문에 십년 전보다 훨씬 잘 읽지 않나 싶어요.


-첫 뮤지컬 연출작인 ‘기발한 자살여행’에서 중점을 두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기발한 자살여행‘은 창작이잖아요. 외국소설을 완전히 우리나라 것으로 바꿔서 하는 것이죠. 우리나라 토종 뮤지컬도 영국이나 미국의 라이선스 뮤지컬 못지않은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라는 본보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국 뮤지컬계의 창작 작품의 획을 긋고 싶었어요. 그을 수 있었어요 힘들었던 것은 여건이에요. 돈. 지금도 안 좋지만 재정적인 상태가 안 좋아서 못 올릴 뻔 했어요. 전체적으로 예산이 반으로 절감 되서 공연을 올릴 것인지 말 것인지 투표도 하고 그랬어요.

-‘기발한 자살여행’을 올리시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으셨겠어요.

사실 그 작품은 연강홀에 어울리는 작품이 아니에요. 대극장정도 되야 하는 작품이죠. 원래 생각했던 공간은 커서 공간이 변하게끔 하는 거였는데 변해야하는 공간이 작으니까 변할 수 없었고, 스펙타클을 보여줄 수 없었고 공간의 환기가 잘 안되었어요. 사실 실크로드에서 광할한 광경을 보고서 거기에 있는 상처받은 영혼들이 치유받기 시작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공간이 어떤 식으로든 열려야 해요. 연기자들한테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관객한테 공간이 열리고 사람들의 마음이 변하고 있다고 하는 게 보여야 하거든요 우리 생각했던 것은 실크로드가 열릴 때 뒷무대가 반 정도 열리면서 무대 위에서는 감명을 받아 의자들이 개인적으로 분리되어 돌아가고, 버스가 반으로 갈라지고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영상도 공간이 깊이가 있는 대극장에서 쏘는 것과 달라요 환상이 안살아요. 돈이죠, 돈 (웃음) 잘 만들면 훨씬 더 관객한테 감동을 줘요 마지막에 몰고 가가지고 음악도 좋고. 정화되는 느낌이 있어요. 그게 관객에게 좋은 것 같아요.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죠. 노래가 마지막에 몰아치잖아요. ‘바람아 불어라’하면서 완전히 무슨 성경구절처럼 그냥.
그래도 마음에 꽉 차지 않지만 60퍼센트정도 했다고 생각해요. 다음에 재현할 기회가 있으면 완성도 있는 공연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큰 공간이 아니라면 에코노믹한 공간에서 관객이 상상하게끔 훨씬 더 연극적인 느낌으로 가던가. 아예 정말로 큰 무대에서 하던가.

-교육자로서 예비연극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요즘 많은 연극 전공하는 학생들이 많잖아요. 이건 전 세계에 일어나지 않은 일이 우리나라에 일어나는 거거든요. 우리나라처럼 대학에 연기, 연극전공이 많은 나라가 없어요. 이 좁은 나라에 50개가 넘으니, 굉장히 많은 거죠. 외국친구들이 깜짝깜짝 놀래요.
요즘 학생들은 졸업하자마자 바로 영화, 뮤지컬로 가서 오디션을 보고 그러거든요. 우리의 세대와 좀 다른 것 같아요. 물론 그렇게 성공한 사람도 있지만 조금은 익혀야 된다 그러나? 숙성이 된 다음에 하게 되면 연기자의 생명이 훨씬 더 길어지죠. 연극, 인생에 대해서 알고 연기를 가지고 오랫동안 살 사람이면 인기에 치중하지 않아야 해요. 인기는 거품이에요. 거품이 있으면 그만큼 상처도 많고. 저도 어렸을 때 그런 꿈을 가졌지만 연기자에게 있어서 결코 좋은 건 아녜요. 너무 어린나이에 텔레비전이나 영화 스타가 되면 감당하기 어려워요. 나중에 불행해져요. 회사에 얽매여 노예 계약 했을지도 모르잖아요. 본인이 철학을 가지고 서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에 쫒겨 가고 있는 거죠.
해주고 싶은 말은 좀 견디라는 거에요. 숙성이 되어라. 돈을 벌기위해라고 하면 연극하지 말아야 해요. 연극해서 돈 버는 것은 어려운 일이예요. 돈 벌고 싶으면 연극 때려 치고 돈 벌 수 있는 것, 장사를 해야 해요. 본인이 자기철학을 가지고 존재를 쫒아서 가겠거든 헤르만헤세의 싯다르타처럼 가난을 돈으로 사서 자신의 영혼을 살찌우는 작업을 통해서 부자가 되야지 돈을 쫒아 가면 영혼이 썩게 되있어요. 그러다 보면, 본인이 존재를 쫒아가다 보면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은 돈이 생겨요. 그 가치를 어디다 두느냐가 문제인거죠

임도완 연출이 준비 중인 ‘보따리’라는 작품은 12월 달에 오디션 과정을 거쳐 내년 5월 달쯤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보따리’는 임도완 연출이 전통적인 의미의 ‘보따리’에 주목한 극이다. “전통의 한국 보자기는 펼쳐보면 아무것도 없지만 어떤 물건이 쌓여지면 형태가 생기게 되요. 그 공간 안에 들어간 게 예쁜 놈이던 못난 놈이던 감쌀 수 있는 어머니 같은 넉넉함, 모든 걸 포용하는 우리나라의 고즈넉함 같은 것을 가지고 있죠” 우리네의 보따리에 담긴 수많은 역사, 사연들을 토대로 만들어질 것이며, 극단 사다리 연구소가 추구하는 바대로 이미지와 오브제가 중시되는 극이라고 한다.


강민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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