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무엇으로 만들어질까. 무대? 배우? 조명? 스토리? 공연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의 배후에는 공연의 청사진을 머릿속에 그리고 이를 실제로 펼쳐 내보이는 숨은 창조자, 연출가가 존재한다. 그에 비해 연출가에 대한 일반관객의 관심도는 적은 편이다. 본 연재는 대학로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연출가 9인의 인터뷰와 그것을 토대로 한 몇 개의 화두를 통해 관객이 연출가라는 존재에 대해 더욱 익숙해지고 친근해지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

성재준 연출은 ‘뮤직 인 마이하트’, ‘싱글즈’ ‘카페인’등 주로 여심에 호소하는 로맨틱 코미디로 관객을 찾았다. 뮤지컬 웹진 기자로도 활동한 그는 뮤지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바탕으로 작사가와 극작가를 거쳐 최근에는 인기 연출가로 급부상하였다.

-연출하는데 있어서 지향하는 바나 주안점이 있나요?

작품 스타일에 맞게 해야죠. 어떤 작품이냐에 따라 스타일이 변한다고 생각하지 틀을 맞춰서 하지는 않아요. ‘뮤직 인 마이하트’는 ‘뮤직 인 마이하트’에 맞게, ‘카페인’은 ‘카페인’에 맞게. 스토리가 나오면 거기에 맞게 컨셉도 나오고 연출 방향도 나오고 하니까요.

-연출님의 작품 중엔 사랑 이야기가 많은데 그런 주제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고집한건 아니고요. ‘살인사건’도 했었거든요.(웃음) 다른 작품도 준비한 것이 있는데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 먼저 오픈이 된듯해요. 앞으로 공연될 작품은 조금 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있어요. 스릴러적인 것도 있고 장르물도 있고.

-영감의 원천이나 원동력이 있나요?

‘뮤직 인 마이하트’같은 경우는 농아 연인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썼던 작품이구요. ‘카페인’은 2인극을 써보고 싶었고 와인과 커피 두개를 놓고 이야기를 다루고자 했어요. 원동력이라 한다면, 사실 수많은 것이 원동력이 됐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일상 쪽에서 특히 많은 원동력을 찾지요.

-러브스토리를 쓰기 위해서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여자를 잘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도 그런 편이신가요?

잘 몰라요. 실제로는 잘 모르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공감대라는 것은 남자나 여자 개인적인 생각은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은 같다고 생각해요. 남성분들이 느끼는 것을 여성분들도 느끼지 않을까. 뮤지컬 팬 층 자체가 여성분이 더 많아서 그런 것도 있겠고요. 남성분들도 공감하신다고 생각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을 하고 제가 공감되는 스토리를 썼다고 생각해요.
사실 경험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구요. 경험이라고 하면 제가 여성이 되어야 하니까 조금 어렵고(웃음) 인물 속에서 이야기를 펼쳐 나가다보면 그쪽으로 가는 게 아닐까. 작가라는 것 자체가 남성도 됐다가 여성도 됐다가 나쁜 놈도 됐다가 하면서 그 안에서 찾게 되는 게 아닐까. 그게 여성들하고 잘 맞게 되는 거 아닐까요.

-연출가가 되기 전에 작사가, 구성작가, 기자 등 여러 가지 직업을 거쳐 오셨어요. 연출로 전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전업은 아니고 지금도 여전히 작사, 작곡, 구성도 가끔씩은 하고 있어요. 기회가 닿으면 알게 모르게 하고 있고요. 이 모든게 연출로 이어졌지만 결국엔 또 한 가지라고 생각을 해요.웹진 기자도 뮤지컬 웹진 기자였거든요. 그전엔 뮤지컬 매니아였고요.

-최고로 뽑는 뮤지컬이 있으신가요?

뮤지컬 ‘렌트’ 때문에 뮤지컬을 하게 됐고, 개인적으로 혁명이었다고 생각을 해요. 지금까지 어떤 다른 작품들도 그렇지만 ‘렌트’만의 색깔이 있어요. 그전까지 봤던 작품들은 좋은 작품이지만 너무 클래식한 경향이 있었어요. 한국에 있으니까 접할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기는 하겠지만. ‘렌트’를 보면서 아 이런 뮤지컬도 있구나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얼마 전 ‘렌트’ 브로드웨이 마지막 공연날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웃음)

-대본작업과 작사작업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대본 작업을 먼저 하면서 정리되면 작사 작업을 시작해요. 두 가지 작업은 워낙 다른 일들이라 정확히 나눠서 해요. 왜냐면 대본으로 스토리 라인을 뽑아 나가고 작사는 음악적 구조부터 잡기 시작해야하거든요. 작사 같은 경우는 일을 두 번 세 번해야 해요. 작곡가가 곡을 붙여 넣고 또 문제가 생기면 어레인지를 해주고 배우들이 노래를 불러보고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거든요. 작사 작업이 가장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30%가 대본이고 나머지 시간은 작사 작곡하는데 쓰여요. 우리나라 말이 음악적으로 불편한 점이 있어서 그런 부분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아요.

-작사 작업이 어려운 점이 많은가요?

근데 그게 사실 시하고는 달라요. 음악적 구조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해요. 대중 음악 같은 경우는 듣고 또 듣고 여러 써도 되는데 뮤지컬 넘버의 가사는 공연장에서 한번 듣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최대한 쉬운 단어와 표현을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요. 대본에서 하는 말은 좀 걸려도 되는데 가사는 음악에 맞춰 흘러가기 때문에 노래를 부르기 쉬운, 고음부 저음부 세 가지 고려하면서도 예쁜 가사가 나와야 하고 그러면서도 드라마에 맞는 감수성도 중요해요. 극적 상황을 만든다는 것은 감수성어린 부분이지만 그 외의 가성적이고 시스템적 부분이 많아 틀 안에서 써 나가야해요. 사람 알몸으로 거리 돌아 다닐 수 없고 예쁜 옷을 입혀야 하잖아요. 얼마나 잘 조화를 이루고 얼마나 잘 구조를 짜느냐가 중요해요.

-작품 ‘싱글즈’의 경우 뮤지컬 외에도 소설, 드라마, 영화의 컨텐츠로 사용되었어요. ‘싱글즈’라는 컨텐츠가 가지는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싱글즈는 누구나 느끼는 29살의 공감대 같은 것이 정말 큰 것 같아요. 지금은 덜하지만 옛날에는 29살이 되면 ‘야 진짜 넌 끝났다’이러잖아요. 정말 기분이 나쁘대요. 뭔가 마지노선에 걸린 느낌? 남자는 군대에 다녀와서 직장 다녀와서 신입으로 시작되어야 하는 때고 여자는 직장을 옮겨야 하나 결혼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는 시기잖아요. 재미있는 컨셉이예요. 곡도 좋았지만 그런 부분이 와 많은 사람들에게 닿았던 것 같아요.


강민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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