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무엇으로 만들어질까. 무대? 배우? 조명? 스토리? 공연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의 배후에는 공연의 청사진을 머릿속에 그리고 이를 실제로 펼쳐 내보이는 숨은 창조자, 연출가가 존재한다. 그에 비해 연출가에 대한 일반관객의 관심도는 적은 편이다. 본 연재는 대학로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연출가 10인의 인터뷰와 그것을 토대로 한 몇 개의 화두를 통해 관객이 연출가라는 존재에 대해 더욱 익숙해지고 친근해지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 (메인사진_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배우중심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다

김광보 연출은 배우에게 하루에 8시간에 이르는 혹독한 강행군을 시킨다. 자신의 부분이 끝났다고 자리를 떠나거나, 담배를 피워 목을 망가뜨리는 것은 배우로서 용납될 수 없는 행위다. 그의 연출 중심은 ‘배우’다. 대극장 같은 큰 무대에서 아무런 무대장치나 음향 없이 온 관객을 휘어잡을 수 있는 존재, 그것이 그가 이상적으로 꿈꾸는 배우의 모습이다. 거기에 최소화라는 뜻을 가진 ‘미니멀리즘’이 그가 주안을 두는 부분이다.

“쉽게 말하면 미니멀리즘을 추구합니다. 배우를 제외한 부가적인 요소들은 배우들을 돕기 위한 장치에 불과한 것입니다. 저는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어떤 형태의 공연을 하던지 간에 배우가 중심이 되는 공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배우를 제외한 스텝적인 부분은 최대한 절제시키는 편이라, 과도한 조명, 과도한 무대장치를 아주 싫어합니다. 예를 들어서 조명을 어둡게 하며 분위기를 조성한다던가, 슬프니까 슬픈 음악을 깐다 던지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부가적인 요소들이 앞서나가는 경우를 싫어하죠.”

▶ 김광보 연출이 말하는 ‘연출가’

창조의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연출이 창조라는 말을 단번에 부정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연출자은 창조자가 아닙니다. 조합하는 사람이거든요 따라서 크리에이티브(Creative)나 저작권이라고 하는 것은 없는 사람입니다. 배우와 스텝을 조합시켜 종합예술의 형태로 만들어 내는 사람이지요. 물론 조합을 통해 새로운 완성을 이룬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창조자이기도 하죠.”

연출이 갖추어야 할 조건에 대해서는 명확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김광보 연출은 서브텍스트에 뛰어난 연출 중 한명으로, 텍스트에 대한 면밀한 이해를 중요시한다. 그는 이러한 노력을 ‘공부’라고 부른다. “연출을 하면서 여러 가지 것들을 많이 공부해야하거든요. 텍스트에 모든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본 속에 답이 있고, 그 답을 찾아서 어떤 질감이나 재료에 고민을 담아낼 것인가 하는 게 연출가의 몫이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창의적인 연출가에 선행되는 것은 명확한 텍스트 해석입니다. 창의적, 해석적 연출가의 구분은 무의미하고, 복합적으로 만났을 때 이상적인 연출가가 됩니다.”

또한 그는 연출가로서 자신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관점이 없으면 작품을 만들기 힘듭니다. 작품이 현재를 살고 있는 나의 삶에 어떻게 투영되고 해석되는 것인가, 어떻게 지금 현재의 상황과 만나게 만날 것인가가 연극적으로 이야기하는 ‘동시대성’이라고 하죠. 동시대성을 획득하는 과정은 세상을 바라보는 명확한 관점이 있어야지 만이 가능한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이 공부라고 규정짓는다고 하면 공부해야 할일이 참 많은 것이 연출자의 역할입니다.(웃음)”

▶ 주제는 무겁게, 전달은 가볍게

‘햄릿’ ‘에쿠스’등 김광보 연출의 작품 중에는 특히나 무거운 주제를 가진 작품이 많다. 그는 연극이 가져야 하는 ‘사회성’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저는 전형적인 386세대이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연극이란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사회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이 이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해야죠. 다만, 그것을 전달시키는 과정은 무겁지 않아야지. 무겁게 주면 관객들이 힘드니까. 그게 제 연출 방법입니다, 작품은 무겁지만 연출의 경우에, 때에 따라서는 가볍게 때에 따라서는 웃기게도 합니다.”

그의 가장 최근작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일본작가 사카테 요지의 작품이 원작으로 2시간 5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는 평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작품 자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역시 무겁다. “모든 충돌의 근원은 문명의 충돌입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이 계속 충돌하고 있잖아요. 그 문명 충돌에서 자본력이 우수한 곳이 세상을 지배하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지배를 하든 지배를 안 하든 전쟁이 일어나던 그렇지 않던지 간에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습니다. 뒤집어 놓고 말하자면은 ‘피해자가 가해자기이도 하고 피해자가 가해자이기도 하다.’ 그것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이야기입니다.”


강민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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