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춤평론가회(회장 장광열)는 춤 비평활성화를 포함한, 한국 춤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럼을 봄 여름 가을 겨울 4회에 걸쳐 연속으로 개최한다. 2009년 첫 포럼의 주제는 ‘변화하는 춤 환경과 지원정책’이다. 춤 비평을 포함 춤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춤 전용극장 운영방안 등이 무용가를 포함한 현장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폭넓게 논의된 결과다.
3.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춤정책과 춤 전용극장 운용 방안
(3) 춤 전용극장 역할과 기획 기능
춤이 올려질 만한 공간은 서울만 해도 20곳 남짓을 헤아리며 지역에도 00전당, 00문예회관처럼 공간이 산재해 있다. 국내 크고 작은 극장에서 연간 2000회 정도의 공연이 이뤄진다.
국내에서 춤 소극장은 80년대의 공간사랑, 창무춤터, 미리내, 바탕골극장을 거쳐 90년대 이후의 포스트극장, 2003년까지의 씨어터제로로 이어져 왔으며, 이후 산발적으로 스튜디오형 공간이 소극장 기능을 모색해왔다. 춤 전용극장의 필요성은 2000년대 초두부터 제기되어 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과거 몇 해 씨어터제로, 그 다음에는 포스트극장을 대상으로 일정액의 운영비가 지원된 바 있다.
2006년부터 춤 스튜디오에도 지원 사업이 시행되고, 올해에는 예술전용공간 지원 사업(연극 분야 10, 음악분야 4, 전통예술 분야 3 공간 선정)의 일환으로 춤 전용극장 지원 사업(6 공간 선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에 선정된 극장들은 소극장이며, 규정상 연간 8개월 이상 운영되는 가운데 춤 공연이 120일 이상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춤 전용극장의 규모에 대해 정설은 없다. 대극장으로부터 소극장까지 다양한 규모의 극장을 춤계가 전용극장으로서 갖는다면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공공 지원 측면에서 민간의 대극장에 대한 지원을 배려하기 힘든 현실정을 고려해볼 때 자연히 춤 전용극장에 대한 논의는 소극장에 집중되기 마련이고 또 그것이 현실적이다.
지나간 3년 정도 시기에 춤 스튜디오 공간에도 지원이 있었으나 지원의 실효성은 낮았다. 이 사업은 대체로 예닐곱의 스튜디오에 자체 공연을 연중 수회 갖는 의무 조건으로 7백만원~2천만원 가량 지원하였다. 이 사업은 춤 창작층의 연령이 20대 중반으로까지 넓혀지는 데 비해 춤 발표 공간은 부족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스튜디오에서도 춤이 공연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한 낭만적 기대와는 달리 이 사업은 몇 가지 제한을 안고 있었다. 춤 스튜디오는 1) 소극장과 같은 상설 공연장 설비를 갖추지 않고 2) 절대적 요인은 아니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며 3) 근본적으로는 공연이 상시적으로가 아니라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4) 그런 터에 상시적인 공연 기획이 진행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춤 스튜디오의 운영을 보조하는 취지가 더 강했던 이 사업은 춤 공연을 연중 수회 올리도록 하는 의무 조건보다는 차라리 연중 1~2개월간 다른 무용인들에게 춤 실습 공간으로 무상 임대하는 의무 조건을 내세웠더라면 그 취지가 살려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춤 스튜디오 지원 사업에 따랐던 제한점은 춤 전용극장 지원 사업을 위해 참고가 된다. 즉 춤 전용극장에서는 상시적으로 공연이 이뤄져야 하고 무엇보다 기획 관리 기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춤 전용공간의 본령은 그것이 예술 공간이라는 사실에서 찾아지며, 춤 예술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춤 전용공간은 존재 이유가 떨어진다. 소규모의 경제성과 효율성 때문에 소극장은 특히 춤의 인큐베이터로서 소중하다. 춤 소극장들 가운데 뉴욕의 DTW(1965년 설립, 연간 110회 공연)와 런던의 더 플레이스(1969년 설립, 유럽에서 가장 바쁜 극장으로 자처)는 3백석 정도의 소규모 극장임에도 꾸준한 운영과 탁월한 기획력으로 세계 춤계의 중요하며 정상급 극장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소극장 규모의 춤 전용극장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무대 공간, 조명 및 무대 설비, 객석 공간, 로비 같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기획 관리 및 무대에 최소 3명의 상근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공연 진행시에는 3~4명의 비상근 인력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다. 입지 조건, 객석 규모 및 설비에 따라 소극장마다 소요 경비가 다를 테지만, 그래도 소극장은 2백석 안팎으로 춤 공연을 경제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효율성 때문에 선호되며, 10년 전부터 소극장의 가치는 재인식되면서 소극장에 대한 망설임도 해소되었다.
지원 사업과는 별개로 원론적으로 춤 전용극장은 신진 세대를 발굴하는 공간으로 중시되어야 할 것이다. 규모의 경제성을 필요로 하는 신인 또는 신진들을 발굴하면 춤계에 이른바 젊은 피를 수혈하는 성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측면에서 자체의 기획 기능이 중요해지고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단순 대관 사업도 진행되는 가운데 특히 춤계 동향을 반영한 기획이 춤 전용극장의 존재 가치를 돋보이게 할 것이다. 재능은 있되 경제적으로 곤란한 신인 또는 신진을 육성하는 공간으로서 춤 전용극장의 역할을 주시해볼 만하다.
그러므로 춤 전용극장에 대한 지원 사업은 보다 조밀한 내용을 갖춰야 하고, 이를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하나는, 일정 정도 이상의 규모와 설비를 갖춘 춤 전용극장이 확보하는 외부 협찬금에 비례하여 지원금을 증액하는 혜택을 부여하면서 협찬금과 지원금의 용도를 춤 공연에 한정하는 방안이다. 이와 같은 매칭 펀드 방식은 춤 전용극장의 경영 기획을 활성화시킬 것은 물론 펀드 규모에 따라서는 다수의 무용인이 간접적으로나마 협찬 지원 받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는, 춤 전용극장이 신인․신진 육성 공간으로서 특화될 필요성에 비추어 그 방면의 기획을 고려하여 지원 심의 평가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지금처럼 연간 일정 시일 이상의 춤 공연 요건을 충족시키면 지원하는 것도 무의미하지는 않으나 이제는 단순해 보인다. 타 분야의 예술전용공간 지원 사업이 신인․신진 육성 공간을 얼마나 고려하는지 모르겠지만, 춤계의 독특한 사정을 살려 나름의 지원 심의 평가를 추진해볼 만하다.
글. 김채현_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춤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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