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춤평론가회(회장 장광열)는 춤 비평활성화를 포함한, 한국 춤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럼을 봄 여름 가을 겨울 4회에 걸쳐 연속으로 개최한다. 2009년 첫 포럼의 주제는 ‘변화하는 춤 환경과 지원정책’이다. 춤 비평을 포함 춤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춤 전용극장 운영방안 등이 무용가를 포함한 현장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폭넓게 논의된 결과다.
3.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춤정책과 춤 전용극장 운용 방안
(2) 정책 환경 변동: 발상 전환과 파급 효과 중시
경쟁력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그것은 상대적 개념이자 시장(市場)의 개념이다. 즉 춤 경쟁력은 문화예술 상품 시장에서 타 예술 장르, 타 문화 행위와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이에 비추어 춤 경쟁력을 판별해낼 근거는 대체로 문화예술 상품 시장에서 찾아진다. 다시 말해 춤 작품의 예술적 역량과 그것을 창작 산출해내는 역량 그리고 춤 작품 수용층의 규모와 비중이 춤 경쟁력을 구성하는 요인이다. 이들 표면적 요인 이외에 춤 경쟁력을 형성하는 저변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극장 설비와 같은 하드웨어, 창작자 및 무대 춤꾼 양성 교육체계, 상품화 전단계의 실험․양식 개발 활동 관행, 전문 무용인들의 정기적인 행사, 예비 관객을 대상으로 한 교육 체계, 생활 속의 친근성 등등 춤 경쟁력에 크게 영향을 끼치되 눈에 보이지 않는 요인도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국고와 문예진흥기금의 여러 사업이 시행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2004년에 필자는 춤계 현실 진단에서 “춤 위기의 양상을 공연 및 창작 부실 → 관객 호응 위축 → 춤 인식 저하 → 관객 감소 및 춤 입시 경쟁률 저하 → 대학 무용과의 불안정성 증가 및 공연 환경의 불안정 심화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위기의 원인을 포괄적으로 진단하면 춤 외부로까지 범위가 넓혀지고 순수예술 일반이 처한 상황이 춤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춤 위기의 원인을 1) 시대의 급변, 2) 디지털 및 영상 시대 상황에의 대비 미흡, 3) 마케팅 부재, 4) 초중등 교육 부재와 대학 고등 교육의 부실, 5) 정책의 불확실성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는 1) 정부 무용 정책의 개선 방안(목표 지향점의 명료한 설정), 2) 무용 지원 정책의 개선 과제(틀 바꾸기: 과감한 선별 집중 지원,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 3) 무용 교육의 현안과 정책 과제(정규 교과 내 독립, 대학 무용과 자체 혁신), 4) 무용 공연 현실과 정책 지원 과제(공공 인프라 개선, 연구 조사 활동 활성화), 5) 무용 관행의 개선(공연 남발 현상 시정 필요), 6) 무용 창작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창작 인프라 확충 필요, 창작 전념 환경 조성, 선별 집중 지원과 신진 예술가 육성), 7) 공립무용단의 현실과 정책 과제(공공성 확립, 시민과의 밀착 활동 증대, 객원 초빙제 체계화 필요), 8) 무용 국제 교류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전략 확립, 춤 국제 교류 지원 기관 공동 협의체 구성, 선별 집중 지원을 통한 마켓 활동 시급)처럼 8가지 과제 항목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2007년 연초에 문화부는 무용발전TF팀을 구성하고 춤 경쟁력 강화 중기(中期) 정책 제안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5개 부문(1. 창작 진흥 및 전문 인력 양성, 2. 관객 개발 및 시장 확장, 3. 무용교육 진흥과 창의성 신장, 4. 국제교류, 5. 제도개선 및 인프라 구축)에 걸쳐 모두 15가지 정책 과제를 공론에 올린 바 있다.
정책을 구체적으로 논하기 시작하면 저마다 10가지 남짓 시책은 쉽게 제안할 수 있다. 그리고 이상에서 예시된 정책들을 참고로 하면 대부분의 춤 정책은 구상될 수 있다.(이 글의 말미에 붙인 보충 자료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제시된 과제 일부는 그 사이에 시행되기 시작하였으나 대부분의 정책 과제는 유보되거나 기각된 탓에 몇 해 반복해서 지겨움을 무릅쓰고 제안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춤계가 중시하는 정책 과제가 채택되지 않는 상황에서 춤계가 해야 할 일은 그 원인을 재인식하고 정책의 구체적 실현 방안을 짜내는 일일 것이고, 이런 차원에서 춤계 자체의 정책(바꿔 말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춤 경쟁력 강화가 중대 현안으로 계속 제기되는 현시점에서 춤 경쟁력 강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다시 춤 경쟁력을 위축시키는 요인을 정리해보자.
- 문명 환경 변동: 사이버 시대 정착
인터넷 활동 / 게임 / 디지털 감성 증가
- 문화 환경 변화: 예술 대체재(경쟁재) 증폭
축제 / 사교취미 활동 / 대형 스펙터클 / 케이블방송
영화 / 애니메이션 / 이미지북 증가
- 작품 내적 요인: 작품 공감대 / 완성도 미흡
- 경영 기획 부실: 관객 감소 / 단순 홍보 위주
- 경영 의지 부재: 상품화 의식 미약
- 정책 측면 요인: 정책 집행 부실 / 재정의 제한
이들 요인을 해결하면 춤 경쟁력은 물론 강화될 것이다. 말하기보다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이들 요인은 그래도 해결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춤계 내부로부터 발상 전환이 따라야 한다.
이를 다시 살펴보면, 춤 정책은 1) 문명의 변동 2) 문화의 변화 3) 기획 기능 강화 4) 경영의지 촉진과 같은 측면을 고려하여 재편성되거나 새 시책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충족시키자면 언뜻 예산부터 증액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예산 증액도 고려 사항이긴 하지만, 그에 앞서 기존 지원 사업을 재검토하고 공론화 과정을 통해 수정할 사업은 수정하고 보완할 것은 보완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지금 확보된 예산으로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일이 굳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범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디지털 매체의 약진, 공연문화의 확산과 대대적인 새 양식 개발은 춤에 대해 호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 이런 추세는 우리 주변의 위기와는 달리 춤이 21세기 공연과 예술의 꽃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미학적․철학적 근거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진다. 지난 10년 동안 공연 문화에서 생성한 새 언어들도 그런 근거에 속한다. 즉 발상의 전환이 시급한 현시점에서 춤과 춤계의 시너지를 모으고 자극하는 정책과 춤계의 자구책이 요청된다.
예를 들어 사이버 시대 흐름과 예술 대체재 증폭과 같은 변화는 이미 대세가 되고 있으나 춤계 전반의 대응은 미진하다. 사이버 시대에 물리적 시공간 질서가 해체되고 물리적 매체가 디지털을 통해 춤(예술)의 보조물로부터 동반자로 급격히 변신하는 추세, 비언어적이며 몸적 특질을 갖는 춤이 여느 예술보다 매체 통합력에서 유연한 데 힘입어 춤 양식이 다양하게 개발되는 추세, 음악․스포츠․서커스를 응용한 스펙터클한 이벤트가 일상화되어 일반 관객의 감성과 지각 방식이 확장되는 추세, 춤 전파 및 유통 경로에서 사이버 세계가 점유하는 비중이 급격히 커가는 추세 등은 아직 춤 발상과 무대에서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교육 과정의 재편성이 수반되어야 할 테지만, 정책을 통해 발상 전환을 자극할 수 있다.
예술과 춤이 주체라면 정책은 보조자이다. 시장 실패가 가중될수록 정책의 비중은 커질 것이고, 이는 정책에 대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책은 춤이 시장 실패를 완화하고 다수의 무대 현장인들(안무가-무용수)이 자립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춤 경쟁력의 저변을 신장하는 방향으로 손질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창작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는 간접 지원이 더 비중 높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창작에 대한 직접 지원은 그 액수로 보아 지원 심의가 점차 강화되어야 할 테지만, 그간의 지원 실적은 직접 지원의 규모가 커질수록 지원성과에 따른 위험 부담도 커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창작에 대한 단순 지원보다는 춤계 내의 다수에게 파급 효과가 큰 쪽에 관심을 모으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극장 대관료 보조, 공공의 실습 스튜디오 제공처럼 다수가 상시적으로 혜택을 받으면서 무대 활동을 저렴하게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글. 김채현_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춤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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