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춤평론가회(회장 장광열)는 춤 비평활성화를 포함한, 한국 춤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럼을 봄 여름 가을 겨울 4회에 걸쳐 연속으로 개최한다. 2009년 첫 포럼의 주제는 ‘변화하는 춤 환경과 지원정책’이다. 춤 비평을 포함 춤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춤 전용극장 운영방안 등이 무용가를 포함한 현장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폭넓게 논의된 결과다.
3.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춤정책과 춤 전용극장 운용 방안
(1) 춤 경쟁력 강화의 첫 단추: 기존 시책 집행 단계의 손질
춤 경쟁력의 현실은 단적으로 ‘예술의 위기’ ‘춤의 위기’라는 진단에서 찾아 볼 수 있다. 10여 년 이어진 그런 위기 양상에도 불구하고 예술과 춤 활동이 지속되고 있어서 위기라는 것은 빗나간, 아니면 과도한 진단일지 모른다.
예술과 춤의 위기는 예술과 춤이 존립할 수 있는지 없는지 갈림길에 다다른 상태를 의미한다. 위기의 기준을 해당 활동이 소멸하기 직전의 상황으로 본다면, 춤 위기는 빗나간 진단이었음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앞으로 가령 지극히 곤란한 상황에서도 극소수에 의漫?じ� 예술과 춤 활동이 유지될 것이므로 위기 자체가 원천적으로 성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위기라는 진단을 가볍게 여길 수도 있고 무시할 법하다.
예술과 춤이 존립의 갈림길에 처한 것 다시 말해 춤의 위기는, 춤 생태계가 그만큼 악화되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지금 춤 지망생과 춤 전공자가 줄어든다는 지적은 통상적인 하소연이 되었고 춤 관객층의 축소 역시 현장에서 쉽게 확인되고 통계 치로도 관측되었으며 무대 현장 춤꾼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춤을 지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실존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봉 수백만 원 같은 자조적인 표현은 무대 현장에서 흔하다. 이처럼 춤의 생태계가 좁아지고 얕아짐으로써 춤은 존립의 기로에 놓여 있다. 길게 말할 것 없이 춤의 위기는 춤 자체의 위기가 아니라 춤 생태계의 위기이다.
예술은 사회 내에서 공공(公共)의 재화(財貨)로 공인될 때 정책 대상이 된다. 악화하는 춤 생태계를 두고 상반된 시각이 가능하다. 먼저 공공재로서 춤의 현실적 가치가 감소하므로 정책에서 후순위로 밀려나야 한다. 반면에 춤 자체의 가치에 비춰 공공재로서 춤의 현실적 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해 오히려 정책에서 우선되어야 한다. 정책의 대상으로서 춤을 대하는 시각은 현실(춤 가치 감소)과 이상(춤 가치 증진) 사이에 자리 잡을 테지만, 춤계가 바라는 대로 정책이 안정적이면서 강화되려면 먼저 춤 가치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춤계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오늘날 세계 어디서나 예술과 춤에서 시장 실패는 새삼스런 현상도 아니다. 국내에서는 지금의 위기와 정책 집행의 오류를 호도하기 위해 시장 실패를 내세울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 같은 실패는 수치(羞恥)가 아니라 오히려 대량 생산 시대의 취약점으로 인식되어야 하며 정책이 더 적극성을 띠어야 할 이유가 된다.
춤 경쟁력과 춤 정책은 서로 동반 관계를 형성한다. 춤계 역량에 못지않게 춤 정책은 춤 경쟁력을 형성하는 데 막중한 비중을 차지한다. 춤 정책의 효율성은 정책이 춤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정도로 판별되겠지만 정책의 청사진이 정책의 효율성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의 구상이 우수해도 춤 경쟁력을 뒷받침하지도 못하고 도리어 그것을 저해한다면 없느니만 못하다.
일례로 근래에 춤 지원 사업들을 둘러싸고 춤계에서 표명되는 우려들은 무엇보다 정책 과정에서 특히 집행 단계가 부실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춤 정책을 다변화하고 재정을 확충하며 정책의 안정성을 기하는 것이 춤 정책의 긴요한 현안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으나 정작 정책의 집행이 부실하다면 그 같은 현안을 강조하는 데조차 상당한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있는 정책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면서 무슨 새로운 정책인가?” 하는 힐난(詰難)이 실제는 없지 않을 것이다. 즉 외부를 향한 새로운 요청에 앞서 예컨대 지원 사업 심사와 같은 내부 집행 과정부터 상식에 충실하게 갖춰야 한다.
글. 김채현_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춤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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