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한 남자. 권총을 꼭 움켜쥔 손에서 목표물에 대한 단호한 의지가 느껴진다. 모자 아래로 드리워진 음영 속에서도 날카롭게 빛나는 눈빛은 그의 결의를 한층 확고히 한다. 굳게 다문 입은 이러한 결의가 오랜 시간 철저하게 계획해왔던 일이였음을 암시한다.

까만 바탕의 포스터 뒤로 엿보이는 오래된 문서와 전차로 미뤄 봤을 때 그가 살았던 시대는 현재가 아닌, 저 먼 과거인 듯하다. 아스라한 배경 위로는 영웅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있다. 하지만 총탄이라도 맞은 듯 하얀 글씨는 부분부분 검게 그을리고 조각나있다. 파란만장한 영웅의 삶을 대변하기라도 하는 양 영웅이라는 두 글자에서는 결코 평탄할 수 없었던 한 인물의 엄중한 삶이 전해져온다.

글씨 옆에는 빨간색으로 손도장이 찍혀있다. 영웅의 임무를 엄숙히 선서하는 듯 손도장에서는 진중함이 배어나온다. 그런데 보통의 손도장 모양과는 달리 네 번째 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의 길이가 같게 찍혀져 있다.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이 잘리기라도 한 걸까? 조금은 특별한 손의 모습에서 보통의 사람과는 다른 비범함이 느껴진다.

온갖 수수께끼로 가득 차있는 이 남자의 비밀은 포스터의 카피에서 비로소 그 진실이 밝혀진다. “나는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중장 안중근이오.” 이 남자는 바로 우리의 영웅, 안중근 의사였던 것이다. 공연의 시작일은 그가 하얼빈 역에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10월 26일, 바로 그날이다.

안중근 의사 서거 100주년을 맞는 올 가을, 그의 힘겨운 외침이 관객들을 찾는다. 뮤지컬 ‘영웅’은 오는 10월 26일에서 12월 31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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