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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까지 만화가 강풀의 작품이 문화계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드라마화까지 정해지면서 큰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작품이 있다. 바로 ‘그대를 사랑합니다’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검증이 끝난 배우들의 안정적 연기는 좋았으나 현실과는 살짝 떨어져 있는 캐릭터, 드라마화까지 진행되고 있을 만큼 대중성이 있지만 변형된 신파극을 벗어나지 못한 원작, 중극장에 갖춰진 3면 무대로 여러 효과를 노렸지만 오히려 더 어지러웠던 관객, 실버붐이 일고 있는 시대 상황까지 더해져 왠지 화학조미료를 잔뜩 친 아주 맛있지만 어딘가 찜찜한 패스트푸드 같은 작품이었다.
- 현실적인 척 하지만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캐릭터 극중 관객이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의 80%는 조만석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개구쟁이 같은 행동을 할 때 이다.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가지고 있고, 괄괄한 성격이지만 호감이 있는 사람 앞에서는 개구쟁이 같은 김만석의 성격 차이는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통성명을 한 다음 쑥스러움에 과장된 몸짓으로 줄행랑을 놓는 장면과 소풍을 가서는 괜히 풍선을 치며 장난을 치는 모습은 분명 귀여운 노년이다. 그러나 조만석을 고민 없이 그저 사랑만 하면 되는, 현실적 갈등이 없어 보이는 가벼운 캐릭터로 만들어 버렸다. 실제로 극중 조만석은 가족에게 이해를 구하거나 조순이와 함께하는 삶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 웃음이 김만석으로 인한 것이라면 가장 큰 눈물은 장군봉과 조순이의 동반자살장면일 것이다. 장군봉과 조순이 역시 ‘캐릭터의 성격이 이러하니 동반 자살을 한다는 것을 관객은 이해해라’라고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치매인 부인을 보살피면서도 싫은 내색조차 하지 않는 이해심 넓고 큰형님 같은 장군봉과 치매에 걸려있지만 과거의 모든 추억을 아름답게 편집해 간직하고 있는 조순이는 조순이의 암을 계기로 동반자살을 하게 된다. 다정도 병인양 하여 죽음도 함께하여야 하는 히어로와 오필리어 처럼 순수한 히로인은 고전에서도 흔히 보이는 캐릭터다. 게다가 흐려진 정신 덕분에 좋고 아름다운 기억만 가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죽음을 맞는 히로인과 히로인을 잃고 홀로 살 자신이 없어 함께 죽는 것을 택하는 히어로란 설정은 오래된 신파극을 떠올리게 한다.
- 그래도 어지러운 배경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350개의 좌석에 3면 무대를 적극 활용하여 우유배급소, 이뿐의 집, 군봉의 집, 주차장, 언덕 등을 모두 설치하여 다양한 배경을 보여 주었다. 또한 점순이 보는 환상 속의 꽃비를 조명으로 처리하여 연극치고는 드라마틱한 효과도 냈다. 이는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만화가 원작인 이 작품 특성상 스토리를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덕에 관객은 어지럽다. 불이 껐다 켜졌다고 하나의 무대를 완전히 다른 곳으로 생각 하기는 힘들다. 특히 장군봉의 집과 송이뿐의 집은 너무 붙어 있어 두 집이 마치 이웃인 것 같고 만남의 계기인 언덕길은 마치 장군봉의 집 앞에 존재하는 것 같다.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은 대체 왜 저 네 명의 주인공들이 모르고 지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 무난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웃다가 울리는 딱 맛있는 패스트푸드 연극 진부한 소재와 어지러운 장면 이동에도 불구하고 이 연극은 상당히 볼만 하다. 일단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들과 각 집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소품들이 몰입도를 높인다. 장군봉의 집 벽에 가득 붙어 있는 낙서된 도화지와 노란 달, 송이뿐의 최소한의 살림뿐인 작고 초라한 방은 보이는 것으로 충분히 두 집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본격적 연애를 시작하기 직전까지의 스토리는 보는 이들의 연령대에 상관없이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수위걱정도 안 해도 된다. 김만석이 적절히 웃겨주고 장군봉 부부가 제대로 울려준다. 소소한 웃음과 눈물의 카타르시스와 삶이 주는 감동에 러브스토리까지 맛있는 양념은 다 들어가 있다. 먹고 있을 때는 너무 맛있는데 다 먹고 나면 배도 부른데 뭔가 하나 부족한 기분이 드는 마치 패스트푸드 같은 연극이다. 그러나 이 연극은 오픈런으로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인기 연극으로 자리할 것 같다. 패스트푸드 역시 어쨌든 간편하고 맛있고 끊을 수 없고 바로 우리 곁에 있지 않은가.
조아라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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