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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형주의 연극리뷰] 에드워드 본드(Edward Bond)의 <리어> : 극적 감정의 환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본드의 작품인 <리어>(1971)가 극으로 올려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본드의 작품을 학위 논문에서 다루었기에 본드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졌다. 또한 본드의 <리어>는 파리에서 크리스토프 페르통(Christophe Perton)에 의해 2001년 1월 18일부터 2월 10일까지 떼아뜨르 들 라빌(Théâtre de la Ville)에서 올려졌고, 그 때 그곳에 있었던 본인은 이 작품을 보고 많은 충격과 감동으로 이 작품을 논문에서 다루기로 생각했었다. 이미 이 작품을 본 적이 있었기에, 원드스페이스 세모극장에서 올려지는 박재완 연출의 <리어>가 이 작품의 폭력적이고 충격적 상황들을 어떻게 바라보며 해석해나갔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컸던 것 같다.

- 생물학적 반응으로서의 폭력
작가, 본드는 <리어> 서문에서, 폭력을 말할 수 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이 시대와 이 사회의 폭력을 말하지 않는 것은 비도덕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작가의 의지와 함께 그의 작품속에서 드러나는 “폭력”이 가지는 의미는 중요하다.

 

 

- 묘사된 이미지의 감성은 ?
그런데, 연출의 의도처럼, 폭력에 대한 명분의 허구성에 대한 논리를 따라 진행되어진 극은, 이들 대사들의 실제적 의미전달에 너무 집중하면서, 이들 대사들의 이미지의 극적 감성을 놓쳐버린 것 같다. 다시 말해, 연출은 이 작품에서, 극에서의 대사들이 의미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이들 대사들이 그리는 극적 형상들을 마치 그림처럼 묘사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 한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작가는 이들 언어가 가지는 의미에 반대하면서 극에서의 대사들은 이미지로서 어떤 분위기를 설정하는 질료로서 작용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들 대사들의 폭력적 잔인함은 단지 외형적인 질료로서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형식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는, 작가 본드의 의도처럼, 이 극이 감성을 자극하여 느끼게 하는 극적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이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작품속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해 알고자하는 목적으로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의도한다고 <리어>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런데, 연출은 그의 극을 너무나 직접적인 팝아트의 “비판적 사실주의”에 머무르게 하면서, 몇몇의 관객들이 본드 작품, <리어>가 이미 말해진 “뻔한 극”이라는 논리를 주장하게 한 것 같다.

- 극적 은유
리어가 3막 6장의 극에서 네번째 죄수이며 의사였던 사람으로부터 잔인하게 눈을 제거당하며 장님이 되는 순간, 마치 태양에 너무 가까이 접근해 죽음을 맞이했던 신화의 이카르(Icare)처럼, “태양이 내 눈을 아프게 한다”고 말함으로서 그가 진실에 가까이 다가갔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리어가 눈이 멀기까지 장님이었으며, 장님이 된 순간 비로소 <오이디프스>에서 눈이 먼 티레시아스의 예언력과 같은 통찰력을 가지게 된다는 극적 은유로서 작용한다.

- 기계화된 인간성
극의 1막 4장에서 워링턴 경을 심하게 고문하게 명령한 보디스가 이 끔찍하고 잔인한 고문에 전혀 반응하지 않으며 스스럼없이 털실을 뜨고 있는 장면은 썸뜩함을 자아낸다. 게다가 리어는 자신의 둘째 딸 폰타넬이 살해된 후, 자신 앞에서 의사가 아무런 동요없이 그녀를 해부수업의 한 장면처럼 해부해나가는 행동을 직면하게 되면서, 그의 잘못을 시인한다. 이때 이 과학적인 해부장면의 비인간적인 기계화된 모습은 원작에선 우릴 소름끼치게 한다. 하지만 연출은 극에서 이런 효과는 거의 드러내지 못했던 것 같다. 마친가지로 고문 장면에서 아무렇지 않게 털실을 뜨는 그녀의 모습은 관객에게 이 극적인 섬뜩함을 느끼게 하기 보다는 단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의 모습으로만 전달되어진 것 같다.

이 모든 관점으로부터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작가가 이 작품, <리어>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극이 이렇게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다 할지라도,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결코 비관주의 (le pessimisme)나 체념(la résignation)을 말하지 않는을 뿐 아니라, 그의 작품이 단순히 패로디화된 폭력의 “비판”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역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리어는 자신의 생각의 구체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성벽에 올라가 자신이 쌓은 그 성벽을 무너뜨린다. 그는 손에 침을 뱉으며 삽을 잡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 내 흔적을 남길 수 있어” 라는 마지막 말과 함께 총을 맞고 죽는다. 이는 그의 다른 작품 ‘이른 아침 Au petit matin’의 아서의 죽음처럼,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행동할 것이라는 인간에 대한 작가의 강렬한 믿음을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부분은 극에서 “한 삽만”이라는 말로 대체되어지면서 리어의 이 행위에 대한 의미를 감소시킨 것 같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본드의 작품을, 또한 이토록 비극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리어>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올리며 소개해주었던 박재완 연출에게 애정 어린 감사의 큰 박수를 보낸다. 어쨌든, 접근하기 어렵지만 그러기에 더욱 많은 호기심과 열정을 자극하는 본드의 작품들이 우리나라의 관객들에게 더 많이 소개되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글 하형주 hyungj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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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극은 크게 리어를 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극에서 리어는 자신이 통치하고 지배하고 있는 사회를 감금함으로써 적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자신이 행하는 모든 폭력을 합리화한다. 이런 논리로 자신의 국가를 지배하고 있는 리어는 결국 자신의 두 딸과 폭력적인 사회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이 논리는 극의 시작에서 리어의 두 딸이 자신의 아버지 리어의 성벽 쌓는 것에 반대하며, 리어가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두 젊은이 노스와 코넬과 결혼하고자 한다. 이런 그녀들이 전쟁을 이겨 권력을 가지게 되자 그녀들 역시, 자신들의 아버지, 리어와 동일하게 성을 쌓는데 몰두한다. 또 다른 리어의 딸이라고 할 수 있는 코델리아는, 자신의 남편이 리어를 불쌍히 여겨 그들의 집에 머무르게 한 후, 리어를 데리러 온 군인들에 의해 자신에게 가해진 군인들의 성적 폭력과 자신의 남편이 죽고나서, 시민정부의 우두머리가 되어 힘을 가지지만, 그녀 역시 이 악순환의 힘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성벽을 쌓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작가는 그녀들의 폭력에 대해 생물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이는 마치 그녀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이 두려움의 존재와 그녀들 스스로를 동일시하면서 이 두려움을 잊고자 한다는 사실이다. 이 점은 바로 그녀들이 그들 문화 속에서 보여진 폭력성을 쉽게 배우게 되는 점이며, 이런 사회 속에서 어린이들이 배울 수 밖에 없는 폭력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딸들이 행하는 행동은 근본적으로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 방어로서 폭력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작가 본드는 그의 작품 속 폭력의 필연성을 이 생물학적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박재완 연출은 이 폭력을 어떻게 바라보았는가 ? 연출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 ― 리어, 그의 두 딸 그리고 코델리아로 연결되는 ― 그들 스스로 이 폭력을 정당화하는 모든 명분과 이 명분의 가식성에 촛점을 맞추어 마지막 리어의 죽음을 그의 각성으로 받아들이며 극을 풀어나가고자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기서 우린, 하나의 폭력을 없애기 위해 더 큰 폭력을 사용하는 폭력의 악순환에 대한 연출의 인식 역시 읽을 수 있다. 연출의 의도가 그러허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 하지만, 극 속의 폭력을 단순히 권력이 만들어내는 악순환의 힘의 논리로만 바라본다면, 위에서 작가가 의도하고자 했던, 생물학적인 논리에 의해 만들어지는 자기 방어로서의 폭력성을 읽어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극에서 리어는 자신의 두 딸의 무죄를, 그녀들이 바로 자신으로 인해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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