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사람이 보는 대학로의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대학로에서 3년 째 ‘오낙불’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성욱 사장에게 대학로 문화의 문제점에 대해 물었다. 그는 지금의 대학로에 대해 “인프라 구축이 잘 되질 않았죠.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묶음으로 인해서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이 생겼어요. 선순환적 생태학적 환경의 구조로 잘 먹고 잘 살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무너졌어요” 라고 말했다.

이성욱 씨는 이어 임대료 상승과 문화지구 지정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큰 기획사에서 대관료를 달라는 대로 주니까 대관료가 올라가고 따라서 임대巢� 상승했어요. 비싼 대관료 때문에 극단들이 하나 둘씩 떠나고 있어요. 우리는 손님을 잃게 됐고요. 말만 문화지구지, 문화지구로서의 혜택이 전혀 없어요. 문화지구가 역행하고 있어요” 라며 거침없는 불만을 토했다.

그는 대학로에도 강남과 강북이 존재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동네가 너무 양분화 됐어요. 길 하나사이로 문화지구로 묶인 쪽과 안 묶인 쪽이 확연히 차이가 나요. 예를 들어 남쪽은 전깃줄 자체가 보이지 않아요. 다 밑에다 쫙 깔고 길을 깨끗하게 만들어 놨어요. 반면에 북쪽은 사방이 전깃줄 천지예요. 솔직히 말해 가게의 급이 다르니까 오는 손님도 레벨이 달라요.”라며 신세 한탄이 이어졌다.

이성욱 씨는 얼른 이 곳을 떠나 예전에 장사했던 강남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대학로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 있다면 뒷골목 문화 아닐까요. 대학로의 좁고 미로 같은 뒷골목의 특성상 그 어두운 문화가 남아있다는 얘기예요. 애들이 골목에 숨어서 몰래 담배피고 오죽하면 차 뒤에서 ‘애를 배는 동네’라 그러겠어요. 젊은이들이 건전하게 놀 수 있는 문화 자체가 없어요. 상업적인 희극 연극보고 술 마시는 게 다예요”라며 지금의 실태를 지적했다.

“젊은이들이 좋은 연극을 보고 건설적으로 토론할 수 없는 환경이 안타깝다” 는 그는 과거를 떠올리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과거의 대학로는 차가 다닐 수 없었잖아요. 모두 걸어 다니니까 주차 문제도 없었죠. 싸움도 잘 일어나지 않았어요. 지금은 규제가 풀리니까 다들 어설프게 차를 몰고 나와요. 그런데 제대로 된 공영주차장 하나 없으니 주차난이 일어나고, 연극표 값보다 주차료가 더 많이 나오니 누가 연극 보러 차 몰고 나오겠어요” 라며 주차 문제도 언급했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했으면 좋겠냐고 그에게 물었다. “문화지구에 대해서 외국의 좋은 사례를 모방해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해요. 일본 같은 경우는 지역정책을 세우기 전에 실무자가 해당지역에 6개월은 살아본다고 해요. 여기 사람들 대학로 문화지구 담당자와 제대로 얘기한번 못해봤어요. 실상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정책을 만드니 그 실패의 여파는 고스란히 우리 같은 상인들과 관객들에게 돌아간 거죠.”

‘마로니에 공원은 밤만 되면 노숙자들의 세상’이 된다고 한다. 구청의 방치로 대학로의 상징인 마로니에 공원이 젊은이들의 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그는 “대학로가 연극의 메카라는데 어디 연극을 대표하는 동상하나가 있습니까? 유명 연극인 손도장 하나가 없어요.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것들이 많은데 그걸 모르니 안타깝네요. 다 같이 즐길 공간을 형성해야 해요.” 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이성욱 씨는 자리를 마무리 하면서 “문화지구로 묶여서 좋은 것은 허울 좋은 이름뿐 이예요” 라며 지금 ‘대학로의 오늘’에 대해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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