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 1순위인 군대이야기. 그런 군대이야기에 따뜻함과 유쾌함을 더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20주년 기념사업으로 올려진 브라스뮤지컬 ‘바람을 불어라.’ 이 공연은 대한민국 최초로 군악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열정의 이야기다. 공연장을 나서는 순간 군대에 있을 지인들에게 전화 한 통, 편지 한 통 전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 추억과 신선함을 함께
소극장 한 가득 일사분란한 군악대가 나타났다. 관객을 향해 힘차게 뿜어내는 악기소리와 생소한 마칭(Marching) 장면에 관객들의 시선이 멈춰 선다. 그동안 흔히 볼 수 없었던 군악대를 소재로 삼았다. 무대 위에는 온통 군대를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로 가득하다. 군인들의 답답한 마음이 느껴지게 하는 철장과 작은 개인사물함, 후임들의 애물단지인 커다란 안테나, 밖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공중전화 등. 이러한 풍경에 한 관객은 연신 무대를 가리키며 추억의 탄식을 쏟아낸다. 또한 ‘바람을 불어라’에서는 모든 무대 전환을 배우들이 직접 해낸다. 조명이 반쯤 꺼진 무대 위로 배우들이 춤을 추듯 무대를 전환시킨다. 때로는 직접 조명을 잡기도 한다. 그 모습이 마치 모든 일을 스스로 해내는 군인들을 보는 듯하다. 이처럼 ‘바람을 불어라’에서는 남성들에게는 추억을, 여성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무대와 새로운 시도가 어우러진 모습을 보여준다.

- 땀방울로 연주하는 음악
‘바람을 불어라’는 공연 내내 배우들이 모든 음악을 직접 연주한다. 무대 위에서뿐만 아니라 무대 옆에서도 연주는 계속된다. 공연 내내 분주하게 움직이는 배우들을 보면 작품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악기구성은 트럼펫, 트럼본, 호른, 수자폰, 심벌, 스네어 등으로 브라스 뮤지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소화해내기 위해 3개월간의 혹독한 악기연습을 거쳤다고 한다. 음악적으로 완벽한 소리는 아니지만 그들의 땀이 녹아든 음 하나하나가 마음에 더 와닿는다. 오히려 군악대를 실제 들여다본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현장에서 바로 느껴지는 악기의 생동감과 함께 극중 노래들도 빼놓을 수 없다. 개성 있는 인물과 심정을 잘 표현해주는 가사와 멜로디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귓가에 맴돈다. 특히 공연 마지막에 등장하는 반전에 놀라움도 잠시, ‘아~’ 하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도 노래의 힘이다.

- 우리들의 이야기
‘바람을 불어라’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다 같이 극을 이끌어 나간다. 그만큼 각 캐릭터들의 개성과 존재감이 드러난다. 군대가 배경이라고 해서 남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인물들이 전하는 군대의 이야기들은 낯설음이 아닌 공감을 끌어낸다. 휴가를 끝내고 복귀하기 싫어하는 황상태의 모습은 휴가가 끝나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우리의 심정과 다를 바가 없다. 또한 힘겨운 군 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하며 스스로 위로하던 나일병의 모습도 마음이 짠해진다. ‘바람을 불어라’는 군악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겪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부딪치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과정을 웃음과 따뜻함으로 전하고 있다.


신선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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