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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남자들의 이야기, 바람을 불어라

 

대학로에 남자를 위한 공연이 없다고?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극단 ‘모시는 사람들’에서는 서부극 ‘황야의 물고기’에 이어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라는 남자냄새 물씬 풍기는 뮤지컬을 공연한다. 의심하지 않아도 좋다. 이것은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남자들을 위한 공연이다. 관객석에서 공감이 가지 않아 간혹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은 이번만큼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다.

-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거쳐 가는 곳, 군대

‘바람을 불어라’에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공통된 향수가 묻어난다. 군기 잔뜩 잡힌 강아지 같은 눈망울의 이병, 잔꾀 부리기 바쁜 상병, 어딘가 모자라거나 독특한 놈, 귀차니즘의 정점에 다다른 말년 병장 등 군대에 한명쯤 있는 전형적 캐릭터들. 포개진 군복더미처럼 차곡다닥 붙어있는 개인적 공간과 휑한 바깥의 차갑고 딱딱한 회색빛 철장 등 결코 정이 가지 않아도 아련히 기억되는 공간들. 화장실에 숨어서 먹던 초코파이, 무채색의 군 생활에 휘황찬란한 위안인 휴가, 상병들의 막무가내 이병 갈구기, 섹시한 여성달력과 잡지에 대한 열렬한 숭배, 초코파이 하나로 오가는 훈훈하고 소소한 정, 반전을 거듭하는 수직적 위계질서 등 잊기 힘든 에피소드들. 아무리 나열해도 부족할 것만 같은 군대생활의 추억들이 ‘바람을 불어라’에 가득하다.

- 새로운 장르, 브라스 뮤지컬

뮤지컬 ‘바람의 불어라’의 또 다른 특이사항은 모든 배우가 연주를 겸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배우들의 뮤지컬에 대한 열정과 헌신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면서 군악대뮤지컬이란 ‘바람의 불어라’의 표어를 잘 살려주기도 한다. 극중 브라스 음악은 군악대의 공연음악뿐만 아니라, 뮤지컬 넘버의 연주 및 세세한 음향효과까지 표현해낸다. 퍼레이드에나 사용되는 줄 알았던 음악이 자유자재로 이곳저곳에 활용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남성적이고 고양적인 브라스 음악의 특색도 군대라는 뮤지컬의 소재와 잘 맞아떨어진다. 배우들은 에너지와 열의가 넘치고 진심어린 눈빛을 발한다. 간혹 배우 간에 주고받는 대사가 다소 거친 것이 아쉽다. 각자의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들이 다양하면서도 전형적이어서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설득력을 가진다. 캐릭터들이 웃음을 위한 설정에 머무르지 않고 극의 전개의 치밀한 복선이 되기 때문이 극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긴장감이 있다.

- 마우스피스의 행방은?

지극히 남자들의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바람을 불어라’가 여성관객을 소외시키는 것은 아니다. 극중 웃음의 출처는 굳이 경험하지 않았어도 익히 들어본 군대유머가 대부분이고, 극의 구성과 메시지도 전체의 관객이 공유하는 공감대의 끈을 놓지 않기 때문이다.
극의 갈등은 상병 황상태가 일병 김설록의 악기의 마우스피스를 잃어버리면서 시작 된다. 당연히 휴가 중에 잃어 버렸겠거니 했던, 마우스피스의 행방은 극의 후반부에 또 다른 의문들에 의해 더욱 묘연해진다. 추리소설 매니아 일병 김설록과 이만수는 셜록과 왓슨의 자체설정과 꼭 한 발자국씩 늦는 추리를 통해 마우스피스의 행방에 대한 관객의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모두의 애간장을 태우는 그놈의 ‘마우스피스’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뮤지컬은 결국 전우들 간의 연대에서 희망과 사건의 해결방안을 찾는다. 군대의 부조리한 질서체계,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 속에서도 마음을 나누던 소중한 장면들이 모두의 가슴속에 있기에 화해를 이룩할 수 있다. 뮤지컬은 많은 말이나 대사보단 압축적인 회상 신과 감정이 고양되는 군악대 연주 장면을 통해 이를 관객에 전달한다.


강민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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