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 우리는 그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짜릿해진다. 흔히들 뮤지컬 ‘시카고’를 세상에서 가장 뜨겁고 섹시한 작품이라 부른다. 그건 아마도 현란한 몸짓, 화려한 조명, 감미로운 재즈 선율, 관능적인 유혹과 살인까지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허나 작품을 세심하게 관찰한 이들이라면 보다 큰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건 바로 안무가 밥 파시가 창조해낸 환상적인 스텝이다. 뮤지컬 ‘시카고’의 안무야말로 진정한 쇼 뮤지컬의 매력을 확고히 짚어주는 모범 해답이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 옥주현, 최정원, 고명석 이외에도 뮤지컬 ‘시카고’의 초연 멤버였던 배우 인순이와 허준호가 참여했다. 그 중 배우 옥주현은 이제 더 이상의 평가가 필요치 않았다. 그 자체로 록시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지난해에 비해 한층 성숙되고 물오른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단번에 휘어잡았다. 배우 옥주현은 자신의 섹시미를 과감히 드러내는 록시 역을 간드러진 목소리와 관능적인 웃음으로 뽐냈다. 또한 배우 인순이는 감미로운 재즈의 느낌을 목소리에 한껏 실어 보는 내내 함성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온통 검은색으로 치장된 무대와 하나 되어 작품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특히 ‘All That Jazz’를 부를 때가 더욱 빛이 났다. 그녀는 이 노래로 잠들어있던 재즈의 느낌을 고급스럽게 살려냈다.

뮤지컬 ‘시카고’의 무대 중앙에는 빅밴드가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음악은 뮤지컬 ‘시카고’에서 가장 지배적이라고 볼 수 있다. 계단형식으로 되어 있는 밴드는 음악 뿐 아니라 주연배우들의 등퇴장 역할도 하고, 지휘자와 배우들이 소통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각도로 활용되고 있는 밴드는 무척 실용적이다. 특히 튜바나 트럼펫은 다른 악기들보다 위에 설치되어 있어 공연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효과까지 안겨준다.

무대는 온통 검은색이다. 다른 뮤지컬처럼 가지각색의 화려한 색들이 보이지 않는다. 배우들의 의상도 모두 검다. 검은색 무대에 오로지 조명만 비춰진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세련미가 흘러넘친다. 조명은 배우들의 움직임과 행동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잡아낸다. 만약 조금 화려한 무대였다면 배우들의 움직임보다 무대에 더 눈길이 갔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뮤지컬 ‘시카고’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하고 뜨거운 뮤지컬이라는 답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증명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움직임이다. 더욱 섹시하고 관능적인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이번 ‘시카고’는 무대보다 안무에 크게 힘을 실었다. 그래서 배우들이 다른 작품보다 두 배나 더 노력했을 것이라고 본다. 안무가 밥 파시는 안짱다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결점 때문에 아주 독특한 스타일의 안무를 창조해냈다고 했다. 무대에서 배우들을 살펴보면 한시도 몸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있을 때 외에는 모두 조금씩 몸을 움직였다. 그들은 모두 힘을 빼는 듯 보였지만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여 아주 간결하게 움직였다.

특히 극중 록시 역의 옥주현과 벨마 역의 인순이가 공연을 펼칠 때는 안무가 밥 파시의 느낌이 단번에 부각되었다. 그들은 엉덩이를 살짝 뒤로 빼고 무릎을 튕기며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허리에 힘을 주어 상체를 유지시키고, 팔은 각각 따로 움직여 온 몸에 에너지를 발산했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별로 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근육하나하나에 힘을 주고 섬세하게 늘려주어야 하는 지극히 어려운 안무였다. 그런 미세한 부분까지 안무가인 밥 파시가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움직임에도 훨씬 섹시하게 느껴진 것이다. 그의 춤은 과히 탁월했다. 많이 움직이지 않은 듯 하면서도 관능적인 섹시미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뮤지컬 ‘시카고’ 본연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했다. 그 위에 안무가 밥 파시의 환상적인 움직임이 크게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주어진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 배우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그 결과가 크다 하겠다. 매일 다르게 향상되어가는 우리 뮤지컬계에 또 한 번 파이팅! 을 보낸다.


글. 사진_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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