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은 소극장에서 보기에 부답스럽다? 너무 가까워서, 너무 잘 보여서 민망하다는 관객들이 있다면 뮤지컬 <온에어>를 보자. 앞에 가서 볼수록 생생한 공연, 가까울수록 기분 좋은 공연임에 틀림없다. 뮤지컬을 보러 객석에 들어선 관객들은 이내 등장한 FD에 의해 라디오 공개방송을 보러온 방청객이 된다. 그의 왼손에는 박수를 오른 손에는 환호를 보내며 막간의 이벤트로 “연인과 헤어지면서 내가 들어 본 가장 독한 말”을 문자로 보내본다. 협찬상품이 걸려있으니 너나할 것 없이 핸드폰을 켜고 문자를 보내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방송은 시작되고
- 라디오를 켜면 돌아온 알렉스가 있다
‘알렉스’는 가수출신답게 감미로운 목소리로 청취자들을 매혹시킨다. 어쩌면 그 목소리에 우리의 순진한 ‘김순정’PD마저 가슴이 설레 오는지도 모르겠다. 김PD의 마음도 모른 채 알렉스는 방송에 집중한다. 우리는 깊은 밤 알렉스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는 청취자가 된다. 그는 사연을 소개하고 신청곡을 들려주며 실제인지 연기인지 모를 진행을 하고 있다. ‘멀티맨’ 박정표는 엉뚱한 사연 속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신청곡의 가수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송이 시작한 후, 청취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 ‘알렉스’는 이제 한물간 진행자일 뿐인가? 이에 방송국 이사는 한때 ‘알렉스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던 ‘나애리’를 섭외하라고 강요한다. 괴로워하는 ‘알렉스’와 만감이 교차하는 김PD의 갈등,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서로에 대한 사랑은 라디오 속 사연들처럼 풋풋하고 어수룩하지만 잔잔한 행복이 있는 이야기로 그려진다.
- 라디오를 켜면 당신의 사연이 소개된다
이날의 공연장에는 기념을 맞이한 부부, 첫 휴가를 나온 군인, 오랜 병고 끝에 외출한 부부 등 라디오 사연 속 주인공들을 빼닮은 관객들이 자리했다. 잔잔한 음악을 타고 ‘알렉스’의 목소리가 전파를 타면 그들의 사연이 귓가에 들어온다. 내가 보냈을 사연, 문자가 불릴 수 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라디오를 들으며 한번쯤 DJ에게 이름이 불리길 기다렸던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순간이다. 관객이 참여하는 자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방송국 앞 포장마차 할머니를 도와 테이블 세팅을 하는가 하면, 방청객으로 바람잡이 역할도 해야 한다. 연기자들의 신나는 노래와 춤에 함께 뛰며 호응한다면 이미 당신은 공연, 아니 라디오 프로그램의 일부가 되어 있을 것이다.
- 라디오를 켜면 ‘그때 그 노래’가 들려온다
주크박스 뮤지컬이 주는 묘미는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던 노래를 다른 배우의 목소리를 빌어 듣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극의 흐름상 적재적소에서 흘러나오는 낯익은 듯 그러나 낯선 노래가 공감을 가져올 때 더욱 커진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온에어>의 뮤직넘버는 탁월했다. 라디오 공개방송을 방불케 하는 열정적 분위기에 싸이의 ‘챔피언’, 내용과 상관없이 라디오의 선곡표에 등장하는 비의 ‘레이니즘’과 그에 맞춰 코믹안무를 선보이는 멀티맨의 활약, 알렉스가 사랑을 담아 부르는 임재범 ‘비상’, 특히 알렉스와 김순정이 부르는 심현보 ‘사랑은 그런 것’은 많은 관객들이 공연 후 커뮤니티를 찾아 곡명을 물어올 정도로 큰 반응을 이끌었다.
뮤지컬 <온에어>를 시즌 1부터 이끌어왔던 배우 송용진은 폭발적인 가창력은 물론 귀여운 연기까지 선보이며 매력남 ‘알렉스’로서 충실한 연기를 보여주었고 배우 조민아 또한 시즌내내 단독 ‘김순정’으로 분한 만큼 안정되고 섬세한 가창력과 연기를 보여주었다. 빼놓을 수 없는 멀티맨(김준태, 박정표), 멀티걸(이여울, 최정화)들의 활약은 단순한 바람잡이가 아닌 각각의 역할을 맡은 배우로서 짜임새 있는 극의 진행을 도왔다.
출연자 모두가 함께 무대 위를 가득 채운 뮤지컬 <온에어>는 관객들, ‘알렉스의 뮤직파워’ 청취자들의 큰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절찬리 생방송 중’이다.
홍애령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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