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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적 감성과 현대적 무대 연출의 조화로움, 서울시뮤지컬단의 ‘소나기’

 

소나기는 짧기에 더욱 강렬하고, 보물은 꽁꽁 숨겨둘수록 그 진가가 더욱 빛을 발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첫사랑이다. 사랑이 사랑인지도 모를 그 시절, 첫사랑은 짧았기에 더욱 강렬했으며 숨겨뒀다 가끔 꺼내볼 때 그 잔상이 더욱 아련한 법이다. 지난 5월 1일 시작한 서울시뮤지컬단의 뮤지컬 ‘소나기’도 어쩌면 우리네 첫사랑과 닮았다. 2008년 초연되었던 아름다운 잔상의 여운이 2009년 현재 공연으로 이어지며 더욱 깊이 있는 감성의 자극제가 되고 있다.

뮤지컬 ‘소나기’는 누구나 알고 있는 소설가 황순원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최근 대다수의 작품이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를 표방하며 영화, 소설, 드라마 등을 무대 위에 재현한다는 점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다만 이러한 부분에서 뮤지컬 ‘소나기’가 갖는 특별한 점은 원작이 갖는 고유의 색을 그대로 무대에 옮겨놓았다는 점이다.

작품은 억지로 세련되려고 하지 않는다. 과하지 않은 정도에서 소설을 읽고 있는 듯 느껴지는 문어체를 사용하였다. 또한 교복이나 시대상 등도 되도록 소설의 풍취를 옮기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덕분에 강렬하게 눈을 사로잡지는 않지만 서정적이고 은근한 맛이 더욱 돋보인다.

감수성 짙은 작품의 색채를 포장한 것은 의외로 현대 기술이다. 무대 위로 3t의 소나기가 쏟아지는 장면을 말 그대로 장관을 이룬다. 또한 소나기 장면을 효과적으로 완성시키기 위한 경사진 무대도 돋보인다. 사실상 공연장에서 경사도가 있는 무대가 안정적으로 보이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소나기’의 무대는 차분하면서도 입체적인 느낌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갈대밭 장면에서 갈대씨가 바람에 날려 공중에 흩어지는 장면이나 무대 가득 나비가 날아다니는 듯한 영상미학은 소극장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메커니즘을 선보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대 프레임 전체를 과감하게 절개한 조약돌 모양의 세트도 눈에 띈다. 이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서정적이고 맑은 느낌을 더욱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때문에 뮤지컬 ‘소나기’의 장면들은 그 하나하나가 모두 사진첩을 펼쳐보는 듯 아련한 느낌을 전한다.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옮겼다고 해서 본 소설처럼 모든 것을 설명하며 친절하지는 않다. 스토리 라인을 빠른 전개와 장면전환으로 진행했다. 이에 소설에서도 사용된 암시나 복선의 내용이 뮤지컬에서는 더욱 효과적으로 쓰였다.

서울시뮤지컬단 유희성 단장은 지난해 공연에서 아이돌그룹 ‘빅뱅’의 ‘승리’를 소년 역으로 캐스팅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리고 또 한 번 주목받는 캐스팅에 성공했다. 그룹 ‘FT아일랜드’ 이재진을 순수하고 맑은 소년 역으로 완벽히 바꿔놓은 것이다. 기존 그룹에서 보컬리스트가 아닌 베이시스트였기에 이번 이재진의 변신은 더욱 놀랍다. 실상 숙련된 다른 배우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성량이나 무대 카리스마 측면에서 이재진이 다소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캐릭터가 갖는 이미지 표현력에 있어서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훌륭히 작품을 소화해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뮤지컬 ‘소나기’는 소나기, 조약돌, 적역 캐스팅, 무대장치 등 다양한 키워드가 많은 작품이다. 이는 곧 그만큼 작품의 브랜드화가 쉽다는 얘기로 이어진다. 뮤지컬 ‘소나기’는 그만큼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더 많은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오는 17일 막을 내리지만, 벌써부터 서울시뮤지컬단이 내려줄 다음번 소나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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