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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의 경계에 선 새얼굴의 영웅, 뮤지컬 ‘이순신’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이 없는 역사 영웅이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4월 28일 충무공 탄신일을 기념해 뮤지컬 ‘이순신’이 공연 중인 것. 이 작품은 마치 한편의 전기소설을 훑는 듯 장군 이순신의 인생을 가감 없이 정직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윤택 연출은 영웅으로서의 이순신보다 인간 이순신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작품 속 등장하는 이순신은 장수의 강인함 대신 아버지의 따뜻함이 앞서는 사람이다. 작품의 도입부인 1장 ‘남솔(濫率)’에서는 이 연출이 의도한 이순신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양에서 파견된 어사가 정읍현감 이순신에게 더 높은 관직을 제안한다. 단, 현재 그가 거느리고 있는 24명의 식솔들을 모두 고향에 돌려보내라는 조건에서다. 하지만 이순신은 어사에게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먼저 내세운다. 입신양명을 위해 자신이 부양해야 할 노모와 처자식들을 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모습은 여러 번의 대첩과 거북선의 영광 아래 가리어졌던 한 명의 아버지요, 효심 깊은 아들로서의 이순신을 끄집어낸다.

하지만 이순신의 이야기에서 수만의 왜구를 물리친 전쟁사는 빼놓을 수 없는 컨텐츠다. 따라서 뮤지컬 ‘이순신’은 거북선, 판옥선, 왜선 세키부네 3척을 재현해 전쟁 영웅 이순신의 활약상도 놓치지 않았다.

전쟁 장면에서는 사실과 허구의 절묘한 조화가 뛰어났다. 공연 중 배우들이 실제로 발사하는 총포는 전쟁의 현장감을 극대화 시켰다. 한편 조선 수군과 왜군의 대립 장면은 구구절절한 묘사를 피하고 군무, 상모돌리기 같은 무용으로 상징화 했다. 특히 아수라 같은 전쟁을 표현한 상모돌리기 장면에서는 창작자의 기발함에 감탄한 관객들의 박수가 아낌없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뮤지컬 ‘이순신’의 조연 및 앙상블 자리를 모두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이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주인공 ‘이순신’ 역의 민영기, 이광용, ‘종의지’ 역의 장현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연희단거리패 배우들로 구성됐다. 2008년 연극 ‘원전유서’로 베스트3, 베스트7, 한국연극대상, 동아연극상 5개 부분을 석권한 연희단거리패는 약 4개월간의 동계훈련을 거쳐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따라서 뮤지컬 ‘이순신’에서는 연희단거리패 특유의 전통적인 움직임과 화술, 양식화된 연기 메소드가 여과 없이 무대 위로 드러났다. 여러 작품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여온 연희단거리패의 참여로 작품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뮤지컬 장르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노래다. 연희단거리패는 뮤지컬 전문 배우들과 비교했을 때 가창력 부분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합창은 무리 없으나, 특히 3~4명으로 으로 구성된 중창에서는 대극장 무대를 커버할만한 성량이 부족해 보였다.

그러나 한 소절 한 소절이 시와도 같은 뮤지컬 ‘이순신’의 노랫말들은 이러한 부족함을 모두 채우고도 남는다. 또한 작품에 삽입된 노래는 배우들의 입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들을 수 있어 좋다. 이윤택 연출은 모든 노래 가사의 자막을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 위로 쏘아 올렸다. 이는 가사 한 구절 한 구절까지 가슴 깊이 새겨가라는 이 연출의 세심한 배려다. 따라서 관객들은 작품 속 노래들을 그저 귀로만 듣고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사용해 전장 속 이순신과 마음을 나눈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 선 새얼굴의 영웅을 표현하는 데는 배우 민영기의 공이 컸다. 특히 굵직한 중저음 뿐 아니라 고음까지 부드럽게 소화하는 민영기의 목소리를 통해 전쟁 영웅과 인간 이순신을 오가는 다양한 모습의 역사 영웅을 만날 수 있었다. (2009년 4월 17일 ~ 5월 3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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