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은 ‘무비컬의 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무비컬 작품들이 쏟아졌다.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각색한 ‘마이 스케어리 걸’, 10년 만에 무대 위로 재탄생된 ‘주유소 습격사건’ 등 무려 두 편의 무비컬 신작이 발표됐다. 또한 앙코르 공연으로 다시 돌아온 ‘라디오 스타’ 역시 꾸준한 호평 속에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뮤지컬 ‘라디오스타’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라디오스타’를 뮤지컬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초연당시 ‘제2회 더뮤지컬어워즈’ 작곡상, 작사상을 수상하고 최우수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창작뮤지컬의 희망을 보여준 바 있다.
눈부신 조명과 함께 불후의 명곡 ‘비와 당신’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무대……. 뮤지컬 ‘라디오 스타’는 88년도 가수왕 최곤의 가장 영광스러웠던 기억, 88 MBC 가요대전 시상식에서 출발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하지만 그 뒤에 바로 공개되는 ‘현재’ 최곤의 말썽 많은 일상과 한심한 오늘은 뭇 스타들이 그러했듯 그 역시 쓸쓸한 뒤안길을 걷고 있는 한물간 스타임을 짐작케 한다.
뮤지컬 ‘라디오스타’는 작은 에피소드에서부터 굵은 이야기 구조까지 원작인 영화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무비컬 작품이 가진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할 것이다. 항상 새것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이 작품의 예측 가능한 스토리가 약간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물가물한 영화의 감동을 다시 추억하며 조곤조곤 이 작품과 만나는 방법이야 말로 무비컬 작품을 감상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영화에서 느꼈던 뜨거운 감동은 뮤지컬에서도 계속된다. 한물간 가수왕의 눈물겨운 성공기는 영화건 뮤지컬에서건 ‘의지의 한국인’들을 동요시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실제 매니저이기도 했던 정준하와 90년도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던 김원준의 출연은 스토리의 현장감 또한 극대화시킨다. 작품 속 최곤과 매니저 박민수의 이야기가 무대 위 배우들의 상황, 혹은 이미지로 자연스레 녹아든 것이다.
두 주역뿐 아니라 지국장이나 밴드 이스트리버 등의 조연 역시 영화와 같고도 다른 자신만의 캐릭터를 잘 찾았다. 특히 이스트리버 보컬 역의 정철호는 ‘(영화 캐스팅이었던)노브레인이 정말 출연했나’ 싶을 정도로 비슷한 분위기를 냈던 한편, 객석을 주무를 줄 아는 끼를 가지고 있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매니저 박민수 역의 정준하는 안성기의 중후한 매력을 흉내 내는 대신 이웃집 형 같은 자신만의 푸근한 이미지를 어필하는 데 성공했고, 김원준의 최곤은 영화에서처럼 얄밉고 까칠한 응석받이였다.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100회 특집 콘서트 장면은 지난 공연보다 한층 더 풍요로워진 느낌이다. 밋밋했던 무대나 어색한 동선처리가 많이 수정됐고 이스트리버의 맹활약 덕분에 콘서트의 생생함을 뮤지컬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가슴 적시는 이야기와 흥겨운 노래로 채워진 뮤지컬 ‘라디오스타’는 약 120분간의 공연 끝에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특히 커튼콜을 통해 콘서트를 재연한 최곤 역 김원준과 박민수 역 정준하의 쇼맨십은 소극장 무대에서나 경험할 수 있었던 배우와 관객, 관객과 관객의 면대면 호흡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뮤지컬 ‘라디오 스타’는 오는 4월 5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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