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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끝에 부르는 사랑 노래, 뮤지컬 ‘렌트’

 

 

요절한 천재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뮤지컬 ‘렌트’가 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본래의 ‘렌트’의 극중 인물이 그런 것처럼 젊고 꿈과 열정으로 가득 찬 젊은 배우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개성 강한 캐릭터 그리고 우리와 다를 것 없는 등장인물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이자 관찰자의 모습을 동시에 보이는 마크의 친절한 소개로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이야기는 진행된다. 뉴욕의 뒷골목에 사는 사람들, 로저와 미미의 사랑, 마크의 옛 연인이었던 모린과 조앤의 사랑과 다툼, 콜린과 엔젤의 사랑, 베니와 미미의 관계, 자조모임인 AA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고뇌 그리고 서로 물고 뜯고 서로 대립하지만 결국은 다시 사랑과 우정으로 돌아오는 그들의 모습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렌트’의 등장인물들은 직업만큼이나 다양한 개성과 특징을 자랑한다.
자유분방하며 바람둥이인 매력적인 행위예술가 모린, 이치와 논리를 중요시하고 철두철미한 무료법률변호사 조앤, 돈보다는 꿈과 친구가 좋지만 죽어가는 친구들 틈에서 혼자 남는 것이 두려워 카메라 뒤로 숨어버리는 마크, 옛 여자 친구를 잃은 뒤로 자기 노래를 쓴다며 집 안으로 숨어든 로저,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콜린, 누구에게나 베풀기를 좋아하며 자신의 당당함을 드러낼 줄 아는 천사 같은 엔젤…. 이런 개성적 인물들이 서로 만나 떠들고 놀고 즐기고 싸우는 장면들에는 따스함과 열정이 넘쳐난다.
자조모임의 가장 큰 치료적 기작은 환자 스스로가 치료자가 될 수 있으며, 비슷한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통해 공감을 얻고, 스스로를 표현하고 정화함으로써 나아가는데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자조모임[self-help group]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렌트’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자조모임이든, 친구들을 통해서든 각자의 상처를 서로 보듬으며,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간다.

외면하고 싶은 사회적 문제를 정면에 내세운 이유
AIDS, 마약, 동성애, 트랜스젠더 등 우리 사회의 어둡고 터부시되는 주제를 정면으로 배치했음에도 그것이 일반인은 절대 공감할 수 없는 딴 세상 이야기가 아니다. 매일 매일 우리는 좀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꿈을 꾸고,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지 않는가?
문제가 많음에도 그들은 자신의 꿈을 향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완전하게 살려고 한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사회의 외면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두려움의 상징이다. 두려움은 실체를 가진 것이 아니다. 마치 태양은 결코 지지 않고 그렇게 보일 뿐이지만 일몰이 만들어내는 환영이 너무나 장엄한 것처럼.
엔젤의 죽음 장면은 현대무용과 베일을 사용하여 영혼이 육신을 벗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친구들이 엔젤에 대해 회상하며 추모하는 것을 엔젤은 따스한 시선으로 너무도 평안하게 바라본다.
그들은 돈을 벌면 산타페에서 레스토랑을 열 꿈을 꾸지만, 그들의 낙원은 산타페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이 같이 있는 여기 이곳, 뉴욕의 뒷골목이다.
작가인 조나단 라슨은 우리가 외면하고픈 많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은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아름다움과 고귀함과 생명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문제라는 것은 표현방식이 다를 뿐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어느 누구도 그 자체로 완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것을.

박진감과 역동감 넘치는 무대
뮤지컬 ‘렌트’의 장점 중 하나는 140분이라는 공연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박진감과 역동성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하나의 무대 위에 로저와 마크의 방, 뉴욕의 뒷골목, 때로는 술집, 세 커플의 각각의 공간이 펼쳐진다. 탁자 하나로 모든 것이 표현되고, 특히 탁자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은 아슬아슬하면서도 흥겹다.
무대 디자이너 심채선은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공간의 재배치를 통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스쾃’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세피아와 청색조의 색채와 H빔의 철골은 을씨년스럽고 우울하지만 나름의 꿈을 갖고 살아가는 뒷골목 인생들의 삶을 신비롭게 느껴지도록 한다. 뒷골목의 부서져가는 철빔은 또 교회의 십자가가 되기도 한다.
친구들과 만나 꿈과 좌절을 이야기하고, 엔젤과 콜린이 처음 사랑을 고백하고, 모린이 철거를 반대하여 시위를 하고 여러 가지 사건들이 빠르게 전개되면서 각 커플들 간의 갈등도 고조된다. 그런 여러 상황을 동시에 보여주어 분명히 다른 공간에 있지만 같은 시간대에 이렇게 다양한 모습들로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장르를 넘나드는 주옥같은 노래
‘렌트’의 음악은 공연을 보고 난 뒤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매력을 지녔다. 때로는 감미롭고, 때로는 격정적이고, 때로는 슬프고…무한한 사람의 감정을 적절하게 실어준다. 특히 2009년 ‘렌트’는 음악군단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실력파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다 같이 부르는 노래의 화음은 아름답게 가슴을 울린다.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1년에 해당한다)의 시간들”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2막의 주 테마곡은 ‘내일은 없고 오늘만 있을 뿐’이라는 지금이라는 시간을 가슴 저미도록 소중하게 느끼게 한다.
중간에 반복되는 적나라한 가사의 크리스마스 캐롤은 묘하게 세상이 따뜻하다는 느낌을 주고, 로저와 미미가 서로 가슴에 담은 말을 하지 못해 반복되는 ‘말을 할까’라는 반복되는 오고감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엔젤과 콜린이 처음 사랑을 고백하는 부분의 ‘달콤한 천 번의 키스’, ‘넌 나의 전부야’라는 가사와 음률은 사랑고백의 설렘과 함께 왠지 그들과 같이 사랑에 빠지게 한다.
로저가 미미의 죽어가는 모습을 견딜 수 없어 떠난 뒤 미미가 부르는 노래는 정말 아름답다. ‘너 없어도 별들은 반짝이고, 태양은 불타고, 파도는 밀려와 부서지고 계절은 미련 없이 가버리고…난 죽어가.’
모든 노래를 언급하고 싶지만, 직접 이들의 파티에 함께 하시길…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젊은이들로 이루어진 만큼 신선함과 열정은 있지만, 깊이 있는 표현력은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러 장면이 한 무대에서 겹쳐질 때는 대사 전달에 좀 어려움이 있어 그냥 소음으로 들리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공연되기 시작한 지 7년이 되었다. 그만큼 이제는 원작의 다른 해석이나 토착화되는 변화를 기대해본다.
“오직 오늘뿐, 내일은 없어”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지금 세상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다. 노래하고, 춤추고, 웃을 수 있다. 그건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글. 이종은 abrxaszen@hanmail.net
사진 김고운 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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