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렌트’는 오페라 라보엠을 현 시대에 맞춰 각색한 작품으로, 조나단 라슨이 1996년 무대에 오르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을 헌신한 작품이다. 그런데 조나단 라슨은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은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 하루 전 사망한다. 당시 그의 나이 37세였으며, 그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렌트’는 브로드웨이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비하인드 스토리 때문일까? 왠지 모르게 이 작품의 기운은 대단하다. 가히 대중예술의 파급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대중예술이 작품성을 갖추었을 때 한편으론 어렵고 고지식한 클래식 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제까지 조나단 라슨을 가장 좋아하는 인물로 꼽고, ‘렌트’ 때문에 뮤지컬을 하게 됐다는 사람이 많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여튼 이런 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비록 조나단 라슨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죽을 때까지 ‘렌트’같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부러워해야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렌트’는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부쩍 젊어진 얼굴들을 보니 얼마 전까지도 무대를 휩쓸던 조승우, 오만석 등의 배우들에서 많이 세대교체가 된 듯하다. 새 얼굴들의 등장으로 무대는 신선함이 돋보였으나 물론 서툰 모습도 곧잘 보이곤 했다. 그러나 배우들의 열정과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 무대를 흥미롭게 달궜다. 무대의 변화는 크지 않았으나, 여러 젊은이들의 삶을 하나씩 조명해주어 단조로움은 사라졌다. 또한 그들이 뭉쳐 신나게 노래하고 춤출 땐 역시 무대는 활기찼고 젊은 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온에어 이후 미미 역으로 변신을 꾀한 조민아는 더욱 뮤지컬 배우다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좀 더 유연하고 자연스런 연기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엔젤 역을 맡은 배우 이지송도 눈에 띄었다. 이 캐릭터는 여장한 남자로 자칫 비호감이 되기 쉬워 보이지만 ‘렌트’에서는 언제나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고, 흐름 상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역할이다. 이지송은 이 여장남자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여성스런 제스처를 세심하게 연구하고 몸에 익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관객들의 반응은 거부감보다는 ‘사랑스럽다’가 더 많았으며, 앞으로도 기대되는 배우라고 할 수 있겠다.
‘렌트’는 작품 자체의 위대함에 대해 자꾸만 인지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물론 한국어 번역이 원어의 물 흐르듯 자연스런 가사보다는 유난히 딱딱하게 느껴져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심장을 두들기는 음악은 향 깊은 커피를 마시듯 눈을 감고 음미하게 했으며, 사랑의 진정성을 깨닫게 하는 스토리는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게끔 만들었다.
또한 이 작품은 분명 어두운 곳의 이야기를 들추어냈다. 동성연애, 양성연애, AIDS…. 그러나 모두 크게 중요치 않다고 말한다. 그 핵심은 단순한 관계나 섹스가 아닌 바로 사랑에 있기 때문이다. 잘 생각해보면 그리 심각할 것 없다. 525,600분의 많은 시간으로 이루어진 1년, 이 긴 시간을 잴 수 있고 채울 수 있는 건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일생에 단 한 번도 진정으로 사랑해보지 않은 이가 얼마나 많은가? 어차피 빌려 사는 한 번 뿐인 인생인데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느낄 수 있다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은가 싶다. 젊은이들이여, 사랑하자. 바로 지금!
김유리 기자 yuri40021@hanmail.net
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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