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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창작뮤지컬 발전의 씨앗 발견,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

 

창작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는 위인 이순신의 얘기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구수한 사투리와 욕설을 남발하는 이순신이다.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소희 못지않은 신선함으로 소화해내기까지 한다. 이처럼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의 등장인물 이순신은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난 상상력에 의해 새 옷을 입었다. 예상치 못한 행동과 말투에 웃지 않으려야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작품이 갖는 매력이다.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는 실존하는 역사에 기발한 상상력을 보태는데서 그 시작점을 찾는다. 전쟁터 수장으로서의 이순신이 아닌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인 모습의 이순신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왜군 병장 ‘사스케’에게 생포된 이순신과 우연히 그 일행에 합류하게 되는 ‘김막딸’의 이야기가 더해져 주된 스토리를 이루고 있다.

이순신을 모토로 한 스토리의 큰 줄기 안에는 사스케와 이순신의 대결구도는 물론이고 사스케가 잊지 못하는 여인 ‘요우코’에 대한 연민, 사스케와 ‘막딸’의 사랑 이야기가 함께 흐른다. 곳곳에 숨겨진 현 세태 풍자도 눈여겨 볼만하다.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가 자체적으로 내세운 작품의 장르가 ‘국내최초 본격 역사왜곡 코믹 액션 로드 감동 블록버스터 뮤지컬’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쉼표 없이 읽다가는 숨이 넘어갈 만큼 참으로도 장황한 이름의 장르다.

상상력 넘치는 소재와 새로운 시도는 신선하나 그 장황한 장르가 작품의 독이 된 듯도 하다. 한정된 시간 내에 너무 많은 내용을 전달하려다 보니 작품의 초반,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초반 부분 스토리 배경과 캐릭터 소개를 좀 더 압축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선물도 과하지 않은 적당한 포장일 때 빛을 발하는 법. 다양한 매력을 고루 발산할 자신이 없다면 특화된 개성으로 승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초연된 이 창작뮤지컬의 높은 창의력이 발휘되는 것은 작품의 중반부에 접어들면서부터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따로 놀던 캐릭터들이 ‘사랑’과 ‘코미디’, 이 두 가지 요소에 집중되면서부터 이야기의 응집력이 생긴다. 치댈수록 찰기를 더하는 밀가루 반죽에 비유할 수 있겠다. 여기저기 부스러져있던 밀가루들이 치대고 문댈수록 뭉쳐 쫄깃해지는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윤기를 더하는 것이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의 미덕이다. 이는 또한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비유이기도 하다. 초연을 거쳐 거친 반죽을 갈고 다듬어 충분한 숙성을 거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작품이 될 것이다.

장소영 음악감독의 넘버에는 위트가 넘쳤다. 현대와 고전을 넘나들고 동서양을 교묘하게 접목시킨 장소영 감독 표 멜로디에, 연극 ‘라이어’ 등을 통해 대학로 코미디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이현규 연출의 위트 있는 가사가 더해져 작품 색을 확고히 했다. 스토리를 전달하는 주요 뮤지컬 넘버는 물론 소프트한 재즈풍의 인서트마저도 경쾌해 암전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다. 기존 음악을 적재적소에 삽입한 ‘쥐가 백 마리’나 ‘노바디’의 편곡도 신선하다. 외세의 공격을 무차별적으로 피를 빨아먹는 모기에 비유한 ‘모기송’의 가사도 창의적이다. 좋은 멜로디와 좋은 가사가 만나 귀에 잘 들리는 궁합을 빚어낸 격이다.

무대 연출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는 세트 전환은 없되 장면 전환은 많은 작품이다. 소극장임을 감안했을 때, 다양하게 사용된 조명은 관객의 상상력을 돕지만 그 간극을 조명과 배우들의 몸 개그만으로 메우려니 한계가 있어 보인다.

역사에 길이 남은 거북선의 발명이 아주 작은 발견에서 시작했듯(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에 따르자면) 위대한 발견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가 초연에서 보여준 국내 창작뮤지컬의 희망 역시 아주 가까워보인다. 지난 한 해 먼저 선보여 호평을 받았던 한국적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만큼의 결과를 수확할 가능성도 충분히 엿보인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원초적 웃음은 지금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여기에 좀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플롯이 보완된다면 이 작품이 가진 작은 희망의 씨앗이 큰 열매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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