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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운행하는 롤러코스터, 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계에서 3,40대는 오후 3시 같은 세대다. 무엇을 시작하기엔 너무 늦고, 또 포기하기엔 너무 이른 오후 3시처럼 무언가 어정쩡하다. 주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작품이 태반을 이루고, 그 외에는 연말이면 찾아오는 가족뮤지컬이나 어르신들을 위한 마당놀이가 고작이다. 그런데 이런 3040세대만을 위한 뮤지컬이 있으니, 바로 뮤지컬 ‘젊음의 행진’이다.

본격적으로 이 공연을 보기 전 조금 더 신나는 관람을 하고 싶다면 두 가지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먼저 추억의 가요들을 뮤지컬넘버로 채용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점과 추억의 만화주인공 영심이가 33살이 된 지금을 상상해놓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뮤지컬 ‘젊음의 행진’ 역시 붐을 타고 흘러나온 기존의 주크박스 뮤지컬과 다를 바가 뭐 있겠느냐는 의문이 생길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작품은 부지기수로 터져 나오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식상함을 기발한 발상으로 극복했다. 만화 속 인물과 실존 인물들이 만난 발상부터가 참신하다. 상상력 가득한 만화라는 픽션과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실존 가수들의 재현무대가 교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또한 그 픽션과 논픽션 속에서 8,90년대라는 교집합을 찾아낸 점은 오후 3시 같은 세대 3,40대의 공감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한편 신나는 음악과 어우러진 참신한 안무는 추억으로 가는 여행길이 지루하지 않도록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는 롤러코스터의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도 소품을 이용한 참신한 안무가 돋보인다. 소품으로 등장하는 연필, 책, 포크나 손전등 등 일상의 물건들이 배우들의 손에 쥐어졌다하면 참신한 안무로 재탄생한다. 이는 ‘정말 열심히, 신나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앙상블들과 똘똘 뭉쳐 넓은 무대를 가득 채우는 요소로 작용한다.


현재와 과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제의 설정도 자연스럽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과거의 콘서트 장면이 현재 공연장 리허설 장면으로 바뀌거나 리허설장에서 전기 감전으로 인한 암전으로 장면을 전환하는 등 유독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장면전환이 많다. 다소 산만하거나 어색할 수 있는 이러한 장면에서 상호간 연결고리를 재치 있게 활용함은 뮤지컬 ‘젊음의 행진’을 더욱 속도감 있게 한다.

다만, 식상한 장면 연출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추억’을 자극하겠다고 나선 작품들에는 어김없이 나오는 장기자랑 장면이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도 등장했다. 물론 장기자랑 장면이 마치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객석의 흥을 돋았음은 확실하다. 그러나 타 작품과 다를 바 없는 보여주기 식의 장면은 웃음은 줄지언정 의미 없는 러닝타임의 흐름은 아니었나 싶다. 객석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한 장면들은 장기자랑 신외에도 작품 내에 얼마든지 즐비하며, 공연이 끝난 뒤 이어지는 광란의(?) 커튼콜 타임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는 다르게 말해 뮤지컬 ‘젊음의 행진’ 커튼콜은 그만큼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도 된다. 커튼콜 시간만큼은 그 어느 공연장보다도 배우와 관객들, 모두 신나게 어울린다. 아니, 정말 신나게 ‘논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전체적으로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쇼 뮤지컬과 주크박스 뮤지컬의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작품이다. 화려한 안무로 눈을 사로잡고, 타깃이 분명한 익숙한 가요들이 귓가에 맴도니 관객들은 절로 작품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다양한 볼거리 외에도 스토리라인 역시 연분홍빛 설렘이 가득한 그 시절의 이야기로, 누구나 쉽게 이해하기 쉽다. 작품 내에서 서른셋이 된 오영심과 왕경태의 사랑은 얄미울 정도로 여전히 싱그럽다. 이는 배우의 힘도 크다. 정상훈의 익살과 이정미의 싱그러움이 만나 과일향 풍선껌같은 새콤달콤함을 만들어낸 탓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옛날과 변함없이 풋풋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시대를 공감해주고, 노래해주는 관객들이 함께이기 때문은 아닐까?

옛 고교동창은 물론이요, 다소 서먹했던 직장동료들과의 공감대 형성에도 탁월한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오는 12월 31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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