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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가진 우리는 모두 라디오 스타!

 

누구나 뮤지컬 ‘라디오 스타’라 하면 영화를 먼저 떠올리곤 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와의 비교보다는 뮤지컬 자체를 보는 것이 더 흥미로울 듯하다. 이미 다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재미없지 않은가?

라디오 스타... 제목부터 라디오를 추억하는 사람들의 향수를 마구 자극한다. 물론 라디오를 추억하는 세대라면 우선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아마도 라디오에 자신의 사연을 주렁주렁 달아서 보내던 그 사람들일 테니 말이다. 라디오에 직접 사연을 보내는 적극적인 성향의 소유자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녹음해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던 로맨티시스트도, DJ의 감미로운 ‘잘자요’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자정을 넘기는 만년 소녀들도,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모두 라디오 스타일 것이다.

그렇다. ‘라디오’하면 할 말이 너무 많다. 그 중 이 극의 이야기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물 간 스타와 그의 매니저의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라디오가 TV보다 구식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라디오 스타가 TV스타가 되면 성공했다는 느낌을 주고, TV스타가 라디오만 한다면 ‘한물갔다’라는 평을 듣기 쉽다. 물론 최근에는 그런 이미지도 많이 변했지만, 우선 이 이야기는 그러한 인식을 발단으로 갈등을 빚어낸다.

어쩌면 현실 부적응 자처럼 보일 법한 록 가수 최곤. 88년도 가수왕이라는 옛 이야기만 자랑스레 꺼내놓는 고자세인 그의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를 위해 가족도 뒷전인 매니저 민수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를 그렇게 끈적끈적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사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알 것 같다. 바로 추억이다. 그 둘은 성공이라는 추억을 함께 했고, 또 라디오를 통해 그 추억을 현실로 재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서서히 성실한 라디오 DJ로 변해가는 최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참 흐뭇하게 만들었다.

뮤지컬 ‘라디오 스타’는 아름다운 추억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끄집어냈다. 게다가 그들 주변의 또 다른 라디오 스타들(간단히 동네 주민이라고 하자)의 이야기는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물론 최곤이라는 인물에게도 그러했겠지만 말이다. 때문에 관객들은 가슴 속 따뜻함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꼈으리라 예상해 본다.

이 작품은 서정적인 멜로디나 ‘넌 내게 반했어’ 같은 관객의 흥을 돋우는 강렬한 록을 들려주며 성숙된 음악을 들려주었다. 김도현의 끼가 조금 덜 드러난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안정적인 연기와 정준하의 감칠맛 나는 감초 연기는 극의 재미를 더했다.

그러나 대극장에서 관객들이 느끼고자 하는 스펙터클 요소가 부족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무대를 채우는 배우의 수도 부족해 보였으며, 그들의 움직임이 정적이고, 섬세하지 못했다.

또한 군무에서 시각적으로 웅장하게 보일 수 있는 아이템이 부족했다. 특히 네 명의 청년들이 춤을 출 때 기타를 매고 등장하는데, 이러한 소품은 군무에서 마이너스 효과를 준다고 본다. 동작이 범위가 좁아져서 빈 공간이 자주 노출되기 때문이다.
안무는 의상이나 무대세트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데, 서로 보완해 줄 수 있는 요소가 많은 이유에서다. 그 중 카드를 소품으로 춤을 추는 장면에서 카드가 좀 더 크거나 뒤의 세트와 연결되었으면 관객들에게 좀 더 환상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수채화 같은 영월의 모습을 담은 무대는 참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겠다. 현실적이면서도 가슴이 아련해지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시골냄새가 폴폴 나는 영월의 모습은 라디오를 향수하는 그것과 같았다.

이처럼 뮤지컬 ‘라디오 스타’는 진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관객들에게 난해한 스토리도 아니며, 잔잔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참 매력적인 극이다. 그러나 아직은 원작 영화가 미치는 영향이 커 보이는 것은 이 작품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일 듯하다.



김유리 전문기자 yuri400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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