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는 한 모텔방 안에서 벌어지는 짧지만 강렬한 다섯 가지의 에피소드를 통하여 보는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시킨다. 특히 현재의 사랑을 세밀하게 묘사하여 각 장면이 시사하는 바를 명확히 제시한다. 그래서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고, 생각하게 하고, 배우게 하는 등 사랑이란 의미를 효과적으로 만족시킨다.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않거나,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고 혹은 알고 싶은 이들이여, 여기를 주목하라!
- 노총각, 노처녀
이 장면에서는 낯익은 노래와 가사를 극 속에 사용함으로써 관객들과의 공감성과 친밀감을 유발 시킨다. 특히 이승기의 ‘누나라 부를게’, 진주의 ‘난 괜찮아’ 등 자기 자신을 오버랩 시키는 익숙한 가사들로 상처를 극복해나가려는 의지와 위안을 안겨준다. 극 중 초등학교 동창생인 그들은 티격태격 다투다가도 그 상처를 서로 아파해 주고 보듬어 주면서 치유해 나간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통해 서로가 지닌 아픈 추억과 상처들도 그 치유의 방법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 전라도 부부
이 장면에서는 속 썩인 남편 때문에 애가 타지만 웃음으로 승화시키고자 노력하는 부인의 모습이 가사 속에 담겨져 보는 이들에게 유쾌한 바이러스를 전달해 준다. 더구나 구수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전라도 사투리를 극 속에 삽입함으로써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극 중 목포에서 고기 잡는 일을 했던 남편에게 부인이 “어따 이제 뭘 먹고 살라요?”라고 묻자 남편은 “어마 인제는 배 멀미를 해버려야”라고 핑계를 대기도 하지만 부인 생일이라며 빨간 스카프를 살포시 내밀 땐 귀엽기도 하다. 이렇듯 전라도 부부의 에피소드는 관객들과 소통하며 함께 웃고 함께 즐거워한다. 그래서 우리 안에 자리 잡은 소박하고 순수한 마음을 감동으로 전가시킨다.
- Love Start
이 장면에서는 작품이 추구하고자 하는 내용을 솔직하게 보여주어 관객들에게 신선한 통찰력을 안겨준다. 극 중 여자 후배가 “여자들이여 남자들에게 가슴을 아끼지 마라”라는 대사와 반대로 선배가 “남자들이여 여자 가슴을 함부로 만지지 마라”고 하는 직설적인 대사는 요즘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관념을 통쾌하고 명확하게 제시한다. 과거에는 사랑을 소극적이면서 조심스럽게 묘사했다면 현재의 사랑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적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여기에 사용된 음악도 힙합과 랩에 자극적인 노랫말을 삽입하여 젊은 층의 감각을 여실히 드러낸 점이 특징이다.
- 아내의 생일
이 장면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우리네 마음을 잔잔히 녹여내며, 사랑의 가치를 더없이 소중하게 일깨워준다. 극 중 혼자 울고 있는 남편에게 죽은 부인이 찾아와 가엽게 지켜보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뭉클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남편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미안해”라며 전화를 걸어 부인에게 딸 소원의 목소를 듣게 해주는 모습 역시 가슴 찡한 여운을 남긴다. 그리움의 사랑은 가슴 아프지만,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시키기에 더없이 중요한 소재다. 이렇게 장면이 슬프고 애처로운 만큼 극에 사용된 음악들도 잔잔한 음악과 울음 섞인 가사들로 인하여 그 의미가 한층 고조된다.
- 할아버지, 할머니
이 장면에서는 다른 일상적인 대화들과는 달리 말 속에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특히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유채꽃을 닮았다고 하는 대사와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듬직한 소나무와 같다고 말하는 모습은 세월 속에 스며든 연륜이 자연스레 베어난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지나간 사랑의 흔적들과 깊이를 경험하면서 함께 느끼고 함께 배워나간다. 참된 사랑은 이런 것이라고……. 이 장면에서 사용된 음악은 경쾌한 트위스트 음악과 잔잔한 선율이 서로 교차한다. 추억에 잠길 때는 빠른 템포의 리듬으로, 현재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때는 진지함 속에 전해지는 따뜻한 멜로디가 귓가를 자극시킨다. 작품이 의미하는 바를 한 개의 음악으로 말하지 않고 다양하게 사용함으로써 시간의 교차와 세월속의 흔적들을 세밀하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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